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뚜껑 연 새해 재계 임원인사 "성과 못 내면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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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2.06 15:13:16 | 수정시간 : 2007.02.06 15:13:53
  • 뚜껑 연 새해 재계 임원인사 "성과 못 내면 자리는 없다"
    철저히 실적위주로 승진인사… 글로벌 인재 중용 해외시장서 승부



    ‘대기업 CEO(대표이사)가 되려면, 또 임원들 역시 성과로만 말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돈은 (해외로) 나가서 벌어 와라.’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계 주요 그룹들의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공통적으로 던져 주고 있는 메시지다.

    지난 한 해를 결산하고 신년 새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는 2007년 초 재계 그룹들의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와 신상필벌, 그리고 글로벌 경영’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영업을 잘해 회사에 수익을 많이 가져다 준 경영진과 직원들에게는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고 반대로 실적이 부진한 경영진에게는 경질이나 문책이 뒤따른 것.

    해마다 연말 연초면 발표되는 재계 그룹들의 임원진 인사에서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은 예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올 초 행해진 인사에서는 실적 중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기업 총수들은 올해도 열심히 뛰어 빼어난 실적을 올린 경영진 및 임직원들에게는 대규모 승진이나 발탁 인사로 화답했다.

    LG, 실적나쁜 오너 친동생도 문책

    특히 재계의 양대 산맥이랄 수 있는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올 초 임원 인사는 기업들이 실적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하지만 두 그룹은 실적에 입각한 ‘성과주의’ 인사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대비되는 실적으로 인해 엇갈리는 모양새가 주목을 끈다.

    삼성그룹은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인사 원칙을 올해에도 예외없이 확인시켰다. 특히 '보르도 TV'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의 최지성 사장이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양대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인 휴대폰사업 수장인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영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 지난 한 해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거나 '일등 명품'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디지털미디어총괄, 삼성중공업, 삼성코닝정밀유리 등에서 상대적으로 승진자가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472명의 임원이 승진해 2005년의 455명, 2006년의 452명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기록을 세우며 지난 16일 사장단에 이어 17일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삼성측은 “원화 가치 상승과 해외 경쟁업체의 무서운 추격, 견제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낸 임직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승진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특히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모두 12명을 승진 또는 전보하면서도 주요 계열사의 CEO 교체가 최소화됐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는 5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훌륭한 실적을 거둔 현 경영진에 대한 신임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한 생활가전총괄은 책임자가 해외발령을 받은 후 후임 사장조차 임명되지 않은 채 총괄조직으로서 존치 여부가 검토대상이 되는 우울한 상황에 한때 처하기도 했다.

    5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낸 삼성이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잔치’를 벌였다면 LG그룹은 일부 계열사들에서의 상대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새 진용을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LG는 경영진이 새 틀을 갖추는 모양새를 택하면서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분명히 했다. 대표 계열사인 LG전자의 사령탑을 교체하는 등 발탁과 경질 인사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 2004년 1조5,500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 7,030억원으로 줄어든 LG전자가 김쌍수 부회장 체제를 마감하고 오랜 기간 이동통신업계 CEO 경험이 있는 남용 부회장을 선택한 데는 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4대 그룹 중 가장 빠른 지난달 18일 임원인사를 단행한 LG는 LG필립스LCD의 대표이사였던 구본준 부회장을 LG상사로 이동시키고, LG전자의 간판 CEO였던 김쌍수 부회장을 일선에서 퇴진시켰다. 경남 창원공장에서 30여 년을 근무하며 국내 가전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불도저' 김 부회장에게 오랫동안 실적 부진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한 책임을 물린 것으로 여겨진다.

    또 지난해 8,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의 이동도 실적에 대한 문책인사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본무 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LG반도체 대표이사까지 지낸 구 부회장 역시 ‘결국 임원은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룹 대표기업들인 전자와 LCD의 사령탑을 동시에 물갈이한 것은 상대적으로 인화 중심 성향이 강했던 LG그룹의 인사 방식이 ‘철저한 성과 중심’으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또 휴대전화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박문화(사장)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이 경질되고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에는 강신익(부사장) 한국마케팅부문장이 임명되는 등 LG전자의 4개 사업본부장 가운데 2개 사업본부장이 교체된 것도 실적 부진 만회를 위해 LG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쯤 되면 실적을 내지 못하는, 다시 말해 돈을 벌어 오지 못하는 임원들은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글로벌 전자정보통신기업으로 도약하려는 LG전자가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미국 법인의 존 헤링턴, 프랑스 법인의 에릭 서데이 등 해외 법인 마케팅 책임자와 MC 유럽팀장 도미니크 오 등 3명의 현지인을 처음으로 내부 발탁을 통해 임원으로 선임했다.

