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스타탐구]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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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2.18 15:51:04 | 수정시간 : 2003.12.18 16:22:27
  • [스타탐구] 하지원

    야누스적 매력 "여우 같대요"
    조선시대와 21세기를 아우른 근성의 배우, '여자 설경구' 소망






    극과 극을 이루는 상반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배우를 두고 흔히들 ‘야누스’라고 한다. 매 역할마다 변신하고, 최소한 변신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지만 전에 없던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에게 관객은 열광하고 환호한다.

    여기, 아직은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동 세대 어떤 배우들보다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며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바탕이 좋은 배우 한명이 있다. 하지원.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야누스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그를 탐구했다.


    남자 무색한 승부욕



    퓨전 사극 <조선 여형사 다모>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지만 사실 미인형의 얼굴은 아니다. 호러퀸과 섹시걸로 극장가를 점령했지만 확실한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하지원에게는 뚜렷한 무언가가 없다. 하지만 뚜렷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도드라지는 것은 없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있다.

    그것을 매력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표정에는 고집스러움과 당찬 기운이 서려있다. 나이가 좀 들면 한국영화의 ‘팜므 파탈’ 역으로 하지원만한 배우가 없을 듯 하다. 모범생 같으면서도 어딘가 삐딱해보이고, 평범해보이면서도 가슴 속엔 능구렁이 몇 마리를 키우는 것 같다.

    영화 <색즉시공>에서 호흡을 같이 한 임창정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진짜 독종이라는 사실이다. 극중 에어로빅 장면을 위해 하루 다섯 시간 이상씩 연습하는 지원씨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여자지만 웬만한 남자보다 더 승부욕이 강한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 <폰>의 안병기 감독은 “요새 보기 드문 노력파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지만 카메라 앞에서면 고양이를 껴안을 정도의 근성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악바리 근성 때문일까? 하지원은 또래의 배우들에 비해서 필모그래피도 화려하다. 안성기와 출연해 화제를 낳은 데뷔작 <진실게임>은 그저 그랬지만 <가위> <폰>은 공포영화로 흥행에 성공하며 ‘호러퀸’이라는 닉네임을 안겨줬다. 이어서 출연한 <색즉시공>에서는 숨겨뒀던 요염한 관능미를 만방에 떨치며 새로운 섹시 배우로 떠올랐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는 건 그만큼 현장에 오래 머문다는 얘기고, 영화 매커니즘을 일찍이 터득했다는 뜻이다.

    대종상 신인여우상,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 백상예술대상 등 상도 여러 개 받았다. “운이 좋았던 거죠. 전 동시에 여러 개를 못해요. 한가지 일에 빠지면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거든요. 연기도 그래요.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거기에만 집중해요. 그 덕에 감독님들한테 열심히 한다는 말은 들어요.(웃음)” 초, 중, 고교 반장 경력만 8회일 정도로 리더십이 강하고 좌우명이 ‘이길 때까지 하자’라니 그는 천상 도전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늘 독한 것만도 아니다. 편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모임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특히 여행을 좋아한다. 만약 작품이 끝난 하지원과 연락이 안 된다면 어디가를 여행 중이라고 보면 된다. 운동은 승마, 검도, 골프 등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잘한다.

    언젠가 작품 속에서 활용될 때가 있을 것 같아 틈 나는대로 배워두려고 노력한다. “운동이라면 자신이 있는데 수영은 아직 마스터 못했거든요. 하필 <조선 여형사 다모> 찍으면서 수영신이 많아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미리 배워둘 걸 하면서 후회도 했구요.”

    먹는 것도 가리지 않는 편이다. 가녀린 턱선과 매끈한 몸매를 보면 새 모이만큼 먹을 것도 같은데 주로 즐기는 것이 삼계탕, 장어 구이 등 보신음식이다. 한끼라도 굶으면 온 몸에 힘이 없는 것이 촬영?집중이 안된다고. 까무잡잡한 피부는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자장면과 검은깨를 많이 먹어 그런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숨겨진 관능미, 선정성 시비까지

    <역전에 산다> 영화 홍보차 ‘홈런’이라는 노래로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노래보다는 파격적인 무대 의상으로 연일 스포즈지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골반 바지 위로 드러난 아슬아슬한 속옷 끈이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쇼크 먹을 정도였으니 문제가 되긴 됐나 봐요. 그런데 그거 정말 바지 흘러내리지 말라고 코디네이터가 일부러 고민해서 만든 건데. 절대 속옷은 아니구요. 사실 욕 먹는 것은 별 것 아니에요. 진짜 무서운 건 ‘그저 그렇네’라는 반응이죠.”

    새해에는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살인미소 김재원과 찍은 영화 <내 사랑 싸가지>가 개봉하는데 여고생이 대학생의 고급 스포츠카에 흠집을 내 수리비 대신 ‘노비 계약’을 맺으면서 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작품으로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평소 모여서 스터디를 한대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 참 잘한다는 말도 꼭 듣고 싶고요. 아직은 부족한 점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작품이 저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제가 작품을 이끌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평범함에 가까운 외모의 이면에서 거칠게 들끓다가 솟아오르는 힘이 매력적인 하지원. ‘여자 설경구’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kimkija7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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