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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09:50:26 | 수정시간 : 2003.10.06 09:50:26
  • [바람난 사회] 영화·드라마에서 현실로…
    열병처럼 번지는 바람, 불륜에 중독된 男과 女







    일부(一夫)에 일처(一妻)라는 제도는 나약한 인간들이 스스로에게 씌워 놓은 너무 혹독한 굴레일 지 모른다. 사랑, 그것은 잠깐이라고 했다.



    ‘영원한 사랑’이란 지고지순한 명제는 자존심 강한 인간의 위선이라며.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낳고 살다 보면 사랑은 자연스레 정(情)으로 바뀐다고 했다. 사랑이 짧아서 일까. 부지불식간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바람’으로 부른다. 어느 순간 왔다가, 어느 순간 사라질 거라는 의미인가 보다.



    요즘 우리 사회가 온통 ‘바람’에 중독됐다. 무슨 사회 현상이나 되는 듯, 혹은 바람 열병이나 앓고 있는 듯. 헌데 정말 바람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스쳐 지나가고 마는 것일까.




    문화 콘텐츠 속 바람





    남편의 시신이 채 차가워지기도 전. 병한(윤여정 분)은 아들 부부에게 담담하게 얘기한다. “나 만나는 남자 있다. 결혼할 지도 몰라.” 이 충격적 상황은 별로 충격적이지 않게 묘사된다. 아들 부부는 다소 어이가 없어 할 뿐 그리 놀라는 기색이 아니다.



    아들 영작(황정민)은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코믹하게 귀를 틀어 막는 시늉을 할 뿐이고, 며느리 호정(문소리)은 아예 맞장구까지 치며 상황을 즐기기까지 한다. 병한은 한 술 더 뜬다. “나 섹스도 해. 안 한 지 15년 만에. 나 요새 생전 처음 오르가슴이라는 걸 느껴.”







    당연하다. 만약 정색을 했다면 아들 부부는 대단한 위선자들일 지 모른다. 바람은 그들 결혼 생활의 자연스런 일부이니까. “난 지금 내 안의 뭔가를 쏟아내고 싶어 미치겠다고. 너한테, 니 안에다.” 한밤 중 애인과 주고받는 영작의 발칙한(?) 통화 내용을 들은 호정의 반응은 (본심이야 어쨌든) 꽤나 태연하다.



    “당신이 속마음을 그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다행이야.” 그녀 역시 옆집 ‘고삐리’ 양아치의 ‘가정 교사’다.



    영화 ‘바람난 가족’이 2대에 걸쳐 뻔뻔하게 바람이 난 콩가루 집안에 대한 얘기라면, 8월21일 종영한 드라마 ‘앞집 여자’는 한 아파트 촌에서 30대 부부 3쌍이 동시다발적으로 바람이 나는 콩가루 동네에 대한 이야기다.



    차이가 있다면 가정으로의 회귀, 혹은 비참한 파탄이라는 도식적 결론을 거부한 ‘바람난 가족’과 달리 ‘앞집 여자’는 TV 드라마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 상 해피 엔딩을 암시하며 결론을 맺었다는 점일 테다.



    첫사랑에 흔들리는 앞집 여자 미연(유호정)에게 프로 바람꾼 애경(변정수)은 충고한다.



    “바보같이 속정까지 홀랑 빼주지 말고 딱 20%만 하라고.” 새로운 남자를 만날 때 마다 조약돌을 모아 20개가 되면 가차없이 정리한다는 애경은 스스로를 이렇게 정당화한다. “난 가정에 피해 준 거 하나도 없어. 오히려 자신 있고 행복한 주부가 되어 준 것 뿐이야.” 바람을 위한 변명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0-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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