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썩어도 준치?… LG카드에 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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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2.18 11:27:53 | 수정시간 : 2003.12.19 16:04:22
  • 썩어도 준치?… LG카드에 군침
    국내 외·금융기관들 너도 나도 입질, "운때 맞으면 돈방석"
    외구계 공룡자본 인수에 경계심, 컨소시엄 방식 인수도 거론




    △ 유동성 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LG카드가 매각으로 가다을 잡아가면서 누가 새주인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용석 기자

    유동성 위기의 회오리가 거세게 휩쓸고 간 LG카드에 국내ㆍ외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군침을 흘리며 입질을 하고 있다. 공룡 몸집이 부담스러워 지금껏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했지만, 부도 공포 속에서 만신창이가 돼 버리자 슬슬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한창 주가가 높은 연예인을 섭외하기는 어려워도 인기가 시들해진 퇴물 배우라면 출연료 걱정 없이 붙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퇴물 배우를 썼다가 흥행에서 참패할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대박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직ㆍ간접적으로 LG카드 인수 후보 물망에 오르는 곳은 줄 잡아 9~10곳.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기관은 죄다 참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외 자본으로는 GE캐피털, 뉴브리지캐피털, 씨티은행, HSBC, 테마섹 등이, 국내에서는 하나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그리고 산업은행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매각 외에는 살 길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LG카드로서는 매우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허나 LG카드가 원만히 새 주인을 맞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인수 의사를 내비친 금융기관 중 상당수는 발을 한 번 걸쳐 보는 정도의 성격이 짙다. 인수 조건이 대단히 매력적이지 않는 한 언제든 물러설 수도 있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회사측이 끙끙거리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공룡이 국내 거대 카드사를 삼킨다면?



    해외 자본 중에서 가장 움직임이 두드러진 곳은 GE캐피털과 뉴브리지캐피털이다. 다른 후보들이 애드벌룬을 띄우는 정도인 반면, 이들은 최근 금융감독위원회를 방문해 LG카드 인수를 타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E의 금융 계열사인 GE캐피털은 국내에서 대금업과 신용정보 사업에 손을 댄 데 이어 오래 전부터 신용카드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조흥은행 카드 부문, 우리카드 등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자로 거론 되던 곳이다. LG카드 매각 얘기가 흘러나오자마자 GE캐피털측이 재빨리 인수 가능성을 흘린 것도 국내 신용카드 산업 진출 의지를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반면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은 다소 의외다. 최근까지 HSBC와 제일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등 한국 시장 철수를 준비해 온 탓이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지분 매각을 포기하고 LG카드 인수를 통해 제일은행 가치를 높인 뒤 다시 매각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거나, 지금껏 숱한 금융기관 매물에 입질을 했던 것처럼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정도일 수 있다.

    어쨌든 이들 두 회사의 낙점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최근 정부가 외국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사모펀드를 조성토록 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의미심장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해외 자본, 특히 펀드성 자본에 국내 금융기관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정책이었다. 싱가포르 펀드인 테마섹 역시 그런 점에서 그다지 주목할만한 후보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장내에서 LG카드 지분을 대량 매집해 1대 주주(11.35%)로 떠오른 템플턴자산운용의 경우 애초 인수ㆍ합병(M&A)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지금은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일 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외국 자본이라는 점에서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정통 금융기관이라는 면에서 위협적인 존재는 씨티은행과 HSBC다. 이들은 한미은행 인수전에도 나란히 뛰어드는 등 최근 들어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자금력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철저한 신용 관리, 선진 금융기법 도입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국내 카드 산업 전반을 개혁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하지만 우량 은행인 한미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LG카드에도 적극성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부실이 눈덩이같은 대형 카드사를 인수했다가 자칫 밑 빠진 독이 될 수도 있다. 지금껏 전 세계적으로 이들의 투자가 매우 신중하게 이뤄졌던 것도 감안해야 할 대목이다.

    설사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해도 국내 금융계에 만연한 경계론은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해외 공룡 기업에게 거대 카드사를 넘겨줬을 경우 국내 금융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외국계 유력 은행이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할 경우 금융 시장이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김정태 국민은행장) “외국계 은행이 시장의 자극제가 되는 것은 괜찮지만 시장을 리드하게 해서는 안 된다.”(김승유 하나은행장) 국내 금융기관 간 공조가 무너질 수 있다든지, 외국계 은행에게 1,000만명이 넘는 국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고스란히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빗발치고 있다.


    유력 후보 하나은행 자금력이 관건



    국내 자본 중 우리금융이나 신한금융은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지만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리금융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의 합병을 단행하는 등 늘어나는 카드 부실 탓에 카드 사업 확대 정책은 일단 접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와의 중복성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도 애초 무리였다.

    신한금융 역시 은행 카드 부문 중 가장 탄탄하다는 조흥은행 카드 부문을 흡수한 만큼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LG카드 인수에 나설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하나은행이다. 국민,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 은행권 ‘빅4’ 중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카드 부문을 보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05년 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카드 사업 확대는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의 LG카드 인수에 대해서는 여론도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실사 결과가 나와봐야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LG카드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최소 1조원 정도로 관측된다. LG카드는 9월말 현재 총자산 규모 26조540억원, 총부채 24조9,227억원으로 순자산가치가 1조1,313억원에 달한다.

    대환 대출 규모를 감안한다면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반론도 만만찮지만, 부실을 털어낸 후 영업 이익이나 경영권 프리미엄 등까지 감안하면 매각 가격이 1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이 단독으로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버겁다. 국내외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카드 매각에서 가격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은 시간이다. 매각을 질질 끌 경우 언제 또 다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산업은행 대안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조기 매각이 그리 쉽지 않아보이는 만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은행은 비슷한 처지의 대우증권을 인수한 경험도 있다. 산업은행 역시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이 인수할 수 있다”고 이미 공언을 한 상태. 산업은행이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향후 신용불량자 문제 등 금융권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을 반기는 쪽은 LG카드 직원들이다. 한 직원은 “어느 곳에 팔리든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산업은행이 인수할 경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 사금융을 지배하는 것이 결코 모양새가 좋지 않은데다, 사실상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치이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소지도 충분하다.

    외국계에 의한 시장 잠식을 감수하더라도 충분한 자금력과 선진 기법을 보유한 씨티나 HSBC에 팔 것이냐, 아니면 카드 부문 보강을 절실히 원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하나은행에 팔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총대를 맬 것이냐. LG카드의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한 대결은 이런 세가지 가능성을 두고 치열한 물밑 경합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2-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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