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신년 경제진단]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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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2.23 16:44:13 | 수정시간 : 2003.12.23 16:44:13
  • [신년 경제진단]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1만 달러짜리 마인드를 버려라"
    경제계의 '미스터 쓴소리', '변화와 실천'으로 2만달러 시대 열어야






    “1만 달러 짜리 정부가 1만 달러 짜리 인재에, 1만 달러 짜리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가리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닙니까. 기업 뿐만이 아니라 정치는 물론 정부와 대학, 의료ㆍ법률 서비스, 노조 등 사회 각 구성 요소가 바뀌지 않고서는 1만 달러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냉정한 현실과 절박한 상황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부 정책 등에 대해 항상 곧은 자세로 제 목소리를 높이는 ‘미스터 쓴 소리’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04년 우리 경제의 화두를 ‘변화와 실천’으로 꼽았다.

    박 회장은 12월 19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부도가 나서 망하기 때문에 기업은 그나마 변화를 실천하려 노력한다”며 “정부, 대학, 의료ㆍ법률 서비스, 노조 등은 조금도 바뀌지 않고 8년째 1만 달러 수준에서 옆으로 기면서, 정부가 소득 2만 달러를 얘기하는 것은 헛소리” 라고 경고했다.

    박 회장은 또 “2004년에는 총선과 정치 자금 수사 등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어, 실천적인 경제 정책이 바로 실행에 옮겨지기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정치 자금 수사로 반 기업적 정서가 높지만 ‘기업가 정신’은 결코 수그러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관련 로드법 분명해야



    -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 헝가리나 포르투갈 등과 비슷한 세계 25위로 조사됐다. 2004년 국가경쟁력 향상을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은.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먼저, 앞으로 남은 4년간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전체적인 로드맵을 보다 명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경제 관련 로드맵은 시장경제주의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설계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많다.

    우선 우리가 갈 목적지가 분명히 서야 한다. 그러나 종착역도 불분명하고 가는 길도 꼬불꼬불한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우왕좌왕해선 안 된다. 지도에 대로(大路)가 나 있으면 좋으련만, 길이 제대로 연결 안돼 중간에 터널을 뚫어야 할 상황이다. 서울을 떠나 부산까지 가기 위해선 대전을 거쳐 대구를 지나간다는 식의 효과적인 국가 경영을 목표로 하는 실천 가능하고 분명한 진로가 드러나야 한다.”

    - 참여정부 출범이래 지난 1년은 기업들의 설비 투자 감소와 내수 침체 장기화, 가계 부채 증가, 심각한 노사갈등 등으로 힘들었다. 지난해의 특징을 평가한다면.

    “사회 전 구성원이 유난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경제는 험난한 한 해였다. 그렇다고 참여정부 들어 이 같은 문제점들이 돌출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정권부터 이어져 온 가계 부채의 증가는 이미 심각한 상태이며 설비 투자 감소와 산업 공동화 현상은 18년째 계속돼 온 과제다. 노사갈등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과거 유산이다.

    이 같은 점들이 쌓이고 쌓여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참여정부에 이 모든 책임을 물을 수 는 없는 일이다. 총체적 시스템의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문제점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는 상태다. 비판이나 시시비비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단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

    - 2003년은 집단 이기주의 등 사회 구성원이 유난히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었는데.

    “‘친노(親勞)’라는 예기가 왜 나왔는가. 최근 노사정위원회에 제출된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이란 로드맵을 보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근로자의 단결권과 단체 교섭권 및 단체행동권?한껏 강화한 대신 기업의 대항권과 권리는 더욱 제약됐다. 노사가 균형을 맞춰 한 쪽으로 기울어진 부분은 서로가 대등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한쪽으로 더 치우친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이 노동자가 억압 받는 ‘전태일 시대’의 노동환경이나 상황도 아닌데 법과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게 기업들만 몰아 세운다면 외국인이나 국내 기업들 중 과연 누가 이 땅에 투자를 하고 기업을 운영하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나서 앞으로 2년 동안 보다 합리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노사관행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 약속이 과연 실천으로 옮겨질지 우려된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나토(No Action Talks Only:실천은 없고 말만 있는) 국가’라는 것도 이 같은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규제와 불안감이 투자의 최대 걸림돌



    - 국부의 원천은 기업이다. 정부로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데.

    “최근 만난 기업인들은 2004년 국내 설비 투자에 대해 열이면 열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단지 ‘친노’ 때문에 국내에 투자를 꺼리는 것만은 아니다. 총체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 분야의 경쟁뿐 아니라 투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치열한 경쟁 시대를 맞았다. 기업들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투자해서 돈이 나올 것 같은 데가 있다면 사채를 얻어 써서라도 투자를 하는 게 ‘기업가 정신’이다.

    단군 이래 국내에 지금과 같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된 적이 없다. 싼 이자에 자금의 유동성 역시 풍부할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공단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인재도 넘쳐 난다. 그런데 왜 국내 설비 투자가 줄어 들고 있는가. 아무리 애국심에 호소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대답은 간단하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불안감 때문이다. 백번 말하지만 규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백전백패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라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는 투자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 2004년에는 세계 경기의 호전과 수출 증대 등으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는 반면, 대선자금 수사와 총선 등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을 더 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내년 4월 총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실천적 경제 정책이 실행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총선 결과에 따라 각종 입법 사항이 바뀔 수 도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 역시 올해의 연장선상에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자금 수사는 전경련 등 재계가 빨리 매듭짓자고 해서 매듭지어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검찰은 재계의 목소리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이젠 검찰의 양식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로서는 수사 기간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고통스럽지만, 수사를 덮는다고 해서 신뢰가 무너져버린 기업의 신인도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앞으로 정치 자금 문제에 있어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매출 3조원 대 기업이나 3,000억원 대 기업이 똑 같은 금액의 정치 자금을 줘야 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 정치 자금 수사와 관련해 반 기업정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 자금에 대한 화살은 기업들에겐 비자금 조성 문제로 모아진다. ‘비자금 후(後)폭풍’으로 기업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각종 송사가 이어지면서 2004년은 고통스러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비난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가 입법화된 마당에 비자금 조성을 위한 기업의 분식 회계 등에 대한 소송들이 꼬리를 물 것으로 전망된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2-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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