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People] 비자금 덫에 걸린 재계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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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9 18:43:50 | 수정시간 : 2003.10.09 18:43:50
  • [People] 비자금 덫에 걸린 재계 수장
    손길승 전경련 회장, 사법처리 위기

    전문 경영인으로서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 자리에 오른 것도, 재계를 상징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은 것도 모두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손길승 SK그룹 회장에게는 남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재계의 마당발’이라고 불릴 정도의 폭 넓은 대인 관계와 강력한 업무 추진력, 그리고 오너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사심 없이 일할 것이라는 내부로부터의 신뢰까지. 1998년 그룹 회장직을 맡은 이후 그의 앞길은 늘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전경련 회장직에 오르면서부터 상황은 180도 반전됐다. 검찰이 SK그룹을 급습한 것은 그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지 정확히 열흘 째가 되던 날(2월17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을 필두로 한 ‘SK 사태’의 시작이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재계 3위의 SK그룹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이었다. 검찰의 표적이 된 것은 최태원 회장이었지만, 그룹의 총수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그 역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8개월 뒤. 살얼음판을 걷던 그의 사법 처리가 임박했다. SK해운을 통해 1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일부를 2000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 때 여ㆍ야 정치인 4,5명에게 전달했다는 혐의. “SK에서 마련한 돈은 정치권에 관행적으로 제공하는 대가성 없는 정치 자금”이라는 그의 해명도 그저 공허하게 메아리 칠 뿐이다.

    평사원으로 65년 SK(당시 선경직물)에 입사해 그룹 경영기획실장, SK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SK구조조정본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그는 고(故) 최종현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했다. 98년 고 최 회장 사후 당시 38세였던 최태원 회장의 후견인으로 그룹 회장에 취임하며 “(최 회장이 자리 잡을 때까지) 1~2년 정도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했던 그였다.

    하지만 벌써 5년. 최 회장이 SK글로벌 분식회계 등 혐의로 7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다 겨우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이번에는 그가 영어(囹圄)의 몸이 돼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억측이겠지만 혹시 지금쯤 그룹 관계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당초의 약속대로 최 회장이 자리를 잡을(풀려날) 때까지 책무를 다하고 이제 짐을 안은 것이 아닐까”라고.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0-0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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