• 주간한국 : "그렇게 영험한 학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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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1.25 16:21:30 | 수정시간 : 2003.11.25 16:21:30
  • "그렇게 영험한 학원이?...."
    수능 출제위원 강사 파문 이후
    입시학원시장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M학원




    △ 11월4일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논술구술 입시설명회에 7,0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모여 장사진을 이룬 채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서강 기자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영역 출제위원에 사설 M학원 강사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진 후 학부모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이 올해 시험을 치른 수험생 학부모들의 반응이었다면, 예비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는 “도대체 M학원이 어느 곳이냐”며 안달을 했다.

    물론 M학원의 실체는 입 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수강생 100~200명 안팎의 조그만 학원이었다면 모를까 5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온ㆍ오프라인 입시 업체가 당사자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공부깨나 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M학원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터다.

    최근 M학원 사이트에는 이번 수능 파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불을 뿜고 있다. “역시 대형 입시학원에는 교육 당국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수능 출제위원 선정에 엄청난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우연히 출제 지문이 유사하게 나온 것일 뿐이다.”….

    과연 M학원과 관련한 진실은 무엇이고, 또 수능 파문 이후 M학원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출제위원 P씨를 둘러싼 의혹들



    이번 수능에서 출제위원 자격 논란을 부른 사람은 서울 S대 초빙교수 P(42)씨. 그는 전문 강사가 아닌 탓에 이른바 ‘스타 강사’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교육방송 EBS에서도 여러 차례 강의를 한 적이 있을 만큼 논술 분야에서는 학원가에서 꽤 지명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의 출제위원 발탁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말 M학원에서 녹화한 두 차례 논술 특강 내용 때문이다. 비록 현장 강의는 아니었지만 이 특강은 M학원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올 1년 내내 수험생들에게 제공됐다. “학원 강사가 출제위원으로 선정됐다”는 파문이 인 것도 바로 이 동영상 특강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P씨를 학원 강사로 볼 수 있느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가 M학원의 정식 강사가 아니라 초빙 강사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현장 강의는 한 번도 하지 않은 탓이다. 더구나 문제가 된 동영상 논술 특강에서도 이번 수능 시험과 연관을 지을만한 뚜렷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P씨를 출제위원으로 위촉할 때 강의 경력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수능의 공정성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해명이 일견 타당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 본인들은 물론 교육계 일각에서도 “강사 경력 출신을 출제위원에 포함시킴으로써 직접적인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을 편다. 대표적인 근거가 언어영역에서 4문항(9점)이 출제된 칸트 지문이다.

    칸트의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 중 발췌된 이 지문은 이번 언어영역에서 가장 난해했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P씨가 철학과 석ㆍ박사 과정 모두 칸트를 전공했다는 점. 특히 P씨와 친분이 있는 M학원의 L(42)강사가 수능시험 직전 수강생들에게 칸트 관련 지문의 출제를 예상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M학원측, 혹은 L강사가 P씨의 출제위원 선정 사실을 사전에 알았을 거라는 얘기다. 한 학생은 “L강사가 칸트 지문이 꼭 출제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며 “수능 시험 1개월여 전에 강사가 잠적을 한다면 출제위원으로 선정됐다는 것을 감으로라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우연의 일치일 뿐"



    정황 상 오해를 받을 만한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은 당사자인 L강사도 시인을 하는 대목이다. 2년 전 EBS 강의를 할 때 P씨와 친분을 텄고, 지난해 말 M학원 논술 강의로 다시 만나는 등 두 사람은 적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특히 “칸트 지문 뿐 아니라 양자역학 지문과 관련해서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조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족집게 강사가 아니다. 수업시간에 늘 강조한 것이 기본적인 배경 지식과 어휘 능력이 뒷받침돼야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가능봉?제시한 것 중에서 1~2개가 맞은 것인데 족집게 강사라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커넥션 의혹까지 일고 있어 무척 곤혹스럽다.” 게다가 P씨가 겸임 교수가 아닌 초빙 교수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출제위원으로 위촉됐다고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학원측 역시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함을 강조한다. P씨가 지난해 말 잠시 녹화 강의를 한 것일 뿐 학원측과 지속적인 교류를 해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손모 기획부장은 “우리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하는 컨텐츠가 1,000여개에 달한다”며 “그런 강의 하나 하나에 대해 회사측이 일일이 신경을 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정황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숱한 추측 중에 하나일 수도 있지만 수능 시험 수일 전 이 학원 사이트에 한 학생이 올린 ‘출제위원 정보’라는 글에는 “언어 영역에서 철학 전공자가 출제위원으로 들어갔다” 는 내용이 있고, 언어 영역에서 역시 지문으로 채택된 백석의 글이 지문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예측의 글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도 M학원은 뜬다



    2000년 7월 설립 이후 2001년 43억, 지난해 203억에 이어 올해 5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등 M학원은 입시 학원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군림해 왔다. 특히 온라인 학원 뿐 아니라 사설학원의 요람이라는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6~7곳의 직영 및 프랜차이즈 학원을 운영하면서 코스닥 시장 등록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수능 사태는 진실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M학원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11월1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M학원이 개최한 대입 최종전략 설명회. 3,000여개의 좌석이 마련된 행사장에는 8,000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렸다.

    ‘이 학원의 논술 초빙교수가 올해 수능 언어영역 문제 출제위원에 포함됐다’는 소문이 단단히 한 몫을 한 셈이었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는 한 학부모는 “여러 군데의 입시설명회를 다녀 봤지만 이렇게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수능 출제위원을 배출한 만큼 뭔가 정통한 정보가 있을 듯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M학원의 독주를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학생은 “다른 학원에 비해 적게는 1.5배, 많게는 3~4배 수강료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M학원의 집중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커넥션 의혹이 아니더라도 이번 출제위원 파문은 M학원이 유능한 강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경쟁 학원들 역시 바짝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온ㆍ오프라인 입시 업체인 K사 관계자는 “사교육 우려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홍보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사태로 M학원의 위상이 더욱 커질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1-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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