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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4:15:38 | 수정시간 : 2003.10.02 14:15:38
  • [대통령, 좀 봅시다] 청와대는 해결사?
    국가적 현안, 정부 제치고 청와대와 담판





    “참여정부의 1인자는 시스템”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여전히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는 현안들이 많다.



    조흥은행 매각과 교육행정정보시시템(NEIS) 문제는 청와대가 개입해 오히려 화를 키운 경우지만 분쟁 당사자들은 청와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임단협이 본격화하는 6월부터는 노동현장에서 주5일 근무제 입법화 등을 놓고 청와대의 이름을 목놓아 부를 전망이다.




    ◇조흥은행 매각





    조흥은행 노조는 5월27일 자신들의 대화 요청을 청와대가 전격 수용함에 따라 총파업을 연기했다. 노조는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노조 간부 등과 가진 3자 회동에서 조흥은행의 독자생존 능력을 기준으로 매각 여부를 판단하기로 합의했다며 약속 이행을 촉구해 왔다.



    청와대의 대화 수용은 노조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금융권에서는 개별 은행의 매각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함으로써 매각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1월에 성사된 3자 회동에서 노 대통령과 노사가 은행 재실사에 합의함으로써 매각 작업은 2개월 이상 지연됐다. 또 재실사를 맡은 신한 회계법인의 매각 가격이 1차 실사때 보다 높게 책정돼 매각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국제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한지주측도 최근 조흥은행의 카드 부실 등이 1년 후에 추가로 드러날 경우 이를 정부가 보상해 달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각 협상이 꼬여가는 형국이다.



    노조측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청와대의 태도에 금융권의 반응을 싸늘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인이 자신의 자산을 팔기로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는데 노조의 눈치를 보아야 할 만큼 조흥은행 매각은 이미 정치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노조에 대한 청와대의 대화 수용은 노조가 갖는 정치ㆍ사회적 특수성을 감안한 조처일 수 있지만 그간 매각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흥은행 매각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지 못해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실토했다. 청와대와 노조의 대화 결과에 따라 조흥은행 매각은 물 건너 갈 가능성도 있다. 그와 함께 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사실상 중단되게 된다.




    ◇교육대란 부른 NEIS ‘오락가락’ 결정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시행을 유보에서 6개월 연기, 다시 사실상 전면 시행으로 번복함으로써 교육현장은 또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NEIS의 중단을 목표로 연가투쟁을 선언한 전교조의 힘에 밀려 교육부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가 교총의 주장과 기존 교육부 방침에 의거해 다시 시행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실상은 청와대의 개입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교조의 조직적 투쟁에 이은 ‘윤덕홍 교육 부총리 퇴진’등의 역풍이 밀려들 태세다.



    윤 부총리의 오락가락 행보에 따라 교육 현장은 한국교총과 한교조 vs 전교조에서 교육부 vs 전교조의 대립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육부내에서도 윤 부총리의 행보를 비판해온 실무자들간에 메울 수 없는 골이 생긴 상태다.



    교육부가 우여곡절 끝에 NEIS 강행방침을 밝혀지만 그간 윤 부총리는 시내 모처에서 청와대 인사만 만나면 입장이 바뀌어왔다.



    처음에는 NEIS를 폐기하고 이전 시스템인 CS(Client server. 단위학교내에서만 접속이 가능한 폐쇄형 시스템)로 돌아갈 경우 대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해 왔다.



    그러나 윤 부총리가 시내 모처에서 청와대 문재인 정무수석, 이미경 의원(민주당),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ㆍ차상철 사무처장과 2시간 동안 극비 회동하고, 이튿날 오전 청와대를 다녀오면서 입장을 바꿨다. 교육부 관료들은 즉각 “청와대가 개입하면서 모든 게 뒤집혔다”고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제기했고, 노 대통령도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뜻을 피력했다.



    물론 청와대의 개입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최근 힘으로 모?것을 이루려는 전교조의 투쟁방식에 ‘법대로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는데, NEIS 사태가 중재없이 흘러갈 경우 전교조 소속 교원들에 대한 강경 처벌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서 청와대측은 파국에 이르기 전에 중재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윤 부총리는 시스템 보완을 통해 NEIS를 사실상 전면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전교조는 또다시 힘의 논리를 앞세워 제지할 태세다. 다시 파국을 맞은 교육현장은 또한번 청와대를 쳐다볼 게 틀림없다.




    ◇6월 태풍의 눈





    예년 같으면 노동계가 한창 쟁의조정신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시기지만 올해는 임단협이 지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계의 산별교섭 요구 때문이다. 그간 개별교섭을 벌여 ‘춘투’를 주도해 왔던 금속ㆍ금융ㆍ보건의료노조 등이 현재 산별교섭 중이거나 이를 앞두고 있다.



    금속연맹은 7월2일 총파업을 위협하며 산별교섭 중이다. 금융업계의 산별교섭은 6월 첫째 주부터 시작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아직 탐색중이다.



    금속노조는 주5일 근무제와 근골격계 질환 대책,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 해소 등을, 보건의료노조는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직권중재 폐지 등을, 공공연맹은 공공예산, 투자기관의 임금제도 개선,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산별교섭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주5일 근무제만 해도 국회에서 한달 가까이 정부안을 논의 중일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안에 대해 민주노총등은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빌미로 근로기준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려 하면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6월20일부터 노숙투쟁 등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투쟁 강도를 높일 경우 정부나 노조나 모두 노 대통령만 쳐다볼 것이다.



    노조의 요구 수준이 기업의 이해와 충돌하면서 청와대 앞은 노조의 투쟁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하겠지만, 그것은 매번 노조의 손을 들어준 청와대가 자초한 일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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