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김정은 정면충돌 ‘민족ㆍ경제’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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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기자 jjpark
입력시간 : 2014.01.01 07:47:58 | 수정시간 : 2014.01.01 07:47:58
  • ●위기의 남북관계 해법은 무엇인가

    새해 北 도발 가능 높아, 6월 춘궁기 최대 고비

    박근혜정부 시험대에 … 벼농사 지원 등 ‘경제’카드 유효

    2014년 갑오년 새해는 ‘북한 변수’로 인해 벽두부터 긴장이 조성될 전망이다. 북한 체제가 ‘확’ 바뀐 데 따라 도발 조짐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장성택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졌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숙청되면서 박근혜정부 출범 후 가까스로 정상 궤도에 진입하던 남북관계는 방향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대신 정면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문은 북한이 먼저 열었고, 우리 정부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제2의 연평도 사태나 서해교전, 그 이상의 심각한 교전도 발생할 수 있는 분위기다. 외교가 일부에서는 ‘북한 도발설’ ‘6월 전쟁설’ 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와 김정은 체제가 2014년 갑오년을 전후해 불안한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자칫 박근혜정부2년차 국정운영이나 6월 지방선거와 같은 새해 중요 사안들이 북한 이슈에 함몰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위기로 치닫고 있는 2014년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남북 ‘강(强) 대 강(强)’ 대결

    이명박정부 때의 빙하기를 지나 막 순항의 닻을 올린 남북관계는 장성택 숙청이라는 느닷없는 핵폭풍에 근본부터 틀어졌다.

    남북은 다시 ‘판’을 짜야 할 상황이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에 장성택을 대신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데다 전현재 혀 다른 판이 짜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을 제거한 북한은 기존의 판과 사람을 완전히 다르게 교체하려고 한다. 경제 일꾼 대신 강경 군부가 전면에 나서고, ‘경협’ 대신 일방통행식 ‘요구(협박)’가 횡횡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12월19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 명의로 “예고없이 남한을 타격하겠다”는 전화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냈다. 북한이 통지문을 청와대에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명의로 “만약 북한이 도발한다면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내용의 경고 전통문을 보내 대응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24일)을 맞아 제526대연합부대 지휘부를 시찰하는 과정에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싸움준비 완성에 최대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시, 도발 수위를 높였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최전방 부대를 방문해 북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강원 인제군과 양구군에 있는 제12사단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나는 군의 판단과 일선 지휘관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만약 도발을 해 온다면 단호하고 가차 없이 대응해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다음날인 25일 ‘공개질문장’ 형식으로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북정책의 원칙이 신뢰인지 대결인지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최후의 선택을 바로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朴정부-북한 ‘신뢰’의 거리

    북한이 25일 공개질문장 형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 “대북정책이 신뢰인지 대결인지 밝혀라”고 한 것은 절묘한 수(數)다. 다시말해 박 대통령이 답하기 어려운, 장기의 ‘외통수’와 같은 공세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대결’을 선택할 수도, ‘신뢰’를 받아들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내세운 ‘신뢰’는 일반적인 남북관계의 신뢰나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신뢰’와도 다른 개념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밝힌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3단계로 대북 인도적 지원→농업‧조림 등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교통‧통신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남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정부 출범 후 추진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기본 틀 역시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국제관계와 북핵 부문이 좀 더 비중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신뢰’는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북정책의 근간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신뢰’와 본질적 차이가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신뢰’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김정일)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는 의미이다. 즉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언급하기도 한 대규모 대북지원, 즉 ‘돈주머니’를 풀라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평함’이란 제목의 ‘논평원의 글’에서 그 같은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노동신문은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 “본질에 있어 체제 대결과 북침야망을 실현하려는 반통일대결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박근혜가 진정으로 북남 사이 신뢰를 쌓고 관계개선을 하려 한다면 동족대결 정책을 포기하고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의 골자는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길’로 나오라는 것으로 핵심은 2000년 남북 정상이 발표한 ‘6ㆍ15 공동선언’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사실 이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약속’을 담보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을 언급했지만 이는 한국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한국뿐 아니라 국제관계, 북한 핵과도 연계돼 있는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 당시는 ‘여러 조건’이 맞지 않은 상황이었고, 결국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공수표’를 제시한 꼴이 됐다.

    북한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도 일관되게 김 전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24일 공개질문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시한 ‘신뢰’가 그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역시 ‘약속(신뢰)’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전 정부의 대통령들보다 앞서 언급한 ‘돈주머니’를 풀 수 있는 자격을 더 갖췄고 국제관계 또한 유리하게 형성돼 있었지만 장성택 숙청 사건으로 박 대통령이 추진해 온 근본적인 남북관계의 변화도 제동이 걸렸다. 대북정책에 관한 박 대통령의 선택폭이 크게 줄거나 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박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의 원칙이 신뢰인지 대결인지 밝혀라”고 요구한 것은 이미 답을 알고 공세를 취한 셈이다. 한마디로 박근혜정부와 ‘대결’하겠다는 것이다.

    北 군부 득세와 ‘전쟁 위험’

    김정은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장성택이 사라지면서 북한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 장성택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 ‘선경(先經)’으로의 변화가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시대에 비대해진 군부의 권력을 견제하고 군이 장악한 이권을 당과 내각으로 이전시켜 왔다. 또한 군과 당에 최룡해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이른바 ‘장성택 사람들’을 포진시키며 ‘경제권’을 무기로 군부의 과도한 힘을 약화시켜 왔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2년간 북한의 군부, 노동당, 행정부 주요 인사 218명 중 44%인 97명이 교체됐다. 또한 리영호의 실각과 아울러 군단장급 이상 군간부의 절반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집권기간 중 인민군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그리고 작전국장 등 북한군 4대 핵심보직 전원이 교체됐다. 잦은 교체로 인해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의 평균임기는 4~5개월에 불과했다.

