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송두율 미스터리] 잘못 넘은 '선' 정권의 惡手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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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10 11:33:52 | 수정시간 : 2003.10.10 11:33:52
  • [송두율 미스터리] 잘못 넘은 '선' 정권의 惡手인가?
    미스터리 8… 사전 조율성 등 입국 배경에 의혹 난무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지검에 출두한 송두율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눈을 감고 듣고 있다. 손용석 기자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문제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의 1차 조사결과가 발표됐지만 명쾌한 해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송씨의 해명성 기자회견도 오히려 궁금증만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수사 당사자인 검찰은 송씨 문제를 원점부터 재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과연 송씨의 친북 활동에서 입국과정에 이르는 송씨의 행적과 배경에 대해 얼마만큼 밝혀낼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정치권 갈등에서 이념대립을 넘어, 남남(南南) 갈등으로 번져가는 폭발력을 내재한 이른바 ‘송두율 미스터리’를 되짚어 보자.


    (1) 입국에 대한 정부의 관여 여부



    국정원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관여한 적이 없다거나 오히려 귀국을 만류했다고 말한다. 송씨의 귀국 전 독일을 방문했던 박정삼 국정원 2차장도 회동 여부에는 손사래를 쳤다. 가뜩이나 대학동기생이라고 의혹의 눈길을 받는 터에 스스로 오해받을 짓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유인태 정무수석도 비슷한 주장을 편다. 국정원 조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우니 귀국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나병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송씨도 정부와의 사전교감 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실무 라인의 말대로 입국 불관여가 다수였다고 하더라도 이렇듯 큰 파장이 일어나는 일을 팔짱 낀 채 보고만 있었을까 하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2) 어떻게 귀국했나



    송씨를 초청한 곳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나병식 이사는 “초청 추진 당시 현지에서 송씨를 만나 조사를 전제로 입국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송씨도 자신의 결백을 자신해 큰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며 “뜻밖의 결과가 심각하게 나타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송씨 입국과 관련한 파장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다는 의미다.

    나 이사는 최근 이종수 KBS이사장과 박호성 서강대 교수 등과 함께 독일을 방문, 송씨의 귀국을 종용했다. 이들이 순수 민간단체차원에서 정부 관계자들과의 협의 없이 무조건 귀국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한 대목이다. 이 사업회는 정부지원을 받는 단체. 정권 차원의 기획입국설이 퍼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3) 기획입국설은 정치적 공세인가



    한나라당은 강금실 법무장관이 사견임을 전제로 김철수라 하더라도 송씨를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애드벌룬을 띄운 것과 때맞춰 KBS에서도 송씨에 대한 우호적인 프로그램을 내보낸 점을 들어 치밀한 기획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형근 의원은 이를 놓고 정부 내에 북한과 연계된 핵심세력이 포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주장대로 기획입국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송씨가 핵심 당직자의 언질을 받고 입국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나 이 부분의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씨는 정부와의 사전조율 여부에 한결같이 부인으로 일관했다.


    (4)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인가



    송씨는 기자회견에서 김철수가 노동당 서열 23위의 후보위원이라는 노동신문 기사를 보고 뒤늦게 선임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당국으로부터 선임 사실을 통보받거나 이를 수락한 적이 없으며 활동한 적도 없다”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모자를 씌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사 당국의 조사결과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당시 “당신이 김철수인데‥”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송씨는 김일성 사망당시와 이듬해인 95년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장례식 참석차 방북했을 때에도 김철수란 사실에 아무런 반대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다.

    그가 김철수라는 사실은 97년 피살된 이한영씨가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암약중인 독일 옰耽?있다”는 제보로 처음 알려졌고, 망명한 황장엽에 의해 확인됐다. 그러나 송씨는 ‘모자만 씌워준 후보위원은 후보위원이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오히려 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그에 대한 조사는 국내외 보도진들의 최대
    관심거리가 됐다. 기자회견장에 몰려든 취재진들. 손용석 기자


    (5) 북한 방문 및 노동당 입당 과정은



    ‘70년대에 학문적 탐구 차원에서 방북했다. 이 과정에서 주체사상 교육 및 노동당 입당은 불가피한 통과의례이자 요식행위였다. 노동당원으로 의식하고 활동해 본 적이 전혀 없었다’고 송씨는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북한을 18차례 왕복하면서 2만달러 정도의 교통비와 6만~7만달러의 학술지원비를 받았다. 공작금도, 개인 활동비도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가뜩이나 궁핍한 북한 정부로부터 그만한 규모의 자금을 수령했다면 송씨 말대로 순수한 의미의 지원금으로 받아 들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김일성 부자에 대한 충성서약문의 실체도 송씨는 단순한 생일축전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장군님의 만수무강을 빈다’는 내용으로 볼 때 해외동포의 충성맹세에 가깝다. 학술적 차원의 방북 및 지원금 수령, 통과의례적인 노동당 입당 및 김철수 임명통보 등 어느 부분 하나 명쾌하게 납득하기 어렵다.


    (6) 간첩으로 볼 수 있는가



    간첩이라면 북한에서 남파돼 남한에서 각종 기밀을 수집, 북측으로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송씨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의 기밀 수집과는 거리가 멀어 엄밀한 의미에서 간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반국가단체 가입 및 특수탈출, 금품수수 등의 혐의는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는다.


    (7) 왜 왔을까?



    가장 중요한 의문이다. 처벌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그는 귀국을 강행했다. 송씨 측은 화해무드로 접어들고 있는 남북관계에 따라 양심적 지식인의 고향방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귀국 배경의 실체적 진실은 가리기 어렵더라도, 송씨의 귀국으로 우리 사회는 또 한번 이념적 대립에 몸살을 앓았다.

    송씨의 전력이 친북행위에 가깝더라도 이제는 이해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진보적인 주장과 실정법에 따른 엄중 처벌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주장이 각을 이루게 됐다.

    정치적으로 보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보수세력 결집의 호기를 맞게 됐고, 통합신당은 진보 성향에 무게중심을 둔 제스처로 진보 정당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보혁구도가 명확히 갈라서는 또 한번의 계기가 된 것이다.


    (8) 배후세력은 없을까



    송씨의 입국 결정에서부터 입국이후 국정원 조사 자청, 기자회견, 검찰 소환에 이르는 전 과정이 그의 존재를 국민적 관심사로 띄우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란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만약 배후가 있다면? 그들은 송씨 입국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통해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립 각을 더욱 첨예하게 세울 의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송씨 문제를 최대 이슈로 부상시켜 겉으로는 갈등처럼 비쳐지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경직돼 있는 대북 인식을 한 단계 더 완화하는 효과를 계산했을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는 더욱 복잡한 3차방정식을 그려볼 수 있다. 1개의 진보성향 정당과 3개의 보수성향 정당으로 나뉘어있는 현 4당 구도에서 송씨 사건은 정치적으로 국론을 더욱 양극화하는 촉매제가 된다.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 세력들마저 양쪽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가속화하고, 이 경우 여론이 5:5로 비등해진다면 현실적으로 수적 열세를 보이는 진보정당은 상대적으로 세를 얻게 된다.

    만일 송씨 처벌과 관련해 ‘봐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면 진보 진영이 성공한 게임이었겠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배후세력이 없다면? 송씨 주장대로 양심적 지식인의 고향 방문이 공연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인데 왠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지 않는가.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 2003-10-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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