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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1:13:51 | 수정시간 : 2003.10.06 11:13:51
  • [문화가 산책] 재미작가 서도호, 첫 국내 설치전 外



    서물을 보는 또다른 시선 끄집어내기





    입구에 들어서면 ‘Welcome’이라는 글씨가 관객을 맞는다. 그런데 글자 모양이 이상하다. 일견 점묘화처럼 보이는데, 더 자세히 다가가 보니 점으로 알았던 것이 모두 양팔을 벌리고 선 조그마한 사람 인형이다. 18만여개의 PVC 인형이 당신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는 셈. ‘도어 매트(현관에 까는 발디딤판):웰컴’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재미 작가 서도호(42)씨의 뒤늦은 첫 국내 개인전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객들은 사물을 보는 눈이 깨뜨려지는 시간을 신선한 기분으로 맞고 있다. 모두 6편의 어머어마한 설치 미술품이 6점 전시돼 있다.



    ‘패러트루퍼(낙하산병)’ 역시 고정 관념을 깨트리기 족하다. 한 명의 병사가 3,000여개의 분홍색 실들을 두 손으로 뭉처 쥐고 낙하산줄처럼 끌고 있다. 린넨 섬유로 된 실의 끝을 따라가보면 각각 똑 같은 수의 사인이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인간은 무수한 업보의 실타래를 지고서 한발한발 전진하는 병사라는 뜻. PVC로 만들어진 거인 병사의 왼다리는 500㎏, 오른 다리는 250㎏이다.



    삶을 하나의 전쟁터로 보는 작가의 시선은 ‘Some/One’에 이르러 더 확연해 진다. 병사의 목에 달려 있는 인식표 7만개로 이뤄진 조형물이다. 인식표에는 모두 숫자와 알파벳이 뚜렷이 찍혀져 있는데, 무의미한 나열이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상당수는 서로 다른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똑 같은 복제품이 아닌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들은 모두 똑 같은 부품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조금씩 다르지 않느냐는 작가의 시선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뭔가 깨알 같은 것이 박혀 있는 듯 보이던 벽면도 인간 군상이다. 새끼 손톱만한 한국인 얼굴 사진이 빼곡이 들어 앉아 있다. 벽 하나 당 40,000여명의 얼굴 사진이 스캔돼 있는 것이다. ‘Who Am We?’다. 1인칭 복수 주어와 1인칭 단수 동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존해 있는 제목도 제목이려니와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저렇듯 익명성과 공동체성이 공존해 있는 세상에 내가 사는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강하게 밀려 온다.



    서씨는 난해하고 주관적인 것으로만 인식돼 있는 현대 미술의 지평을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끌어 내린 주인공이다. 뉴욕서 활동중인 그의 지명도는 외국에서 훨씬 높다. 뉴욕 현대미술관(2001),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2002), 시애틀미술관(2002)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열렸던 작품전에서의 뜨거운 반응이 그 사실을 말해준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가장 아낀다는 서펜타인 갤러리에서는 4만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 개관 최대를 기록했다.



    생소한 유형의 작품이라, 주최측에서는 MP3 파일로 작동되는 설명기를 원하는 관객에게 나눠주고 있다. 또 월~금 오후 2시ㆍ4시, 토ㆍ일 12시ㆍ2시ㆍ4시에는 미술관측의 직원이 나와 관람객에게 설명을 갖기도 한다.



    복제품의 전성기를 관통해 가고 있는 예술가의 소명이란 익명성속의 개별성을 표현해 내는 데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으리라. 전시회는 뉴욕서 서씨가 스탭진과 함께 입국해 작품들을 철거할 9월 7일까지 계속된다. 아트선재센터(02)733-8945.




    ★ 연극






    국단세실 '무진기행'





    극단 세실은 김승옥의 소설로 유명한 ‘무진기행’을 무대에 올린다.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키며 주목 받았던 그 작품이 처음으로 연극화되는 것이다. 각색자 김태주는 “5ㆍ16 군사 쿠데타 이후 만연했던 허무의 분위기를 우리 시대에 맞추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채윤일 연출, 이찬영 이미옥 등 출연 (02)764-6052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3-10-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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