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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7:31:45 | 수정시간 : 2003.10.02 17:31:45
  • [싱글族] 싱글즈의 일ㆍ꿈, 사랑, 그리고 섹스




    박현정





    싱글은 자아(self)다. 싱글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치열한 삶의 과정인 동시에 스스로 인생을 키워 가는 코드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에 열정적이며 변화에 항상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진 싱글은 그래서 자신만의 스타일(style)이다. 싱그럽게, 하지만 열정적으로, 때론 분위기에 맞춰 쿨(cool)하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싱글은 사계절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삶의 맛을 갈구한다.



    싱글은 아프리카다. 길들여 지지 않은 야생 동물이니까. 누군가를 사귀면 상대방에 맞춰 자의든 타의든 변화하게 마련. 싱글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내 모습, 내 생활 방식 그대로를 지향한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취향과 행동거지, 사고 방식에 관대하다. 싱글은 혼자가 아닌 상대와의 끊임없는 교감(intercourse)이다. 삶의 욕구와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시대 싱글 남녀 4명이 얘기하는 그들의 일, 꿈, 사랑 그리고 섹스에 대해 들어 봤다.




    일과 꿈






    끊임없는 도전, 역동적인 삶





    입사 4개월 만에 SM5 월 17대, 3년 만에 총 3,000대를 팔아 치우며 단기간에 르노 삼성차 중구지점 영업팀장으로 발탁된 박현정씨(35).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다양한 경력의 싱글 여성이다. 스튜어디스, 서비스 강사, 인사과 직원, 보험회사 판매직원 등 그가 좇아 온 일련의 변신은 일에 대한 성취욕과 자신을 흥분 시키는 끊임없는 도전 의식과의 동의어이다.



    치열한 영업 시장에서 싱글 여성이란 꼬리가 간혹 걸림돌이지만 그녀에게는 오히려 자존 의식의 근원이다. 고객에게 구걸하다시피 반 강제적으로 떠넘기는 영업은 절대 안 하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바로 자존심 영업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금세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특유의 흡인력이 영업 비결. 글래머 룩이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일과 사생활에 있어 그녀의 절제 있고 명쾌한 구분은 프로 싱글답다.



    최근 그는 또 일탈을 꿈꾼다. 3년간 영업에 매달려 돈과 숫자에만 쫓기다 보니 소진됐다는 느낌 때문인가. 박씨는 올 늦가을쯤 아프리카로 자원 봉사를 떠날 계획이다. 한 6개월정도 모든 걸 잊고 아프리카에서 스스로를 풀어 주고 싶다는 꿈이다. 지금도 수입차 회사 등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지만 당장은 새로운 동인을 느낄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싱글 만의 혜택이니까.” 박씨는 요즘 골프에 미쳐있다. 골프가 그냥 좋아서다. 다양한 경험을 갈구하는 그는 앞으로 삶 역시 역동적일 것이라고 예감한다.



    서울보증보험 채권관리팀에 근무하는 박시윤(30)씨는 주로 신용불량자를 상대로 각종 변제 플랜을 만들고 채권을 추심하는 경력2년의 싱글 남이다. 등기부 등본 한 통만 보면 상대의 재무 상태를 파악할 정도인 박씨는 마라톤과 인라인 스케이트 등을 즐기는 활달남인 동시에 위풍당당함이 무기다.



    박시윤



    또 자동차 ‘소렌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세차 분과 위원회 위원장’으로 불릴 만큼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 “자동차 후미에 먼지가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뒤통수가 화끈할 정도”라는 ‘깔끔 대왕’이다. 수려한 외모에 걸맞게 방송국 아나운서가 꿈이던 그는 실제로 입사 전 지방 한 방송국에서 잠시 아나운서 활동을 했다. 그러나 “역시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 와 금융전문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싱글 라이프가 “일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최대한 시험해 보고 도전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은 채권이 주 종목이지만, 다음 주제를 보험 업무로 설정해 둔 것은 금융 전문가라는 꿈에 다가서기 위한 나름의 스텝이다. 금융의 모든 종목을 하나씩 익혀 가며 종합 금융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이다.



