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분양가 30% 낮춘 아파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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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4.23 15:06:26 | 수정시간 : 2007.04.23 15:06:26
  • 분양가 30% 낮춘 아파트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분양원가 공개 앞둔 주택시장
    이랜드 개발, 청주에 평당 580만원 분양… 홍보비 등 거품 빼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시장이 분양전략을 새롭게 짜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글쎄요, 분양가 상한제라는 ‘캡’을 강제로 씌운다 하더라도 실제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올 초 발표된 1ㆍ11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핵심 내용을 반영한 주택법 개정안이 4월 초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 골자인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원가 공개의 위력에 세간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오는 9월부터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원가가 택지비, 공사비, 설계비 등 7개 항목으로 나뉘어 공개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게 된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의 파급 효과는 올 초부터 주택시장을 강타했다. 향후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확산되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호가 하락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택건설업계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시대에 맞춰 분양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다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하지만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다수 업체는 분양가 책정 방법을 심각하게 재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주택 수요자들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업체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수요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개발은 5월 충북 청주 율량지구에 34평형 아파트 240여 가구를 분양한다. 눈에 띄는 것은 평당 분양가가 580만원으로 정해졌다는 점이다. 주변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800만~900만원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싼 가격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분양가에 수요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는 한편 혹시 낮은 품질의 자재나 인테리어를 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분양가가 나올 수 있었을까.

    거품 뺀 합리적 분양가 속속 등장

    이랜드개발 측이 설명한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분양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택지비가 적게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행사가 부지를 비싸지 않은 금액에 구입을 한 덕분에 가능했다. 두 번째는 광고 및 홍보비, 모델료 등을 지출하지 않음으로써 적잖은 거품을 제거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사업 마진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도 분양가 인하에 기여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이 안 좋은 터라 높은 가격으로 미분양 물량이 나오는 것보다는 조기에 분양을 끝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그렇다고 기본 요구사항이나 옵션을 빼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품질 만족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주변 분양가보다 낮다고 해서 결코 ‘저가’ 아파트는 아니며 다만 수요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개발 측은 이 밖에 통상적인 하도급 관행을 벗어나 나름의 하청 원칙을 세운 것도 원가 절감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공사 내역을 꼼꼼히 따져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소화한 뒤 나머지를 하청으로 넘긴다는 것.

    일반적으로 아파트 건설 공사는 여러 단계의 하청업체를 거치게 되는데 상당수 시공업체들은 턴키 방식으로 하도급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이윤을 확보한 뒤에는 실제 공사의 대부분을 통째로 하청업체에게 떠맡기는 것. 이렇게 되면 결국 하청단계만 늘어나 원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사업 물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도 고분양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시들한 반면 저분양가 아파트가 뜰 조짐이 적잖이 감지된다. 지난 1월 최고 80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분양을 끝낸 경기 용인 흥덕지구 경남 아너스빌가 진원지다.

    시공사인 경남기업은 흥덕지구 아너스빌 기본형을 평당 908만원에 분양했다. 당시 주변 분양가가 평당 1,350만원 선이었던 점에 비춰 매우 싼값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것도 분양만 받으면 쏠쏠한 시세차익이 확실하게 보장됐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 "저가 분양전략 쓰지 않겠다"

    하지만 경남기업은 흥덕지구 아너스빌이 결과적으로 저가 분양된 것일 뿐 의도적으로 저가 전략을 쓴 게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땅값은 높게 쓰고 분양가는 낮게 써낸 업체에 공공택지를 불하하는 채권병행입찰제에 의거해 매입한 택지에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에 그런 가격이 나왔다는 것이다. 채권병행입찰제는 여러 문제점이 제기돼 용인 흥덕지구에 딱 한 번 적용된 뒤 폐지됐다.

    이 회사 윤흥식 상무는 “흥덕지구는 매우 여건이 좋은 택지여서 아너스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경영 전략 아래 아파트를 지었다”며 “그 때문에 애초 이익이 얼마 나지 않더라도 (낮은 분양가에)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시대라도 경남기업은 ‘저가 분양’ 전략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턱없이 싼값에 분양했다가는 빅모델 배용준을 기용하는 등 공들여 쌓은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 전략을 탄력적으로 가져간다는 원칙은 세워 놓았다.

    하반기 2,000가구를 분양할 예정인 경기 파주 탄현지구에서는 거센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인근 운정지구와 달리 거품을 최대한 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윤 상무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돼도 무작정 싸게 팔 수는 없다. 다만 거품을 뺀 합리적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주택업계는 메이저든 마이너든 분양가 책정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다. 상당수 업체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9월 이전에 현재 예정된 분양 계획을 서둘러 진행, 최대한 고분양가의 끝물을 챙기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현재 원가 구조로는 분양가 상한제 아래서 적정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은 아파트 분양가에 거품이 엄청 끼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며 “주택 이외의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메이저 건설사들의 경우 마진율은 8~10% 정도로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전혀 폭리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대기업 계열 건설업체 A사 관계자도 “과거에 시공사가 택지를 분양받아 직접 아파트를 지을 때는 개발이익을 포함해 20% 이상 이윤을 남기기도 한 게 사실이지만 시행사가 부지를 구해오면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요즘 구조에서는 5~8% 정도 수익만 나도 괜찮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 동안 아파트값이 폭등한 데 대해서는 주택경기 영향이 가장 컸다는 지적이다. 주택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발하고 그것이 다시 가격 인상에 불을 붙이면서 거품 확대의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몫 잡으려고 의도적인 고분양가를 책정한 일부 건설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분양가의 원인은 단지 건설업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택시장에서 이익을 노리는 모두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지방 소재 대형건설업체 H사 관계자는 “평당 수십만원짜리 택지가 건설업체에 분양될 때는 수백만원으로 뛰고 다시 아파트로 지어져 분양될 때는 또 수백만원의 차익이 붙는다”며 “이 과정에서 시행사, 시행사에 돈을 대주는 금융기관, 시공사, 떴다방 같은 악덕 부동산업자, 일반 투기꾼들이 모두 가세하면서 부풀려져 결국 마지막에 분양받는 서민들만 덤터기를 쓰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양가 검증 장치 마련해야

    건설업계로선 폭리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고분양가의 원흉처럼 지목되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수요자들과 맞닥뜨리는 것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업체인 까닭에 고분양가 책임의 굴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김성달 부장은 “최근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사례가 나오는 것은 그동안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했다는 증거로 보이지만 일단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고분양가 논란을 빚는 아파트가 많은 만큼 건설업계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택법 개정으로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하지만 여기에 소비자 권익을 대변할 전문가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분양가를 엄격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대가 예고되면서 또다시 불붙고 있는 분양가 논쟁. 과연 힘없는 서민들도 주택업계가 말하는 ‘합리적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날은 오는 것일까.


    입력시간 : 2007/04/23 15:0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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