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노트북을 접으며] 환장할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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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15 11:47:52 | 수정시간 : 2003.10.15 11:47:52
  • [노트북을 접으며] 환장할 부동산 정책


    이런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자. 환자가 종합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의사들마다 진단이 제각각이다. 피부과 의사는 내과 소관이라고 하고, 내과에서는 외과에 책임을 떠넘긴다.

    외과 의사는 제대로 파악이 힘들지만 외과에서 치료는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한참을 질질 끌다 “혹시 모르니 여러 가지 수술을 동시에 받아보자”고 한다. 한 개그 코너처럼 우스꽝스런 몸 동작과 함께 “환장하겄네”를 외쳐대기라도 해야 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2년 넘게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을 둘러 싼 요즘 정부의 대응이 바로 그 짝이다. 벌써 처방은 열 번도 넘게 실패했다. 그런데도 아직 병명 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누구는 넘쳐나는 시중 부동자금 탓을, 누구는 공급 부족 탓을, 또 다른 이는 교육 문제 탓을 한다. 그러니 처방도 판이할 수밖에 없다.

    “주택 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2012년까지는 수요 초과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에 향후 주택 공급 물량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게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 해법이다.”(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부동산 값 상승은 주택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저금리에 따른 수요의 문제다.”(최종찬 건교부장관)

    “강남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은 천민적 교육 제도에 있다”(박 승 한은 총재) 최근 며칠 새 부동산 급등과 관련한 정부 고위 관료들의 진단은 서로 꼬리를 물며 책임을 전가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윤덕홍 교육 부총리 역시 매스컴의 지원 사격에 고무돼 판교 신도시 교육 단지를 백지화하겠다고 큰 소리쳤다.

    물론 지금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어느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더더욱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 문제도 그렇고, 저금리나 공급 부족도 그렇고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 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턱대고 금리를 올렸다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는 못한 채 기업들의 투자 심리만 더욱 위축시킬 수 있고, 특목고 확대나 학원 단지 이전 등의 정책은 자칫 사교육의 문제점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책임 전가 끝에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마치 무슨 ‘종합 선물 세트’나 되는 듯 이런 저런 정책을 총동원하는 ‘종합 대책’에 국민들은 매번 가슴을 쓸어 내린다. 오죽하면 증시로 유입되는 부동산 자금에 대해 양도세를 면제해 주자며 증권사 사장들이 터무니 없는 ‘사이비 처방’을 내 놓았겠는가.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0-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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