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맛집 멋집] 청량리 혜성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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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3.09 11:41:32 | 수정시간 : 2005.03.09 11:41:58
  • [맛집 멋집] 청량리 혜성칼국수
    37년 고집이 만들어낸 맛의 달인



    “어서 오세요, 아휴 오랜만에 오시네.”- “네, 오랜만이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요즘, 그것도 식당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주인과 손님 간의 대화다.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자리에서 장사를 오래 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맛은 기본이다. 여기에 정이나 신뢰가 받침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청량리에 자리한 혜성칼국수는 벌써 3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이야 청량리하면 서울에서 가장 복잡한 곳 중 하나지만 김명순 사장이 처음 이 곳에 식당을 문 열었을 때만 해도 저녁 6시면 인적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고. 10년 후 미주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도중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맛을 알아주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맨 처음 팔던 칼국수 값이 120원이라는 소리에 37년이 라는 세월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그 후로 30여 년이 흘렀지만 혜성칼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메뉴(닭칼국수와 멸치국물칼국수 등 딱 2가지)와 테이블 12개, 그리고 주인 김명순 여사다.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업 삼아 칼국수집을 연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 지고 있다. 식당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오래된 만큼 칙칙한 분위기가 날 법도 하지만 어찌나 쓸고 닦고, 고쳐 쓰길 반복했는지 주인의 검소한 생활 습관이 스며 있다. 가게 밖은 21세기인데 가게 안은 7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30년은 더 되어 보이는 투박한 전축 스피커뿐만이 아니다. 직원들 역시 최소 10년 이상 함께 일하고 있어 언제 찾아도 그 모습 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칼국수를 만드는 비법이 있냐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한다. 반죽에서 썰기까지 모든 것을 손으로 한다는 것 외에는 없단다. 곧 정성으로 한다는 얘기다. 따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본 적도 없다. 그냥 예전부터 솜씨 좋다는 칭찬을 종종 듣는 정도였고 지금의 칼국수 만드는 법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면 요리인 만큼 반죽이 가장 중요하다. 겨울엔 따뜻한 물에, 여름엔 차가운 물에 반죽하는 것 정도만 알려준다. 면발은 마치 기계로 자른 것처럼 일정한데다 무척 부드러워, 씹지도 않았는데 그냥 넘어갈 정도다. 반찬은 김치 한 가지 이지만 다른 반찬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맛깔스럽다.

    시원하고 맑은 멸치 국물은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이에 비해 닭칼국수 국물은 밤새 끓인 육수 때문에 진하고 걸쭉한 국물이 특징. 인심도 후하다. 성인 남자가 배불리 먹고도 남길 정도다. 잘 식지 않고 위생까지 생각해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워낙 푸짐해 보고만 있어도 든든해지는 것 같다. 돌아서면 배고픈 것이 밀가루 음식이라는 생각을 아예 잊게 만든다. 손님들은 “한 번 맛 들이면 다른 집 칼국수는 성에 차지 않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뜨내기 손님보다는 2대, 3대에 걸쳐 찾아오는 단골이 대부분이다. 4명이 찾으면 3그릇으로 충분하다.

    * 메뉴 : 닭칼국수, 멸치국물칼국수 각각 5,000원.

    * 영업 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 30분. 매주 첫째ㆍ셋째 일요일 휴무

    * 찾아가는 길 : 청량리 미주 상가 지나 성심병원 가는 큰 길에 위치해 찾기 쉽다.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


    입력시간 : 2005-03-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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