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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14:43:42 | 수정시간 : 2003.10.05 14:43:42
  • [노트북을 접으며] 진보의 현재와 당위


    ‘환멸을 직시하라.’

    한상진 교수가 노무현 정권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우려 섞인 당부였다.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한국인, 즉 386세대가 하나의 세력으로서 갖는 의미라면 현 정권의 창출자인 동시에 그에 대한 환멸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노 정권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 386세대가 온몸을 바쳐 구축해 온 사회적 근간은 곳곳에서 균열을 겪고 있다. 체제 관리 능력은 물론, 현 정권의 경륜 부족까지도 걸핏하면 수면위로 부상하는 실정이다.

    이런 때, 우리를 위안하는 것은 우리가 견뎌 낸 지난 시절이다. 가깝게는 좌경 급진 사상이 범람하고 인공기가 휘날리던 혼란의 1980년대를 힘겹게 관통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었다.

    그는 “국민 기초 생활 보장, 사회 보험 제도 확충 등 당시 이뤄낸 사회 안전망은 우리의 사회적 자산으로서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펀더멘탈에서 출발, 노사정 대타협 등 사회적 협력을 담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인권 분만’에 대한 뉴스를 보고는 많이 놀랐다고 했다. 산모들이 줄줄이 누워 고통을 호소하는 기존의 병원에서는 뱃속의 아이가 그 소리를 듣고 지레 겁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용한 데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산모와 아이가 서로의 호흡을 듣게 한다면 모두에게 고통 없는 분만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의식과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적 맥락에 맞는 ‘제 3의 길’이 현실적 선택으로 남아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고유의 정신적 유산인 민본(民本)적 전통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당한 혼란에 대한 해법을 과거의 전통에서 건져 올릴 때이며,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좌도 보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지 않았다. 386의 정신적 수장은 환멸을 넘어 선 사회적 대타협을 요청하고 있었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3-10-0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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