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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1:11:01 | 수정시간 : 2003.10.06 11:11:01
  • [이경섭의 한의학산책] 자하거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라고 영국의 시인 키이츠가 노래했듯이 이러한 욕망은 동서고금을 통해 결코 시들지 않는 인간 본연의 욕구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요즈음 홈쇼핑 등에서 태반 화장품이 주름을 개선하고 피부 결을 곱고 맑게 해준다고 해서 수 십 만원 대의 태반 크림이 팔리고 태반 성분이 함유된 비누가 10만원 대에 팔린다고 한다. 이 같은 붐과 함께 태반이 화장품 원료로 안전한지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방에서는 자하거(紫河車)를 옛부터 약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자하거가 바로 사람의 태반을 말하는 것이다. 임신 중에 호르몬을 분비하며, 열 달 동안 태아를 보호하고 영양공급, 호흡, 노폐물 배설 등의 역할을 하는 태반에는 많은 영양분과 호르몬 등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자하거는 남자의 정(精)과 여자의 혈(血)이 서로 합해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혈약(血藥)에 들어가면 음(陰)을 북돋고, 기약(氣藥)에 들어가면 양(陽)을 돕는데 그 효능이 다른 약과 비할 것이 못 된다고 한다. 기혈이 부족하거나 뱃속의 여러 가지 병으로 점차 여위거나 허약하여 얼굴에 기미가 돋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을 치료한다. 불임이나 정신질환에도 좋다.

    현대 의학도 태반을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해주는 물질로 보고 있다. 빈혈을 없애주고 면역작용이 있어 알레르기성 질환에도 효과적이며, 출산 또는 수술 후 피부와 점막을 원상 회복시켜주고 유선 발육을 촉진해 젖 분비를 원활하게 해준다. 또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갱년기 장애, 냉증, 생리불순 치료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약침으로도 개발되어 사용된다.

    자하거의 이름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자(紫)는 북쪽의 빛이고, 하(河)는 북쪽의 흐르는 물의 이름이며, 거(車)는 태아가 생기려 할 때의 99 수(數)가 만족하게 타고 나온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천지창조의 시초에 혼돈 상태와 태아의 형성 상황이 비슷하다 하여 자하거를 다른 말로 혼돈피(混沌皮)라고 한다.

    안정성 여부에 관해서는 동의보감에는 건강한 부인의 태반, 그것도 첫 번째 아들의 태반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산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약재로 사용할 때도 흐르는 물에 15분 정도 담가서 생기(生氣)를 취하고 깨끗하게 씻어서 겉에 종이를 발라 약한 불에 말리고, 사용할 때는 식초에 담가 두었다가 다시 약한 불에 말려서 써야 한다고 하였다. 수치(修治)를 할 때도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도 유행인데 1980년대 초반 탯줄혈액 내에 조혈모세포가 많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부터 탯줄이 이전에 받던 푸대접과는 달리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탯줄은 한 생명을 만들기 위해 엄마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소중한 통로일 뿐만 아니라 제2, 제3의 생명을 만들어 내는 보고가 된다.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세포로서 이를 활용하면 백혈병 등 혈액 질환에 곧바로 임상적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며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꽃도 아름답지만 언젠가는 시들게 마련인 것처럼 결코 화려하고 눈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니다. 태반이나 제대혈의 효능이 높이 평가되고 아름다운 것은 거기에는 부모님의 자식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 2003-10-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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