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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8:34:30 | 수정시간 : 2003.10.06 18:34:30
  • [어제와 오늘] 북한의 화법과 김정일


    조선중앙통신 9월 26일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850호 발표문의 일부다.

    “이것은 남과 북도 가려보지 못하고, 앉을 자리 설 자리도 모르는 자들의 어리석고 무분별한 망동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남조선 국회의 ‘문광위원회’가 감히 어디서 누구를 ‘감사’한단 말인가. 우리 공화국은 수뇌부와 군대, 인민이 일심단결되어 선군(先軍)의 기치에 따라 부강번영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는 존엄 높은 주체주의 강국이다. 우리는 ‘사찰’이요 ‘검증’이요 하면서 핵 문제를 걸고 벌이는 미국의 오만무례한 행위도 단호히 물리치며 자기의 존엄과 자주권을 굳건히 하고 있다.”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김령성 단장은 27일 남측대표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좀 부드럽게 말했다. “남측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오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이른바 방북 국정감사라는 것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남측 국회는 우리의 주권을 감히 모독하고 침해하며 북남관계의 기초를 흔들어 놓으려는 천만부당한 조치에 대해 즉시 철회하고 공식 사죄해야 된다”고 보냈다.

    국회 문광위 배기선 위원장은 “문광위의 방북 목적은 유경 정주영 체육관 개관식 참석과 통일농구대회 참관을 위한 것이며, 이 기회를 활용해 평양과 개성 등지의 문화재와 관광자원을 답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획된 방북이 당초 일정대로 추진, 성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조평통 서기국 발표의 투박성 보다 김 단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국회의 “이제는 따질 건 따진다”는 대북 태도 변화에 대한 제동이다.

    또한 특검의 칼을 들게 한 국회에 대한 헐뜯음이다. 이는 “남조선 국회가 그 무엇을 진짜 ‘감사’하려 한다면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위해 의로운 일을 한 사람들에게 특검의 칼을 휘둘러대는 반 통일 분자들에게 해야 하며 남조선 인민들의 존엄과 자주권을 참혹하게 짓밟고 헤아릴 수 없는 불행과 재난을 강요하는 남조선 강점 미군의 죄악부터 따져야 한다.“는 조평통의 성명에서 드러난다.

    북한의 기다린듯한 두 성명을 보면 이런 성명의 주동자는 집권2기를 맞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요즈음 심사가 깊게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2000년 10월 15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예상을 뒤엎고, “주한 미군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냉전이 진행되며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군부 내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찬반 입장이 50대 50으로 나뉘어 있고 외무성 안에도 내가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한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한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 여기 있고, 남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미군 주둔에 반대한다”고 그가 북한 여론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말했다. 올브라이트가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말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제3국에 영향을 주는 것은 빼고”라는 전제를 했다고 회고록 ‘마담 세크리터리’에 적고 있다. 김일성 주석 사후 그가 6년째 통치하고 있는 나라에 ‘여론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동아’, ‘뉴스 플러스’ 기자를 했으며 지금은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는 손광주. 그가 올브라이트의 회고록이 나오기 전 9월 5일 발간한 ‘김정일 리포트’에는 전혀 다른 해석이 있다.

    “남북 협상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군부 강경파들의 이견이 있어 남한의 주장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는 실제 군부 강경파가 있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남한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기 위해 군부강경파를 들먹이는 것이다.” “김일성은 ‘청와대 습격사건’, ‘8ㆍ18 도끼사건’에 유감을 표명 할 때도 ‘군부 내 일부 맹동(盲動)주의자의 소행’이라고 쓴 바 있다. 이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용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손 연구원은 북한을 탈출, 한국에 온 탈북자와 망명자 50여명을 진실을 캐는 입장에서 추적해 결론을 내렸다.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는 오로지 김정일 만이 결정할 수 있다. 김정일은 개혁 개방으로 나가고 싶은데 군부 강경파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는 표현은 ‘김정일이 개혁개방으로 나가기 싫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전 (94년 7월 8일)에 이미 군부를 장악하고 있었음에 틀림없고, 2003년 8월 현재까지 김정일의 군 장악에 의문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북한은 군이 우선한 나라며 ‘김정일 군의 나라’라고 결론 내렸다.

    체코 망명외교관의 딸인 올브라이트는 1997년 퇴임한 폴란드 이민 출신막?합참의장이 된 존 샤리카스빌리와 가까웠다. 두 사람이 퇴임식장에서 나란히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느 장성이 말했다. “두 사람은 전쟁과 평화”라고. 그때 샤리카스빌리가 코멘트 했다. “누가 평화고, 누가 전쟁이요?” 올브라이트는 대답치 않았지만 그녀가 평화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번 조평통 성명 850호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는 한반도에서 “평화의 인(人)일까, 전쟁의 인(人)일까.” 답은 하나다. 그는 “전쟁이 평화다”는 빅 브라더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3-10-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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