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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14:26:01 | 수정시간 : 2003.10.05 14:26:01
  • [檢의 칼] "걸리면 친다"
    검찰 초강수에 정치권 '벌벌', 음모설 불구 "원칙대로" 의지



    검찰에 의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확대간부회의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있다. 고영권 기자





    집권 여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검찰의 힘이 세진 것인지, 청와대의 검찰 통제력이 ‘제로(0)’상태로 떨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과거 청와대 및 집권 여당과 검찰과의 밀월관계 등을 감안하면 좀체 보기 힘든 광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검찰은 민주당 정대철 대표에게 7월19일 이례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출두요구를 정 대표가 세 차례나 거부한 탓에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영장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 대표가 먼저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구속)에게 7억원을 요구해 이중 4억원을 받은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정 대표 측은 발끈하고 있다. 먼저 혐의 내용부터 반박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했을 뿐 구체적으로 금액을 적시해 요구할 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통상적인 형사절차를 어기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악의적인 꿰맞추기’ ‘날조 수사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당 대표로서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이미 본인이 출두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검찰의 사전영장 청구는 최소한의 예우도 거부한 ‘과잉 졸속 수사’라고 맞서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도 본인 사정에 따라 검찰 소환에 대한 출두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고 검찰도 이를 인정해 시기를 재조정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는 정 대표 입장도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당 안팎의 현안들을 정리한 뒤 자진 출두하겠다는 항변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전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여야 정가와 청와대 및 검찰의 최대 관심사로 대두된 사건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어디 있다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이런 민심의 기류를 읽고 있는 탓인지, 검찰의 행보는 연일 초강세다. 소환 요구에 이어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을 내비치더니 지체없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전영장에 들어 있는 혐의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이는 비단 정 대표 한명을 겨냥한 검찰의 태도라기보다는 “걸리면 무조건 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는 절박한 심리가 검찰을 강공일변도로 몰고 간 측면도 있다.



    검찰의 초 강수 수사에 청와대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대선자금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정 대표 수사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보니 정 대표 측에서는 청와대와 민주당 신 주류간 음모설마저 의심하는 상태다.



    청와대 측은 “(검찰측에) 말해서 들을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에 이래라 저래라 할 여건도, 환경도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정권 초기부터 의도적인 대립 각을 세운 데 대한 자연스런 부산물인지는 몰라도 검찰의 대 정치권 전방위 수사에 오히려 여권의 핵심 실세들부터 떨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정 대표와 민주당, 검찰 수사에 불만 가득





    정 대표 변호인단은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이은 내용 공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소환연기 요청이 마치 법이라도 어기는 것처럼 발표하면서 진상확인도 없이 영장부터 청구했다”고 검찰을 강하게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반론문에서 “정 대표가 받은 금액도 부정확하다”고 사전구속영장에 기재한 내용을 조목조목 따졌다.



    변호인단은 “2002년 3월 중순께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건축허가 등 중구청 관련 업무의 편의를 봐주기로 하고 윤창열 대표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한 내용과 관련, “2001년 9월 처음 윤씨를 소개받을 때 외에는 윤씨를 신라호텔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는 사전건축심의 및 건축허가신청 단계로 중구청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면서 “2002년 4월 민주당 대표 경선 때 경선 후원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사전구속영장의 내용을 보고 받고 대책을 논의한 뒤 국립묘지의 선친 묘소에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갹첨쳄?얼마든지 달게 받겠지만 시련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도 함께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음모설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검찰 조사에는 응할 뜻을 내비친 대목이다.



    민주당도 검찰의 강공 수사방침에 불만이 가득하다. 정 대표의 대표직 유지 주문은 더욱 늘었고, 검찰 출두 시기도 “국회와 당의 현안을 처리한 이후”라는 견해가 많았다. 또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방안을 내놓는 등 방어책 마련에 몰두하는 표정이다. 이런 대응은 일단 정 대표 유고시 발생할 지도부 공백 상태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지만 내면에는 검찰에 맞선 정치인으로서의 동류의식이 작용한 점도 있다. ‘나도 언제 검찰로부터 소환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감 짙은 정서가 배어있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이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특히 명예를 중시하는 정치인에게는 최소한의 예우를 갖춰져야 한다”고 거들고 있다.



