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커버·新 유한부인의 세계] 유한부인들의 엇갈린 두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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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0.30 20:47:22 | 수정시간 : 2007.10.30 20:48:21
  • 유한부인들의 엇갈린 두 표정
    [커버·新 유한부인의 세계] 취미·봉사활동으로 보람된 나날
    빗나간 일상 탈출로 가정 파탄나기도



    KBS 2TV '사랑과 전쟁'의 한장면.


    # 빗나간 선택 하나.

    일산에 사는 주부 김모(48세)씨는 평소 가족들과 소통이 많지 않다. 사업을 하는 남편은 아침에 나가 늦은 밤이 돼서야 들어오고, 아이들은 캐나다로 유학을 가 있다. 홀로 집에 있으면서 외로움과 허전함을 느낀다. 한때 ‘주부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매사에 기운이 없고 뭘 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김씨. 별다른 취미조차 따로 없다.

    그러던 중 김씨는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함께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게 됐다. 다시 순수하고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김씨는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했다.

    동창생들 중에는 좋아하던 친구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의 만남이 잦아졌고, 돌이킬 수 없는 길까지 가고 만다.

    “나도 모르게 좋았어요. 무기력하게 죽어있던 삶이 마치 되살아 난 것 같았어요. 잘못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이 일이 있은 후 결국 김씨는 남편과 이혼을 했다.

    # 빗나간 선택 둘.

    주부 박모(52세)씨는 남편이 사업을 하느라 바쁘고, 자식들은 얼마 전에 출가를 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박씨가 사는 곳은 수도권 신도시의 호화 주택이 즐비한 부촌이다. 이웃집 주부 4명과 함께 찜질방 계모임을 해오던 그는 고급 찜질방 하나를 알게 됐다. 찜질방이라고는 하지만 20~30대 남성 도우미들이 있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주 고객들도 대기업 임원이나 교수, 병원장의 부인 등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있는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박씨 역시 수 차례 이 곳을 드나들다가 어느 날 남편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당연히 가정 불화가 생겼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갔었는데, 무엇보다 나를 이해해 주는 말벗이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잘못했다는 것은 알아요. 가정으로 돌아와 이제는 남편과 다시 신뢰를 쌓아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박씨는 일탈에서 벗어났지만 남편과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고백한다.

    '사랑의 김장김치 담그기' 봉사활동을 펼치는 주부들


    # 아름다운 선택 하나.

    전업 주부 정모(42세)씨는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남편은 국내 모 대기업의 인정받는 임원이다. 정씨는 대학 때 아동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유치원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아동미술지도를 맡았었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면서 오로지 가정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자녀 양육과 남편 내조에만 힘쓰며 지금껏 가정을 돌봐 오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제일 먼저 그가 택한 것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모 대학의 사회교육관에서 진행하는 미술 강의를 수강한다. 예전에는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통해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다가 이제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며, 미술을 공부한다. 벌써 7년이 넘어간다.

    마음이 통하는 동년배 친구들도 덤으로 얻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수강생들끼리 모임을 갖는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모임에는 정씨와 비슷한 주부들이 모여서 서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2000년에 첫 번째 작품 전시회를 갖고 지난 9월에는 7번째 전시회를 가졌다.

    그에게는 요즘 취미 몇 가지가 더 늘었다. 사진을 찍는 일과 수묵화 그리기, 화초 키우기 등이다. 특히 관심이 가는 피사체를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에 한창 심취해 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간혹 그 순간에만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인물들을 접할 때가 있어요. 그때는 정말 내 안에 숨어있던 열정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아요.”

    정씨의 표정은 누구에게나 항상 밝고 즐거워 보인다. 가족들도 정씨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힘이 솟는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정씨의 목표가 최근 또 한가지 불었다.

    “앞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자주 다닐 생각이에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더욱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 아름다운 선택 둘.

    주부 김모(58세)씨는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사업하는 남편과 직장에 다니고 있는 두 아들이 있다. 김씨 역시 대학 졸업 후 화학관련 연구소에서 2년 정도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었다.

    김씨는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 골프를 시작한 지 20년째. 덕분에 60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이제껏 한번도 건강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골프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생활의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김씨는 스스로도 골프 마니아임을 인정한다.

    골프로 다진 체력은 그의 봉사활동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는 결혼 전부터 열심히 사회봉사 활동에 쫓아다녔었다. 결혼한 뒤에는 아예 가족들과 함께 사회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성당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독거 노인들과 불우한 이웃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청소와 목욕은 물론 말벗이 돼주기도 한다. 또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후원활동에도 참여 중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직접 찾아가 보살펴주거나 때로는 보호자 역할까지도 도맡는다.

    “힘들 때면 저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해요. 그리고 용기를 얻어 더 많이 돕고 베풀죠. 그러면 어느새 즐거워 하며 행복해 하는 저를 발견해요”

    김씨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모범 주부로 통한다. 물론, 그 스스로 찾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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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10/30 20:47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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