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국어생각] '사사'는 '가르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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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5.16 13:49:57 | 수정시간 : 2007.05.16 13:49:57
  • [국어생각] '사사'는 '가르침'이 아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세종대왕의 탄생을 기념하여 정한 스승의 날에는 많은 사람이 옛 스승을 찾아보기도 하고 문안 편지나 꽃을 보내기도 한다. 언론에서는 어느 정도 성취한 문화예술인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학맥이나 사제 관계를 밝히기도 한다. 이때 으레 등장하는 말이 ‘사사’다. ‘사사’가 쓰인 몇 예를 본다.

    ①춤소리 무용단 양혜진 단장은 전통과 창작 춤을 조흥동 선생께 사사받았다.

    ②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남화(南畵)를 마쓰바야시 게이게쓰에게 사사받았다.

    용례 ①, ②에서는 ‘사사받다’가 ‘배우다’, ‘지도받다’의 뜻으로 쓰였다. ‘사사’를 ‘가르침’, ‘지도’ 정도로 본 것이다.

    그러나 ‘사사’는 ‘가르침’만을 뜻하지 않고 ‘스승으로 섬김,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을 뜻한다. 이때 ‘사사(師事)’의 ‘사(事)’는 ‘섬긴다’는 뜻으로 쓰인다. ①, ②의 ‘사사받다’는 ‘사사하다’ 또는 ‘배우다’, ‘지도받다’로 고쳐야 한다.

    ‘사사하다’는 다음의 ③, ④처럼 ‘…에게서 …를/을’ 또는 ‘…에게 …를/을’의 방식으로 쓰인다. ‘에게’, ‘에게서’ 앞에는 스승이 오고 ‘를/을’ 앞에는 배우는 대상이 옴은 물론이다.

    ③그는 김 선생에게서 판소리를 사사하였다.

    ④그는 김 선생에게 판소리를 사사하였다.

    다음 ⑤는 ③, ④가 다소 변형된 용례이다. 이 역시 ‘사사하다’의 용법으로 별 문제가 없다. 이 경우 ‘우봉을 독선생(獨先生)으로 섬기며 춤 선생으로 그 가르침을 받기’로 해석할 수 있다.

    ⑤권려성은 우봉을 독차지해 춤을 사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사하다’는 ⑥, ⑦, ⑧처럼 ‘…를/을’의 방식으로도 쓰인다. 이때 ‘를/을’ 앞에는 스승이 온다.

    ⑥현양 씨는 작곡가 손석우 씨를 본격적으로 사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⑦나이젤 케네디는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에서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다.

    ⑧그는 여러 명인을 사사하며 남사당, 한국민속가무예술단, 낭랑악극단, 리틀엔젤스 등을 거쳤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용례 ⑨, ⑩은 문제가 보인다.

    ⑨박 원장은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새로운 주사법을 사사하고 수차 시술한 경력이 있다.

    ⑩주변에서는 재즈 연주자에게 사사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많이 해 주세요.

    ⑨의 의도는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새로운 주사법을 배워 익혔다는 것이겠지만 ‘사사하다’의 용법에 따르면 ‘새로운 주사법’을 스승으로 삼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는 ‘~ 새로운 주사법을 …에게서 사사하고 ~’ 또는 ‘~ 새로운 주사법을 배워 익히고 ~’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⑩에는 배우는 대상이 없다. 물론 ‘재즈 연주자’가 언급되었으니 ‘재즈’와 관련한 분야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알 수는 없다. ‘…를/을’을 보충하여 배우는 대상을 밝히든지 ‘재즈 연주자에게’를 ‘재즈 연주자를’로 고치든지 하는 편이 낫다.

    ‘사사’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본인이 의사소통에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가르친 스승에게도 누(累)를 끼치게 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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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05/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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