    특히 이상수 사무총장이 정 대표의 출두 시기 조율을 위해 검찰총장과 통화를 한 것을 두고도 압력이 아닌 일상적인 요청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이 총장은 “일반사범도 통상 변호사가 검찰과 소환시기를 조율한다”며 “수 차례 총장과의 전화를 시도했는데 되지도 않았고, 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땐 이미 소환을 발표한 뒤여서 조율이고 뭐고 없었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검찰, 초지일관 '법대로'









    검찰의 입장은 단호하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여당 대표라는 점을 감안, 예우를 해왔으나 정 대표가 소환에 응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이상 일반 형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르겠다”고 원칙론을 밝혔다. 여당 대표이지만 일반 피 내사자와 같이 법대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강경한 수사의지가 엿보인다.



    수사진을 이끌고 있는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굿모닝 시티에서 나온 돈이 경선에 사용됐든지, 대선에 사용됐는지 그것은 차후문제이며 돈을 받은 시점에서 보면 분명한 형사사건”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정 대표의 소환 불응과 여당의 집단적 압력 등은 부당한 정치공세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정 대표의 형사처벌 여부를 ‘굿모닝 게이트’ 수사의 최대 고비로 여기고 있다. 정 대표를 원칙대로 수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일부 여야 의원들이 굿모닝시티 윤 대표에게 정치자금 등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이상 검찰 수사 과녁이 정 대표에 한정해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 신 주류건 구 주류이건, 아니면 한나라당 의원이건 무차별적인 엄정 수사를 강행해 “걸리면 무조건…”이란 검찰 본연의 잣대를 들이밀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강금실 법무장관도 7월2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중립성을 찾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고 현 사건을 진단했다. 청와대나 법무장관이 개입할 여지 없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검찰통제는 과거 얘기"





    검찰이 청와대의 친위대 역할을 자임하던 시절 정권이 바뀌면 항상 구 여권의 실세가 비리 혐의에 연루돼 ‘쇠고랑’을 차는 모습이 반복돼 왔다. 5공이 들어서면서 유신정권의 실세들이 재산을 몰수 당했고, 6공 때는 5공비리의 파장이 정가를 강타했으며, YS정권에서는 아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한번에 구속되기도 했다.



    물론 전 정권의 실세일수록 비리나 이권에 간여할 가능성이 크므로 당연히 검찰의 1차 수사대상에 오를 수는 있지만, 전 정권과의 단절이나 정치적 보복 등의 냄새도 함께 풍겨왔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현직 여당 대표인 데다 전 정권에서는 오히려 주류들에 비해 한 켠에 비켜서 있던 비주류였다. 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앞장섰던 개국 1등공신이다. 정 대표의 이런 화려한 전적을 감안한다면 검찰의 사정 칼날이 최대한 비켜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반 수사사범과 같은 강공책으로 정 대표를 조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정 대표를 ‘팽’하기 위한 청와대 음모설까지 제기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시대가 바뀐 줄 모르는 데서 나온 발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며 검찰 수사 불개입 원칙 준수와 함께 검찰 보고도 따로 받지 않는 鑽꼬【?검찰 통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과거의 밀월ㆍ공생관계만을 생각하고 청와대 조정역을 주문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역사는 항상 엉뚱한 계기로부터 발전의 강한 동력을 얻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번 정 대표 수사사건도 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검사와의 대화’를 갖는 등 검찰에 대한 오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개혁을 주문하면서 검찰과 등을 돌린 현 정권 측에서 통제 불능의 검찰 수사망에 오히려 실세들부터 걸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측에서도 “차라리 잘 됐다. 차제에 완전 독립을 꾀할 수 있다”고 반기는 분위기이다.



    정 대표의 형사처벌 부분과 이와 관련된 다른 정치인들의 ‘굿모닝게이트’ 연루설에 대한 수사과정을 더 지켜보면 검찰의 ‘참 중립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석연치 않는 부분은 있다. 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동지’ 운운하며 감싸고 돌았던 안희정 부소장은 수억원의 금액이 오간 것까지는 밝혀냈지만 정작 구속영장 발부는 기각됐다. 검찰이 안씨를 두 차례나 구속시키려 영장을 청구했던 노력은 이해하지만 왠지 그때의 칼날이 지금보다는 훨씬 무디지 않았느냐 하는 느낌이다. 혹시 그 때는 노 대통령이 안씨에 대해 적극적인 구명 의사를 밝혀서 그랬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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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 2003-10-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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