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행동 경제학' 인간의 마음은 합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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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1.16 16:32:54 | 수정시간 : 2007.01.16 16:32:54
  • '행동 경제학' 인간의 마음은 합리적이지 않다?




    고전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은 매우 특별하다. 그는 선택 가능한 모든 요소를 파악하고 골라내 자기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의 이성은 지극히 합리적이라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고, 시장은 가격이라는 종합적 정보를 매개로 수요와 공급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 신(神)을 닮은 인간을 페르소나로 삼은 덕에 경제학자들은 수미일관하고 아름다운 수식과 그래프들을 산출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들이 땅 위의 현실과는 동떨어지기 일쑤라는 점이다.

    경제사회학, 제도경제학, 행동경제학 등은 백면서생 같은 고전경제학에 현실 감각을 찾으라고 충고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행동경제학은 냉혹한 이성만 지닌 ‘경제적 인간’에게 감정을 부여해 그를 현실의 범부들과 비슷한 모델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2002년 스웨덴 한림원은 행동경제학 이론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프로스펙트(prospect) 이론’ 주창자이자 인지심리학 교수인 다니엘 카너먼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함으로써 경제학과 심리학의 적절한 만남을 축복했다. 이 책은 카너먼과 그의 학문적 동지 트버스키가 수립한 이론을 다양한 현실 사례를 곁들여 쉽게 풀어 쓴, 대중적 행동경제학 입문서다.

    이 책의 3장은 카너먼-트버스키가 1973년에 발표한 휴리스틱(heuristic) 이론에 관한 내용이다. 휴리스틱은 ‘자기 발견적인’이란 뜻의 형용사로, 두 사람은 ‘불확실한 조건에서 판단을 내릴 때 의존하는 그럴 듯한 경험이나 방법’이란 의미로 쓴다. 휴리스틱은 적절한 판단으로 이끌기도 하고 실수를 저지르게 하기도 한다.

    타율이 2할5푼인 타자가 3타수 무안타이므로 “확률상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칠 거야”라고 장담할 때 우리는 평균(타율)이란 휴리스틱에 속고 있는 셈이다. 물건을 팔 땐 가격을 높게, 살 땐 낮게 부르고 시작하라는 거래의 기초 역시 처음 제시된 값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비합리성을 역이용한 것이다. 경제적 인간이라면 절대 범하지 않을 실수들이지만, 주변에선 흔히 발견되는 일상적 풍경이다.

    행동경제학의 두 선구자들이 79년에 선뵌 프로스펙트 이론은 4장에서 다뤄진다. 고전경제학의 핵심인 기대효용이론을 휘청거리게 한 이 기념비적 이론은 가치-이익을 두 축으로 한 사분면에 원점을 지나는 S자형 곡선으로 표현된다. 자세한 수학적 설명은 미뤄두고 이 곡선이 의미하는 바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준거점 의존 ▲민감도 체감 ▲손실 회피다. 합리적 이성을 자랑하는 인간이라면 절대 품지 않을 선택이다. 각각을 실감할 만한 사례로 표현해보자. 재산이 1,0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늘어난 사람은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어든 사람보다 행복하다(준거점 이론). 손에 쥘 가능성이 80%인 4,000원(기대값=4,000원×0.8=3,200원)보다 확실한 3,000원을 택한다(민감도 체감). 1,000원을 얻은 기쁨보다 1,000원을 잃은 언짢음이 2~2.5배 크다(손실 회피).

    5장에서 저자는 다양한 행동 실험 결과를 해석하면서 프로스펙트 이론의 현실 적합성을 보여준다. 읽다보면 우리가 왜 휴대전화 요금상품을 바꿔보라는 텔레마케터의 요구를 계속 묵살하는지, 본봉이 삭감되면 우울한데 보너스가 그만큼 깎이는 건 왜 참을 만한지 등을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티켓이 5만원인 공연 현장에서 돈 5만원을 잃어버린 사람은 표를 사지만 예매한 티켓을 분실한 사람은 그냥 집에 돌아온다. 자기 돈을 한 푼도 기부하지 않으면 최소한 손해는 안보는 게임에서 사람들은 상대방의 이기적 행동을 우려하면서도 일정액을 내놓곤 한다.

    실제 실험으로 입증됐고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례들이지만 고전경제학의 틀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고전경제학의 맹점을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보조도구 삼아 훌륭히 메워준다. 그런 면에서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을 대체한다기보다는 그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학문이라 하겠다. 사례 위주로 가급적 쉽게 설명하려 애쓰면서 이 책은 입문서의 본분을 다한다. 하지만 번역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덜 다듬어진 용어나 문맥이 자주 돌출하는 탓에 독서의 흐름이 영 매끄럽지가 않다.


    입력시간 : 2007/01/16 16:33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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