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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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2.24 14:07:07 | 수정시간 : 2003.12.24 14:07:07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구상나무




    겨울은 역시 늘푸른 나무 상록수의 계절이다. 마지막 잎새 마저 지고 난 메마른 가지의 정취도 좋지만 이 역시 늦은 가을의 이야기이고, 찬 겨울에 이를 느끼기에는 왠지 어색하다. 그래서 역시 겨울엔 상록수인데, 흰 눈이라도 소복히 내리면 그 나무들의 푸르름이 더욱 빛나곤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원에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낙엽수와 이들이 비우는 빈 시간을 채울 수 있는 늘푸른 나무들을 항상 적절하게 배치하여 함께 심는 것이 좋다고 하는가 보다.

    우리나라에서 집이나 혹은 건물 곁에 만드는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상록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변화하는 듯 하다. 아주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궁궐같은 곳에는 더러 소나무 숲 정원도 만들고, 주목도 심은 흔적이 있고, 또 중국에서 온 백송을 귀히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근래 들어 처음에는 향나무가 많았지만 이젠 왜색이 짙다는 등 여러 이유로 주춤하고 있다. 최근에는 때 아니게 소나무가 유행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는 상관없이 비교적 꾸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록성 침엽수가 있는데 바로 구상나무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이며 침엽수이고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라는 점이다. 혹시 평소에 나무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구상나무가 뭐야?” 싶은 이들도 숲을 찍은 사진이나 달력에서 짙푸른 상록수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나는 하얀 수피의 고사목들이 섞여 자라는 풍경을 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멀리 구름을 이고 이어지는 산 능선을 배경으로 높은 산 위에 의연히 서서 세월의 풍파을 견디고 있는 이 나무가 바로 구상나무이다.

    자생지는 우리나라의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 제한되어 있고, 도무지 자연의 것을 인위적으로 옮겨와 가꾸는 것에 그리 마음을 두지 않았던 조상들 덕에 이 나무를 정원에서 보게 되기 시작한 세월은 그리 길지 않지만 보면 볼수록 멋진 우리나무이다. 전나무와 아주 비슷하지만 그리 높이 자라지 않아 정원에 심기 적합하다.

    참빗처럼 진초록의 잎새를 나란히 달고 있는 가지는 잎 뒷면의 흰줄 때문에 멀리서 보면 은녹색으로 신비로움을 더하고, 살아있는 때에는 회갈색으로 운치있는 수피며, 무엇보다도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힘찬 열매의 기상과 비산, 완벽한 수형 등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훌륭한 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주변에서 심고 가꾸는 대부분의 풀과 나무들이 따지고 보면 우리 것인 게 별로 없으니,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도 조경수로서 가치가 있는 것을 고르다가 구상나무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보편화하지 않은 것은 값도 비싸고 키우기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어서이다.

    우리가 이렇게 여러 이유를 들어 우리 구상나무를 타박하고 있는 사이에 구상나무는 이미 세계 시장에 나가 가장 아름답고 인기있는 크리스마스트리용 정원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나무와 같은 형제나무인 관계로 코리안 훠(Korean fir) 즉 한국 전나무란 이름을 달고서 말이다. 학명도 에이비스 코레아나(Abies koreana)로 한국의 나무임을 확실하게 명기하고 있다.

    구상나무 숲이 가장 아름다운곳은 한라산이다. 흰 눈이 펑펑내린 그 산에서 짙푸른 잎새에 눈꽃이 달린 구상나무를, 그리고 간혹 노루의 큰 눈망울을 만날 수만 있다면 한해의 나쁜 일쯤은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을 터인데. 그만한 호사를 할 형편이 안 된다면, 잘 키운 구상나무 한 그루 골라 별이라도 달며 성탄나무를 만들며 그 나무의 향과 푸르른 희망을 가슴에 옮겨 담고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g.or.kr


    입력시간 : 2003-12-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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