    한화, 상사맨들 요직에 발탁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주어진 것은 다른 재계 그룹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상 최대의 수주 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도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가 선물로 돌아왔다. 지난해 말 임원 40명을 승진시키고 신규 임원 47명을 선임하는 등 모두 97명의 인사를 단행한 것. 이는 2002년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사로 기록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대적인 인사로 사기진작을 도모하고 이에 더해 분위기 쇄신 효과도 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지난해 대우건설을 성공리에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부문별 책임경영체제 강화 및 부문 내 관련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화학, 항공, 건설 부문에 회장, 부회장제를 도입한 지난달 11월 금호아시아나 사장단 인사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신훈 금호건설 부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건설부문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지난해 예년보다 많은 인원을 승진 발령했는데, 올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은 그룹 위상과 규모가 그만큼 커진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합리경영을 추구하는 그룹 경영방침에 맞춰 새 CEO가 후속 임원인사 및 사업 계획을 챙기게 함으로써 조직 안정 및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경영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달 앞당겨진 사장단 인사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계열사 가운데 FnC코오롱과 코오롱건설의 실적이 특히 좋았던 코오롱 그룹 인사에서도 제환석 FnC코오롱 대표이사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원현수 코오롱건설 부사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같은 직급이지만 대표이사에 오른 것도 역시 성과주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 SK 등 여러 그룹들이 글로벌 경영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는 것도 올해 인사에서 크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CI 개편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자’며 김승연 회장이 일찍이 글로벌 경영 전략을 천명했던 한화그룹은 상사 그룹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발탁되며 ‘해외로 뛰는 한화’를 예고했다. 신임 한화테크엠㈜ 차남규 대표이사는 한화그룹 계열사였던 한국베어링 출신이자 골든벨 상사 등에서 무역영업 업무를 체득한 상사맨 출신으로 해외지사 근무 경험도 풍부하다. 또 대한생명 인수 이후에는 대생의 관리총괄 임원으로 근무했고, 대생의 중국 진출 시 중국법인장을 역임한 국제영업통이다.

    금춘수 부사장(전 대한생명 경영지원실장)의 그룹 경영기획실장 발탁은 김승연 회장의 글로벌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포석으로까지 얘기된다. 금 경영기획실장은 신입사원때부터 국내외 영업과 해외지사 근무를 통해 폭넓은 국제 상거래 경험을 보유한 상사맨 출신. 때문에 김승연 회장의 글로벌 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로 손꼽힌다.

    전반적으로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수평 이동이 많았던 것도 올해 한화 인사의 특징이다. 이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진은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한화그룹은 또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8개팀 1실 체제에서 경영기획실장 이하 투자운영, 전략홍보, 법무의 3담당 부사장 체제로 조직을 대폭 슬림화했다. 이는 기존 구조조정본부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각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강화해 자율적인 대표이사의 업무추진 권한을 강화한 측면이 크다.

    현대차 인사 2월로 늦어져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도 이번 인사에서 글로벌경영 의지를 드러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룹의 중추 회사인 SK㈜가 한국-중국에 이은 새로운 글로벌 성장거점 확보를 위해 SKI(SK International)를 싱가포르 현지에 신설한 것이 첫 출발점. 이 법인 대표로는 유정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기용됐다.

    SKI는 중국 이외의 해외지사를 포괄하는 동시에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총본산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중국서 제2 SK 건설’의 연장선상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중심의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날갯짓에 힘을 더욱 쏟아 붓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중국본부를 CEO 직속으로 이관시킨 것 또한 글로벌 경영 체제를 보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신규사업과 인터넷사업, 중국사업 부문의 성장사업을 책임지는 CGO(Chief Growth Officer, 최고성장책임자)를 김신배 사장이 겸임토록 한 것도 글로벌경영 강화의 포석이다.

    국내 최대 육해공 수송 물류 전문기업인 한진그룹도 경영 실적 개선에 맞춰 정석기업 김종선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사장 2명 등 59명을 승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의 비전을 조속 달성한다는 목표 하에 세계적인 수송물류그룹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글로벌 시각에 역시 중점을 두었다.

    또 계열사별로 수시로 필요에 따라 인사를 실시하는 두산도 각사 이사회 결의에 따라 원동철 두산엔진㈜ 전무를 부사장으로, 정호윤 두산산업개발㈜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총 38명에 대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두산 관계자는 “해외 사업부문의 확대를 위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신세계도 글로벌 경영 강화를 위해 이마트 부문을 총괄하는 심화섭 상무를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주요 그룹들의 인사에 대해 “날로 치열해지는 국내 경제환경과 세계화 추세 속에서 기업들이 앞으로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수익을 더 크게 창출하고 경쟁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하고 있다”며 “성과와 보상이 있는 인사 패턴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노조의 파업 사태와 정몽구 회장의 공판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현대자동차는 예년보다 좀 늦어진 2월께나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해마다 2월에 정기인사를 하는 롯데그룹도 앞선 기업들의 인사 패턴과 관련, 올해는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7/02/06 15:13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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