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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20:14:37 | 수정시간 : 2003.10.05 20:14:37
  • [데스크의 눈] 권력의 숙명


    시중에 나돌고 있는 우스개 소리 한토막.

    # 양길승 ‘몰카’이후 가장 확실한 청탁법은?

    1)상대를 나이트클럽 밀실로 부른다 2)몰래 카메라를 찍는다 3)테이프를 방송국으로 보낸다.

    ‘몰카’ 사건에 휩쓸린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사표가 최근 수리됐으나 시중에는 갖가지 억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술자리에 갔던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인 정모씨의 역할과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는 또다른 동기 이모씨, 키스나이트 클럽 대표 이원호씨의 과거와 전방위 로비 행태 등은 그 정황상 말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몰카’의 배후를 추적하는 검찰수사가 SBS측의 저항으로 난관에 봉착하고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언론을 성토하는 e멜을 비서실 직원들에게 보내자 억측은 또 다른 억측을 낳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나 만날 법한 술자리 ‘몰카’ 사진이 공중파 방송을 타고 안방까지 전달되고, 그 테이프로 온 나라가 뒤집힐 듯 난리를 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 진행 과정이야 어떻든 우리 사회의 저급한 수준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테이프를 놓고 방송사와 검찰 권력간에 밀고 당기는 몸싸움도 볼썽사납다. 언론의 취재원 보호와 검찰의 법 집행이 상충될 경우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법규나 판례가 없다는 것은, 말하자면 우리가 아직 성숙한 민주사회로 갈려면 한참 멀었다는 뜻이다.

    사태를 수습하는 청와대의 일처리는 노건평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 때와 마찬가지로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욕구도 거의 채워주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문 수석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멜에서 양 전 실장의 향응 파동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문제에 대해 아무런 분별력이 없으며, 술자리 참석 자체가 큰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마구 써댔다”고 분개했다. e멜 내용만 보면 노 대통령의 참모진은 아직도 권력의 숙명과 언론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느낌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첫 백악관 참모진이 보여준 언론에 대한 피해망상을 보는 듯하다.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 마저 최근 펴낸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을 공격적으로 적었다. 그 대목은 이렇다.

    “1993년 5월 19일 정오 브리핑에서 디 디 마이어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래벌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백악관 여행국장의 해고 사실을 발표했을 때 기자실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정부는 국가만이 아니라 언론의 재정적 이익에도 신경을 써주고 있었는데, 기자들은 친분이 있는 고위관리가 해고됐다는 사실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 자리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먼 친척이자 여행사 경험을 지닌 백악관 직원이 맡자 언론은 ‘정부가 아마추어이고 정실 인사를 한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친분 있는’ 여행국 직원이 해고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후임 인사를 ‘아마추어’, ‘정실인사’ 운운하며 흠집을 내려 하다니…. 힐러리의 그런 시각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전세계 모든 언론인들이 사사로운 이해 관계에 따라 마음대로 펜대를 휘두르는 사이비들이란 말인가?

    그 뿐이 아니다. 힐러리는 “클린턴 행정부에 들어온 아칸소주 출신 변호사들의 도덕성과 능력을 싸잡아 공격하는 악의적인 사설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잇달아 실렸다.(중략) 로즈(법무법인)출신의 동료들과 백악관을 부패의 소굴로 지탄하는 사설이 한달 내내 계속됐다”고 분개했다.

    클린턴의 백악관이 초창기에 언론의 공격을 받은 것은 그녀의 고백대로 ‘아칸소주 출신의 클린턴 팀이 기존의 워싱턴과 워싱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신출내기’였고, 기자들이 사이비였기 때문일까? 부분적으로 그럴 수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권력과 언론간의 관계가 원래 그렇다. 권력의 숙명이고 언론의 존재 이유다. 권력의 일탈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은 그 속성상 권력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다. 힐러리의 불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권력의 대응이다. 클린턴은 언론의 도전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재선의 기회를 잡았지만 참여정부는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파문이 커지면 무조건 언론 탓으로 돌린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해결하기 보다는 ‘악의적인 언론 때문에’를 되뇌인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더 키우기 일쑤다. 시중에는 이런 우스개 소리도 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시골의 이장보다도 못한 이유

    1)이장도 그렇게 말을 자주 안 바꾸고 2)이장도 그렇게 혼자 잘난 척 하지 않으며 3)이장도 그렇게 제 새끼만 ː?돌지 않는다.

    휴가에서 돌아온 노 대통령이 이 우스개 소리를 웃고 넘길 때가 아니다.



    이진희 부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 2003-10-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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