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손' 대권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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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2.09.27 15:11:16 | 수정시간 : 2012.09.28 16:18:00
    대선전(戰)이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빅3'의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나서고, 안철수 후보가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을 재점화하면서 견고해 보이던 '박근혜 대세론'은 자취를 감췄고, 지지율은 두 후보에 역전되거나 오차범위 안에서 경쟁하는 구도로 추락했다.

    게다가 측근 인사들의 정치자금 비리와 적절치 못한 언행이 잇따라 불거지고, 야권의 공세가 강화하면서 박 후보는 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해 있다.

    박 후보가 5ㆍ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달라진 역사 인식을 표명하고, 통합형 중앙선대위를 구성하는 등 나름 국면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대선 국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 측이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걸림돌은 현 정권이다. 박 후보 진영에서는 박 후보의 대권 길목에서 발목을 잡거나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상은 야권이나 측근이 아닌 다른 데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바로 청와대, 또는 이명박(MB) 대통령을 지목한다.

    박 후보 측은 이 대통령과 박 후보 간에 특정 사안을 두고 '관점'의 차이가 생기면서 이 대통령 측에서 '박근혜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17일, 박 후보 경선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자 박 후보 측에선 "또냐? 너무 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선관위가 홍 전 의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나 검찰과 조율되지 않은 과정 등이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헌금 파문과 유사해 그 '저의'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즉 중앙선관위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박 후보 측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 8월 현영희 의원 공천헌금 문제로 박 후보가 타격을 받았는데 홍사덕 전 의원은 그 비중 때문에 타격이 훨씬 컸다"면서 "묘하게도 박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 간에 불편한 관계가 조성된 상황에서 불거져 그쪽(청와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그것도 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을 중앙선관위나 검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수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청와대 개입설'에 무게를 두었다.

    박 후보 측 인사들과 청와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후보와 이 대통령 간에는 몇가지 사안을 두고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거취 문제가 거론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간의 단독 회동에서는 이 전 의원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의 건강을 이유로 조기 (가)석방 의사를 타진하자 박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두 사람 간의 '갈등' 양상은 최근 대북정책을 놓고도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지난 13일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정책에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 후보의 당시 인터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우선 박 후보가 중앙의 특정 언론 및 지방 일간지와 공동 인터뷰를 한 예가 최근 몇 년간 없는 데다 당시 인터뷰는 박 후보 측의 요청에 따라 갑작스럽게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둘째, 박 후보의 인터뷰 주 내용이 대북정책에 관한 것이고 이전과는 크게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종래 국제관계의 틀 속에서 상호주의를 전제한 '원칙론'에서 벗어나 과감한 대북 포용정책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주목되는 것 박 후보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시점과 내용이다. 박 후보가 인터뷰를 한 날은 13일로, 이명박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그린란드,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등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4일의 바로 전날이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귀국 당일, 또는 다음날 획기적인 대북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이 대통령의 그러한 계획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무는 동안, 북한측과 접촉해 대북정책을 조율한 데 따른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박 후보의 13일 인터뷰와 그 내용은 이 대통령의 '북한 이벤트'를 가로막은 셈이 된다. 이와 관련, 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는 상생의 남북교류와 실질적으로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북한판 마셜 플랜'을 구상해 놓은 상황인데 이 대통령이 임기말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북정책을 내놓을 경우 박 후보의 새로운 대북 구상이 빛이 바래거나 집권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보면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은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현영희ㆍ홍사덕 건 말고도 앞으로 3건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도는데,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하면 MB 측도 심각한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일부 측근들은 이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와의 인연, MB계 인사들의 안 후보 두둔 발언 등을 근거로 MB 측에서 안 후보를 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친이계(친 이명박) 인사들은 "박 후보 측이 군림하듯 대통령을 무시하고 MB계 인사들을 홀대해선 곤란하다"며 "대통령의 도움이 없으면 박 후보의 대권도 멀어질 수 있다"말한다. 정권 막바지에 이르면 어차피 신ㆍ구 세력은 대립 혹은 갈등을 겪기 마련인데,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의 경우 대선전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권력승계의 '인연'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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