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두레우물 육아교실] "할머니가 키우는데…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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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2.24 17:46:00 | 수정시간 : 2003.12.24 17:46:00
  • [두레우물 육아교실] "할머니가 키우는데…괜찮을까"
    지적·사회적 발달이 늦다는데, 사실인가?



    Q. 2돌 반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그 동안은 맞벌이를 하느라 가까이 사시는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키워주셨는데, 시어머니의 육아 방식도 맘에 들지 않고, 아이가 걱정돼서 두 달 전에 회사를 그만 두고 제가 돌보고 있는데요, 지금도 육아에 간섭을 많이 하셔서 너무 힘이 드네요.

    물론 그 동안 키워주신 건 감사하지만, 옛날 분이라서 그런지 손자라고 떠받들어놔서 버릇도 없고, 너무 과잉보호를 해서 애가 응석받이가 된 것 같아요. 다른 애들에 비해 뭐든지 늦다는 생각도 들고 씩씩하지도 못해서 걱정입니다.

    할머니가 키운 애들이 주로 그렇다고 얘기를 들어서 이제는 제 방식대로 키우고 싶은데, 제가 아이를 대하는 걸 보면 애한테 정이 없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일주일에도 몇 번씩 찾아오시고 매일 뭘 먹이는지 물어 보시구요. 아이도 할머니가 뭐든지 원하는 대로 들어줘서 그런지 저보다 할머니를 더 따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권모씨)




    맞벌이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할머니가 키워주는 집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아직도 안심하고 맡길만한 탁아시설이 부족하기만 한 실정이기에, 할머니가 돌봐주지 않는다면 거액을 주고도 맘에 드는 보모를 구하기 어려워 출근 시간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할지도 모르고, 또 아이를 학대한 놀이방 원장에 대한 뉴스를 보며 가슴 졸여야 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양육 불안감,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서부터



    그러나 막상 아이가 만 2~3세가 되어 놀이방이나 유치원에서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엄마들 생각도 달라진다. 조기교육 열풍이 0세부터 시작되고 있는 세태를 보면서 지적인 자극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할머니 양육에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다.

    또 할머니가 키운 아이들은 사회성이 떨어진다더라, 지적인 발달이 늦다더라 등등의 말들이 의미심장하게 들리기도 하고, 여기에 스스로 아이를 키우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까지 더해져 갑자기 다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례 속의 엄마는 아예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직접 육아에 전념하기에 이르렀으며, 할머니로부터 양육문제로 갈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두레우물의 육아교실의 엄마들 중에도 “할머니가 키운 애들이 독립심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ID : leesy66), “시어머니와 멀리 이사를 해서라도 엄마가 양육주도권을 잡아라”(ID : littlebird)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러나 다솜아동청소년연구소(http://www.dasomcai.com) 최미경 소장은 “이는 할머니 양육의 장점은 간과한 채 아이의 지적, 사회적 발달만을 중시한 의견”이라며 “할머니가 키워서 늦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이거나, 엄마가 아이의 연령에 과한 기준을 세워놓고 거기에 못 미친다고 걱정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례 속의 엄마가 굳이 직장을 그만둘 만큼의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고, 엄마가 육아에 전념한다 해도 그 동안 키워준 할머니의 육아 참여를 갑자기 막는 것은 옳지 않다. 고부간에 육아 기준의 차이로 갈등하는 사이, 아이는 가치관에 혼란을 겪을 수도 있으며, 할머니와의 친밀감이 더 강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반항하는 아이로 만들 수도 있다.


    할머니 양육에서 장점을 찾아라



    할머니 양육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그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미경 소장은 할머니 양육의 최대의 장점을 ‘정서적 안정감’이라고 꼽았다.

    일반적으로도 조부모와의 교류는 핵가족 시대의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맞벌이로 아이의 양육을 위탁하는 경우라면 할머니보다 정서적으로 깊은 애착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 2세까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발달 과제는 안정된 애착 형성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이후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수많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의 대부분을 부모와의 애착 문제로부터 찾을 수 있을 만큼 애착 형성은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사례 속의 아이는 할머니 덕분에 만 2세까지의 가장 중요한 과┯?획득한 셈이다.

    만약 할머니와의 애착은 형성된 반면 엄마와의 애착 형성에 부족한 경우라면 엄마는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따뜻함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에게 지나친 기대치를 갖지 말고 만 2세에 맞는 스스로 밥 먹기, 옷 입고 벗기, 손 씻기 정도의 책임감을 주면서 수시로 격려하고 애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3세부터는 할머니 외에 경험세계 넓혀줘라



    만 3~6세는 사회성 발달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부모는 할머니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할머니가 양육할 때 흔히 과잉보호를 한다든지, 외부활동보다는 TV나 비디오 앞에만 앉혀두는 실내활동 위주의 양육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어 발달이 늦거나 의존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라도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중해서 놀아주기’. 놀이는 아이가 주도하도록 하고, 부모는 아이 말에 따라 놀아주며, 놀 때는 전화도 받지 않을 만큼 전적으로 아이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놀이는 할머니가 키운 아이에게 부족하기 쉬운 언어 발달, 사회성과 지적 발달을 도와주고 자립심을 키워주며, 부모와의 애착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더불어 집으로 오는 방문 교사에게 아이의 교육을 맡긴다거나 놀이방에 짧은 시간 동안 보내면서 할머니가 해줄 수 없는 또래와의 놀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부모교육 강좌를 듣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아이의 발달 과정과 좋은 교육 방법 등을 할머니께 공손히 설명해야 한다. 엄마가 할머니의 의견을 존중하며 의논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살아있는 효 교육이 될 수 있다.

    할머니 양육을 대표적으로 일컫는 말이 ‘오냐 오냐’가 아닐까 싶다.

    독립적이고 똑똑하고 씩씩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요즘의 젊은 엄마들에게 ‘오냐 오냐’식 양육법은 크게 잘못된 교육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독립적이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려다가 이기적이고 차가운 성품의 아이로 만들 수도 있다.

    할머니식 손주 사랑을 존중하면서도 아이를 균형있게 교육하려는 노력 속에서 아이는 따뜻하면서도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 인터넷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박경아 자유기고가 koreapka@hanmail.net


    입력시간 : 2003-12-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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