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연말연시 식체(食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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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2.23 11:21:46 | 수정시간 : 2003.12.23 11:21:46
  •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연말연시 식체(食滯)


    겨울철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침장(沈藏)의 계절이다. 모든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며 안으로 감추려고 한다는 얘기다. 우리 몸도 활동이 둔해진다. 위장 기능도 둔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때에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기분 좋은 모임과 행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한 후에 속이 더부룩하고 쓰리다, 메스껍다, 명치끝이 답답하다 등의 호소를 하며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계절에 각종 행사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간혹 음식이나 술이 과하여 한해의 마무리를 망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 음식으로 손상이 온 것을 식적(食積) 또는 식상(食傷)이라고 한다. 식적의 원인은 소화기관이 약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먹는 습관이 불량하고, 과식하고 기름진 것을 즐기며, 먹은 뒤에 바로 누워서 음식물이 다 소화되지 못하고 인체의 중앙인 위(胃)에 정체되어서 발생하는 것이다.

    비위(脾胃)는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고 그 영양분을 체내에 골고루 보내주어야 하는데 그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적(積)이 되어 여러 병증을 일으킨다.

    이것은 단순히 체했다고 하는 것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소화기 증상으로는 속이 아프고 냄새가 나는 트림이 나며 대변을 보고 나면 조금 시원해진다. 그런데 이 뿐만 아니라 소화기와 무관하게 생각되는 전신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식적이 쌓여서 소화기에 담(痰)이 형성되면 잘 미식거리고 차멀미가 심하며 머리가 무겁고, 팔다리가 나른하여 힘이 없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기도 한다. 팔다리에 힘이 없는 것은 잘 먹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식적이 몸 안에 쌓여 기운의 소통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많이 먹은 뒤에 발생하는 두통, 어지러움, 가슴이나 옆구리가 아픈 것,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 힘든 것, 계속되는 기침, 으실으실 추우면서 감기 같은 증상 등의 원인이 식적이다. 심한 경우에 중풍처럼 정신을 잃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식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감기뿐만 아니라 식적도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을 맞이하여 음식을 먹는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식을 피해야 한다. 대부분의 모임은 저녁식사 시간에 갖기 때문에 과식을 하게 되면 급성 위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면을 취하게 되므로 속에 적(積)이 쌓이고 피로해소에도 방해가 된다.

    연달아 있는 모임으로 피곤이 누적되면 더욱 소화력이 저하되어 식적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저녁에 과식한 후에 다음날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도 소화기의 정상 리듬을 깨뜨려 식적이 생길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이럴 때는 가능한 따뜻한 음식,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꼭꼭 씹어먹어 위장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기름지고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이와 함께 적당한 채소를 같이 섭취해야 한다.

    식체라고 해서 소화제를 함부로 사먹는 것은 좋지 않다. 음식이 위에 정체되어 있고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별 무리가 없겠지만 비위의 기능이 떨어져서 식체가 생기는 사람은 오히려 보약(補藥)을 써서 치료해야 한다. 만약 소화제를 먹어도 낫지 않고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활동량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겨울철 소화장애의 요인이 된다.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고 하여 소화기는 팔다리를 움직여주어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 그러므로 움츠려만 있지 말고 가볍게 운동을 해주는 것이 식체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 2003-12-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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