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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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3.09 13:34:25 | 수정시간 : 2005.03.09 13:35:27
  •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개나리
    회색빛 세상을 채색하는 봄의 전령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고 어김 없는 것이 바로 계절의 흐름인 듯 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쏟아지는 눈 때문에 매섭게 스며오는 차가운 바람으로 몸을 움츠렸건만, 달을 넘기니 불현듯 다가서는 햇살이 부드럽다. 함부로 지구를 대하는 우리 때문에 세상 곳곳에 이상 변화도 나타나고, 또 아직은 한 두 번쯤 꽃샘 추위도 찾아올 수 있겠지만 이젠 정말 봄 앞에 선 듯 하다.

    봄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의 꽃은 개나리일 게다. 노란 칠을 해댄 듯 샛노란 개나리의 꽃송이들이 환한 웃음으로 피어나 곰살거리고 거리마다 그 꽃들이 물결 치노라면 어찌 우리는 우중충한 마음을 거두지 않을 수 있으랴. 회색의 도시는 이내 활기가 넘쳐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천인 개나리를, 우린 정말 알고 있을까? 개나리는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학명도 훠시티아 코레아나(forsythia koreana)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우리 주변에 있는 개나리들은 모두 인공적인 번식에 의해 키워진, 그래서 열매 맺는 개체를 보기도 어려운 복제품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만의 특산 식물이라고들 하는 개나리는 아직 이 땅에 자생지가 없다. 말하자면 산에서 절로 자라는 개나리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애석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산개나리는 산에서 피는 개나리일까? 산에서도 누가 심지 않고 절로 자랐을 법한 것을 보았다면 산개나리일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개나리와 산개나리는 아주 비슷하긴 해도,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이다. 산개나리를 구분하는 요령은 이렇다. 즉 개나리보다 꽃이 가늘고 꽃색도 다소 연란 노란색이며, 꽃이 다 피어도 꽃잎이 뒤로 젖혀지지 않으며 잎자루에 털이 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물론 산개나리도 우리나라의 특산 식물인 동시에 아주 보기 어려운 희귀 식물인데, 드물긴 하지만 이 땅에 자생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임실면의 산개나리 자생지는 쳔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고, 가깝게는 북한산이나 관악산에도 자란다.

    산개나리는 개나리처럼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작은키 나무이다. 산에서 자라는 것이 그러하듯 그냥 개나리에 비해 화려하고 풍성한 맛은 덜 하지만, 풋풋한 아름다움이 있어 좋다. 무엇보다도 산개나리가 우릴 흐뭇하게 하는 점은 바로 열매를 맺는다는 점이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므로 스스로 결실하고 열매를 맺어 새로운 후손을 맺어 간다는 사실은 소중하기만 하다. 도시의 개나리들은 아무리 풍성하여도 사람이 잘라 꽃아 주지 않으면 자랄 수 없다. 그렇게 복제하여 부모나 자식이 모두 똑 같은 유전자를 갖는 도시의 개나리와의, 정말 커다랗고 의미있는 차이점이다.

    그렇지만 이 고운 봄의 전령 산개나리의 운명도 그리 평탄하지 못 하다. 산개나리 사는 곳은 야산의 햇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인데 가꾸지 않고 우거진 숲에서 조금씩 밀려나 점차 줄어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개의 산지만이 남아 있을 뿐인가 산개나리를 도와 주지 않으면 도태되어 사라질 우려가 많다.

    사람들은 개나리를 두고, 향기 나는 개나리도 만들고, 잎에 금빛 무늬가 들어있는 개나리 품종도 만들어 좋은 자원이라고 한다. 의성에 있는 의성개나리는 연교라고 하는 약재로 들여와 재배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개나리나 산개나리가 담장 위에 늘어져 봄의 화단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꽃나무로든 약으로든 우리곁에 둘 수 있길 바라는가?

    자연의 풍부한 유전 자원으로서, 아니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금 이땅에서 어렵게 명맥을 이어 가고 있는 소중한 야생 산개나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혹, 의미 있는 봄 산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한 번쯤, 어느 산자락에인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를 산개나리 찾는 일을 시도해볼 만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5-03-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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