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소버린, 이번엔 LG를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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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3.03 10:49:32 | 수정시간 : 2005.03.03 10:50:38
  • 소버린, 이번엔 LG를 넘본다
    SK와의 경영권 분쟁에 이어
    ㈜LG·LG전자 주식 대거 매입, 노림수에 재계 촉각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소버린자산운용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임스 피터 대표(가운데)가 "필요할 경우 LG그룹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제안을 내거나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 이호재 기자



    한국은 소버린자산운용(이하 소버린)의 ‘놀이터’인가. SK㈜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한동안 국내 재계를 떨게 했던 외국계 투자 펀드 소버린이 또 다시 파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소버린은 지난 2월 18일 자회사인 트라이덴트 시큐리티즈를 통해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와 간판 기업인 LG전자의 지분을 각각 796만주(5.46%), 942만주(5.70%)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투입된 자금은 약 1조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LG그룹은 물론 증권가, 재계 등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과거 행태로 미뤄 소버린이 이번에는 LG를 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자연스레 힘을 얻었다. 소버린 측이 투자 목적으로 “이사회에 권고하거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의구심에 불을 질렀다.

    공시 사흘 뒤인 2월 21일, 소버린은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 소버린은 일단 경영권 확보에 대한 계획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제임스 피터 대표가 “LG의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한편, 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정관을 개정할 의사는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그러나 “필요할 경우에는 경영 성과 또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제안 등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간접적인 경영 참여 의지의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LG그룹 측의 반응도 처음 지분 매입 소식이 알려졌을 때와는 달리 비교적 차분해졌다. 한 관계자는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건설적이고 정당한 주주 권익을 행사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부당한 요구 등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LG·소버린 비공식 만남
    주목할 것은 LG와 소버린이 기자 회견에 앞서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소버린의 제안에 따라 주식 매입 공시 바로 다음날인 2월 19일에 양측 간 비공개 면담이 이뤄진 것이다. 이 면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 인터넷 경제 전문지 ‘이데일리’는 2월 23일 제임스 피터 소버린 대표가 “양측의 만남은 대단히 건설적이고 우호적이었다 (…) 소버린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고 그 동안의 우리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SK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로 소버린의 실체는 항상 의문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베일 속 모습을 알고 있는 국내 전문가는 사실상 전무했다. 그런 까닭에 “소버린을 자세히 소개했다”는 제임스 피터 대표의 발언은 귀를 솔깃하게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하지만 LG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날 면담에서 오간 대화는 덕담 또는 원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알맹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LG가 “부당한 요구에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며 소버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보기에 따라서는 소버린 측이 자신들의 ‘불투명한’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불식시키려고 일종의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추론도 가능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21일의 기자 회견 역시 언론을 활용한 노림수가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자신들이 지분을 대거 매입한 회사와 관련해 기자 회견을 연 뒤 그 회사에 대한 칭찬을 잔뜩 늘어 놓는 배경이 뭐겠느냐”고 반문하며 “그?행태는 우리가 투자한 종목이 좋으니까 당신들도 투자하라고 공개적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소버린은 SK와의 경영권 분쟁을 장기간 이어가는 동안 자신들이 투자한 SK㈜ 종목을 통해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주가 차익을 올렸다. 국내 굴지의 재벌과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 역할을 단단히 했기 때문이다.

    '주가 반등' 소기의 목적 달성
    시장에서는 소버린의 이번 LG 지분 매입에 대해서 일단 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LG나 LG전자의 경우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경영권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함부로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기초한다.

    그럼에도 소버린은 LG 지분 매입 자체만으로도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LG를 노릴 수도 있다는 시장의 분위기가 호재로 작용해 주가 반등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그룹의 한 관계자도 “우리 입장에서는 소버린의 지분 매입을 그다지 파급력 있는 요인으로 보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랠리’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하고 볼 수는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소버린이 매입한 지분이 LG의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도 아니다”라며 “그들이 주요 주주로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나 고배당 등을 경영진에 요구하면 주가도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소버린의 국내 투자 행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투기적 외국 자본에 대한 당국의 감독ㆍ감시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03-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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