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과음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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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2.17 10:42:51 | 수정시간 : 2003.12.17 10:42:51
  •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과음의 계절


    연말, 연시는 모두에게 바쁜 때다. 올 한해를 정리하랴, 새해의 계획 세우랴 눈코 뜰 새가 없다. 술은 인간의 생활에 있어 떼어놓기 어려운 존재이며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했지만 송년회, 신년회 등으로 음주 자리가 많아지면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때에 마시는 술의 양이 1년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주 문화를 바꾸는 일이지만 그게 어디 쉽겠는가?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 권하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과음할 수 있지만, 반가운 마음에 연거푸 마신 술이 건강 특히 간에 영향을 덜 미치게 안전하게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히포크라테스가 2,700여 년 전에 “술(포도주)은 음료로서 가장 가치가 있고, 약으로서 가장 맛이 있으며, 음식 중에서 가장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술은 오곡(五穀)의 정미로운 기운이 모인 것이어서 잘만 활용하면 사람에게 약이 된다.

    추위를 물리치고 기(氣)를 운행시키고 혈액을 조화롭게 하며 맛과 향이 좋고 몸에 잘 맞으므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스스로 과다한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런데 술의 기운은 대열(大熱), 대독(大毒)하므로 과하게 되면 인간의 본성을 바꾸고 정신을 어두워지게 하여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심장을 공격하고 장(腸)을 녹이고, 갈비를 썩게 한다.

    그러므로 술의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 우선 술을 마시기 전에 식사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 치즈, 두부, 생선, 고기 등 저지방 고단백 음식의 안주를 먹어 간세포가 잘 재생하도록 하며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술을 마실 때도 폭음을 하거나 급하게 마시면 폐장을 손상하게 되므로 술은 단숨에 들이키지 말고 음미하듯 마시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과음한 경우엔 2-3일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되며 몸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알코올의 흡수 정도는 술 종류에 따라 다른데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맥주 등의 발효주에 비해 흡수 속도가 빠르다. 폭탄주나 탄산이온 음료와 섞어 마시는 것도 흡수가 빨라 짧은 시간에 혈중 알콜 농도를 높이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같은 농도를 마시더라도 도수가 약한 술이 독주보다 덜 해롭다. 평소에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도 술자리에서는 담배를 피는 경우가 있다. 술자리에서 피우는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며 담배연기 속의 일산화탄소는 거의 연탄가스 중독에 가까운 타격을 준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목이 마를 때 냉수나 차를 많이 마시면 술과 같이 몸에 머물러 다른 질병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음주 전이나 중간에 알코올의 농도를 낮추고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조금씩 물을 마시는 것은 해가 되지 않겠지만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다. 술을 마시고 나서 목이 마를 때는 칡뿌리(갈근), 감초와 함께 검은콩, 노란콩, 녹두, 푸른콩, 팥을 고아서 걸러낸 물을 마시면 좋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나면 혈당치가 낮아지므로 당분을 공급하는 것은 필요하나 단맛은 술을 마셔서 생긴 습열(濕熱)을 더욱 부추길 수 있으므로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차라리 에너지원인 콩나물국, 해장국, 북어국 등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게 좋다. 술 마시기 전이나 취한 후에는 많이 먹지 말아야 하며 취한 상태에서 바람을 맞거나 성관계를 하면 오장 육부를 손상시켜 수명을 단축한다.

    한의학에서는 술에 손상이 되었을 때에는 가볍게 땀을 내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치료법을 쓴다. 이 때 칡뿌리, 귤껍질을 넣고 달여서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마시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술을 마신 뒤 일부러 이뇨 작용이 있는 커피를 마시거나 사우나에서 지나치게 땀을 내면 탈수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위산분비를 촉진시켜 속이 더 쓰릴 수 있다.

    술자리는 흥겹게 즐기는 자리이다. 2차 3차로 이어져야 한해를 잘 보내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는 틈틈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즐거운 모임 그 자체에 열중하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연말 연시를 보낸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술도 덜 취하고 만취하지도 않을 것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 2003-12-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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