    그는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맞춰 기회 닿는대로 회사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것도 싱글이니까 가능하다”며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지기 전까지 다聆?경험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






    코드 맞추기… 연애와 결혼은 별개





    박현정씨의 휴대폰 컬러링은 자두의 ‘김밥’이다.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 같은~” 사랑을 꿈꾸는 것은 대학 때나 나이를 먹어도 변함이 없다. 30대초 자신의 강한 소유욕(막내 기질 때문이란다) 탓에 2년간 사귀던 ‘남친’과 헤어진 후로 남자 보는 눈도 변했다. 외모보다 상대의 사고방식, 공통 관심분야, 상황에 맞는 행동양식 등 내면적인 코드가 사랑의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재미없이 사는 것은 딱 질색이다.



    “사람들이 조직 생활에 파묻혀 진정한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래서 자기만의 재미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좋다. 30세 문턱에선 결혼에 조급했지만 5년을 훌쩍 넘기고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면서 오히려 느긋해졌다. 자신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까지 사랑해줄 사람이라면 국적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의 사랑관은 아프리카다. 결코 길들여 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듬어주는 그런 진정한 사랑을, 그녀는 꿈꾼다.



    웹 디자인 프리랜서인 전희경(29)씨는 4년간 사귀던 ‘남친’과 최근 결혼의 문턱에서 성공이냐 이별이냐의 기로에 서있다. 남친 집에서 종교 문제를 들어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상적 남편상으로 ‘머슴’ 같은 남성을 꼽는 전씨는 결혼해 주지 않으면 목이라도 맬 듯한 ‘순진남’만을 만나왔다.



    ‘선수’급 킹카는 가끔 한번 놀고 여운을 남길 정도면 족하다. 그녀는 현실적인 사랑을 선택했다. 그녀의 사랑관은 명품주의다. 떡볶이를 사주는 남친은 여자를 ?떵봉?만큼의 사랑을, 스테이크를 사주는 남친은 보다 더 큰 사랑을 준다고 믿는다.





    이효재



    남친을 사귀는 데도 일방적으로 받는 방식에 길들여져 왔다. 얼마나 자주 전화 메시지를 남기고 배려할 줄 알며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는 지를 1년 정도 놓고 관찰한다. 그전에 상대가 섹스를 요구하면 그건 헤어지는 지름길이다. 인내심이 필수다. 그녀는 이번에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면 남친에게 2,000만원을 위자료로 받기로 했다. 여자로 가장 꽃다운 시절을 허비한 대가다. 남친도 이를 수긍했다. 길들여진 그녀의 사랑이 ‘싱글 베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올 가을이 고비다.



    싱글남들에게 있어 대개 연애와 결혼은 별개다. 철저한 한분론적 사고이기 십상이다.



    박시윤씨 역시 그렇다. 그는 “결혼은 삶의 동반자를 찾는 것이지만 연애는 생활의 동업자를 찾는 것”이란 ‘연ㆍ결’ 공식을 강조한다. 싱글 남들은 자신과 주파수가 맞는 SP(섹스 파트너)를 갈구한다. 자신의 일에 자신감 넘치는 전문 여성으로 외모도 출중하지만 개방적이면서 친구처럼 부담 없이 교감할 줄 아는 싱글의 동업자여야 한다.



    그러나 박씨는 이 같은 동업자가 동반자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의 결혼 이상형은 청순ㆍ가련형으로 항상 옆에서 다소곳 기다리는 현모양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모순이란 걸 알지만 걸림돌은 아니다. 결국 결혼과 연애는 별개니까. 박씨는 사랑하고픈 여자의 조건으로 ‘3요’를 꼽는다. 인생사에는 요정, 음식에서는 요리사, 밤에는 요부.



    서울 강남지역에서 잘나가는 한 벤처 기업의 이사인 이효재(34)씨는 연예와 결혼을 구분하는 데서 보다 고전적 방식을 택했다. 결혼이라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연인 보다는 오빠ㆍ동생이란 모호한 관계가 낫다는 입장이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한 싱글이 보호벽을 허물 때 까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필수다. 내 안으로 들어와 보라고? 천만의 말씀. 서로 상처 받지 않고, 실수해도 흉물 없이 넘어가는 오빠-동생 관계란 이씨에게는 보호막이다. 그는 그러므로 오빠가 자연스레 아빠로 되는 전형적 고전주의의 신봉자인 셈이다.




    섹스






    필이 꽂히는 순간, 망설임은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 즉흥적 행동 'NO'





    박현정씨는 섹스를 ‘삶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소개를 받아 호감이 가면 일단 그 사람과의 키스 신을 혼자 떠올린다. 그림이 제대로 나오면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행동을 옮긴다.