    이번 장성택 숙청의 배경에는 그로 인해 피해를 본 군과 당의 인사들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성택이 제거된 뒤 당과 군의 요직은 과거 군부의 실세들과 수하들이 다시 꿰차는 양상이다.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 북한군 충성맹세대회에는 그동안 사라졌던 군 강경파 김격식이 등장했다. 김정일 2주기 주석단에는 김영춘을 비롯해 오극렬과 현철해 등 그동안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북한군의 주요 실세들이 상석을 차지했다. 반면 2012년 참배에 동행했던 박도춘 당 비서,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 1부부장, 그리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은 불참했다. 이들은 민간인 출신이다.

    이처럼 북한 체제가 당에서 군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군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대남 도발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우리 정부에 공세를 취하는 태도가 그렇고, 장성택 숙청 후 추종세력의 반격을 막으면서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숙청 후 군부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북한군 사이에선 남조선을 공격할 ‘빌미’를 찾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내년 김정일 생일(2월16일)이나 김정은 생일(1월8일) 사이, 또는 미군과 군사훈련을 하는 3월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12월17일 작전사령관급 주요 지휘관들과의 회의에서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은 앞서 소식통의 전언과 유사한 분석이다.

    ‘민족’ㆍ‘경제’가 남북관계 해법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호전적으로 나오면서 박근혜정부는 해법 찾기에 전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성택 숙청의 배경에 그 해법도 담겨 있다고 말한다.

    장성택 숙청의 배경을 두고 ‘김경희 배후설’ ‘군부 반격설’ ‘김정은 지시설’ 등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경제’ ‘이권’ 이 가장 큰 배경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것이나 군부가 장성택에 불만을 가진 것도, 김경희 당 비서가 ‘김씨 왕조’를 대신한 ‘장씨 왕조’가 들어서는 것을 우려한 것도 결국 ‘경제(이권)’ 때문이다. 실제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지시보다 ‘경제’를 쥔 장성택의 ‘말’이 더 영향력이 있었고, 군부가 장성택에 불만을 가진 가장 큰 이유도 그들의 이권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김경희 당 비서가 우려한‘장씨 왕조’의 기반 역시 ‘경제’다.

    따라서 현재 김정은 체제와 다시 권력을 잡은 군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매개는 ‘경제’다.

    이는 위기의 남북관계에서 박근혜정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군사력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고, 사전에 도발을 제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제’를 통한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숙청 후 북한 집권층이 실제 우려하는 것은 장성택이 쌓아놓은 경제성과가 흔들려 민심이 흉흉해지고 체제가 위협받는 것”이라며 “당분간 북한도 경제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김정은 체제, 군부가 가장 우려하는 주민들의 식량난이다. 김정일ㆍ김정은 시대를 막론하고 북한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의 기본인 ‘벼농사’이다. 이 부분이 잘못될 경우 군부는 물론, 주민들까지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 매년 10월을 전후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즉 벼농사에 필요한 비닐과 트랙터 기름을 지원받기 위해 방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문제 등으로 중국과 틀어지면서 김영남 등의 방중이 무산됐고 신년 농사에 필요한 비닐과 트랙터 기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내년 북한에 ‘위기’가 예정돼 있는 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성택 숙청은 중국에 충격을 주면서 더 이상의 지원을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북한 전문가들이나 외교가에서 ‘1~3월 도발설’, ‘6월 전쟁설’이 나오는 데는 그러한 ‘북한 위기’와 관련이 깊다. 특히 북한 식량난이 관건이다.

    북한에서 1월에서 3월은 벼 못자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에 필요한 비닐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상태다. 6월은 북한의 춘궁기로 식량이 가장 부족한 시기이다. 내년 초부터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북한이 연말부터 대남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그러한 북한내 위기 상황을 고려한 선제 공세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 긴장의 남북관계를 풀어갈 해법으로 ‘경제’가 중시되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현재 북한에 절대 필요한 비닐과 트랙터 기름을 매개로 ‘대화’의 창을 열 수 있다. 예컨대 북한 벼농사에 필요한 비닐과 트랙터 기름의 공급이 시기적으로 늦었고, 기름의 경우 미국의 제재가 따르는 만큼 새해 초기에 우리 쪽에서 벼농사를 위한 묘판을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식량난에 직면할 수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한 것으로 ‘민족’이란 측면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박근혜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대북‘선물보따리’는 위기의 남북관계를 풀어갈 매우 중요한 카드이다. 역대 정부에서 보유해온 이 ‘선물보따리’는 박근혜정부에서 가장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초부터 미국ㆍ중국ㆍ유럽을 순방한 것도 그와 관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그랜드플랜’은 선물보따리의 실천프로젝트로 알려졌다. 그 핵심은 남북통일을 위한 기반 조성으로 전해진다.

    이는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설정의 기본으로 제시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 출발과 핵심은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경제’에 있다. 실제 남북관계에 관한 한 동북아그랜드플랜이나 선물보따리 모두 ‘경제’를 매개로 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이 새해 벽두부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박근혜정부가 ‘해법’을 찾는다면 남북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해 갈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민족’과 ‘경제’는 여전히 중요한 매개이다. 박근혜정부가 대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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