    전희?



    그러나 같이 누워도 감흥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김빠진 맥주는 마시지 않는다. “섹스는 상상력의 전이(轉移)”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성간의 섹스 어필은 향수다. 향수만큼 직접적인 자극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모가 멋진 남자라도 함께 술 마시고 그날로 ‘실수’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후회할 섹스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 1개월 정도 만나면서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함께 잔다는 것은 괜찮아요. 무턱대고 저지르고 보는 무책임함은 쿨(cool)하지 못하잖아요.” 전희경씨도 이 같은 생각에 동감한다. 최근 새로 소개 받은 사람에 대한 감정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손목만 잡아도 가슴이 ‘쿵’ 뛴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 이미 필(feel)은 통했지만 잠시 탐색기가 필요하다. 필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순간,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망설이지 않는다.



    싱글녀들의 섹스 방식은 나이를 더해가며 심미적으로 기운다. 육체적인 오르가즘이 전부는 아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오해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일단 상대방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줄 섬세함과 여유를 주문한다. 몸의 움직임, 손 끝 터치 하나 하나까지 순간을 즐기면서 한 번을 해도 제대로 하는 것이 감흥 없는 여러 번 보다 낫다고 말한다.



    싱글남들의 섹스에 대한 직감적 반응은 훨씬 보수적이다. 소문도 싫고 책임질 일도 하기 싫다. 섹스하면 먼저 콘돔을 연상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싱글 남들에게 콘돔은 필수품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임신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싱글족의 불문률.



    누구와 누가 같이 잤다는 소문이 친구들의 술자리에 회자되는 것 조차 큰 타격이다. 한 다리 두 다리 건너면 서로 아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사생활 관리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민감한 성감대다. 박시윤씨는 자신의 체험을 털어 놓았다. 한번은 부산에서 ‘원 나이트 스탠드’를 했던 한 여성이 서울로 올라 와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관계진전은 없었다.



    사실 부산녀는 관계의 연속성을 애타게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연장선을 긋지 않았다. 싱글남들에게 ‘섹스는 콘돔’이란 철저한 자기 관리는 강박 관념처럼 뒤따른다. 이효재씨는 섹스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자신의 싱글 브랜드를 손상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잘 나가던 20대 시절, 물 좋은 서울 강남 나이트에서 ‘최 린’이란 예명을 썼을 때처럼 즉흥적이거나 도발적인 행동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그는 누차 강조했다. 그는 다만 “차라리 룸 살롱이 속 편할 때가 많다”고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싱글들에게 섹스는 삶의 즐거움이지만 그만큼 철저한 자기관리와 책임감이 뒤따른다.



    <프로필>



    ◇박현정(35) 삼성르노차 중구지점 팀장/ 이화여대 정외/ 별명: 패티김 /특징: 자신감 넘치는 당당함/ 주변 평: 귀여운 악녀/ 경력: 대한항공 스튜어디스ㆍ서비스 강사ㆍ인사부, 삼성화재 / 애인 없음/ 꿈: 다양하고 풍부한 삶/ 생활신조: 즐겁게 살자.



    ◇박시윤(30) 서울보증보험 동대문지점 채권팀/ 경희대 경제학과/ 별명:엘비스/ 특징: 남성다움과 위풍당당/ 주변 평: 생긴 만큼 자존심도 강하다/ 경력: MBC아카데미 수료ㆍ지방 방송 아나운서/ 애인 없음/ 꿈: 종합 금융전문가 / 생활신조: 최고가 되자.



    ◇전희경(29) 웹 디자인 프리랜서 경력5년차/ 웅진전문대 여성교양학과/ 별명:영심이 / 특징: 잘 웃는다/ 주변 평: 남자심리에 정통한 여우/ 애인있음/ 꿈: ‘머슴’같이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기/ 생활신조: 행복하게 살자.



    ◇이효재(34) MB 컴페니 이사/ 고려대 응용동물학ㆍ중앙대 환경공학대학원/ 예명: 최린(강남 나이트용) /특징: 강한 추진력과 치밀함/ 주변 평: 리더십 있는 의리 남/ 경력: 벤처 BB그린 공동대표/ 애인 없음/ 꿈: 끝없는 도전과 안식/ 생활신조: 신의를 지키자.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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