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컬처코드… 미국인 섹스 코드는 '헛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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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2.01 15:10:14 | 수정시간 : 2007.02.01 15:10:14
  • 컬처코드… 미국인 섹스 코드는 '헛된 기대'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김상철·김정수 옮김/ 리더스북 발행/ 1만3,000원



    식사를 마친 미국인은 “배부르다”고 말하지만 프랑스인은 “맛있었다”고 말한다. 점잖은 파티에서 미국인들은 돈 얘기는 실컷 하되 섹스에 대해선 애써 함구하지만, 프랑스에선 정반대다. 왜 이렇게 다를까. 저자는 사람들의 뇌에 자리잡은 문화적 무의식, 즉 컬처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아닌 레비스트로스적인 개념, 즉 원형 혹은 구조로서의 무의식이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라”며 “구조가 곧 메시지”라고 말한다. 개개인의 발언과 행동은 제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을 띠게 마련이지만, 그들이 동일 문화권 내에 속해 있다면 무수한 개별적 언행을 관통하는 구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구조주의의 전통이 느껴지는 단출한 명제를 바탕으로 저자는 30년간 ‘포춘 100대 기업’에 속하는 회사 중 50곳을 비롯, 수많은 기업을 상대로 마케팅 컨설팅을 해왔다. 이 책은 의뢰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도출한 컬처코드를, 미국의 경우를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정 상품에 각인된 소비자의 컬처코드를 읽기 위해 저자가 동원하는 방식은 심층 인터뷰다. 총 3단계로 구성된 인터뷰는 갈수록 피조사자의 심층 의식에 접근해 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세 번째 인터뷰에서 쏟아진다. 이 단계에서 인터뷰이는 편안한 음악 속에서 긴장을 풀고 누운 채로 인터뷰어의 질문에 답한다. 저자는 이런 평온한 환경이야말로 원초적 내면과 진실한 대답이 깃들어 있는 ‘파충류뇌’가 의식 전면에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말한다.

    면접 대상자들의 파충류뇌에서 발설된 무수한 증언을 토대로 저자는 총 11가지 주제로 미국인의 컬처코드를 논한다. 가장 먼저 분석하는 것은 사랑과 섹스. 미국 문화를 ‘성장통을 겪는 청년기적 문화’라고 규정하면서 저자는 미국인에게 각인된 사랑의 코드는 ‘헛된 기대’라고 분석한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참된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하나같이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토로했다. 사랑을 쾌락의 과정(프랑스)이나 재밌는 일(이탈리아)로 여기는 문화권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이 격렬하고 불안정한 ‘청년들’은 섹스에서도 달콤한 쾌락보단 숨가쁜 폭력을 느끼며 매혹된다. 시청률 상위권을 달리는 미국 TV 드라마의 태반이 살인·폭력·공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남은 10개 주제에 대해서도 ‘숨은 코드 찾기’가 이어진다. 건강의 코드명은 활동, 직업은 정체성이다. 자수성가를 인생 목표이자 당위로 여기는 미국인들에게 휠체어 신세가 된다거나 실직하는 상황은 더할 나위 없는 비극이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일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관념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활동 부족의 상징인 비만이 가장 만연하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될까. 저자는 미국인의 비만이 “문제가 아닌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즉 슈퍼맨/슈퍼우먼이 되기를 포기하고픈 자기 욕구를 인정하느니 “뚱뚱해져서 못하겠다”고 제 몸 탓을 하려는 심산이라는 것. 하여 비만의 코드명은 도피다.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을 컬처코드와 관련짓는 대목도 눈에 띈다. 이 나라에서 품질은 ‘작동하다’와 동일시된다. 하지만 완벽한 품질은 죽음처럼 지루하게 여겨진다. 현대차가 “우리 자동차가 특별할 건 없지만… 당신의 차는 계속 달리게 할 것”이라 공언하며 10년 무상수리, 긴급출동 서비스 등을 도입한 것은 품질과 완벽함이란 두 컬처코드를 절묘하게 꿰뚫은 선택이었다고 저자는 호평한다.

    마케팅 전략 마련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컬처코드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범위는 무궁무진할 듯싶다. 일례로 저자가 듀카키스나 케리를 ‘출중한 지성을 갖췄지만 미국인이 그리는 이상적 지도자상(像)을 오독’해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인물로 거론한 대목에서는 컬처코드 개념이 정치인들에게 환기시키는 바가 상당하리란 짐작을 가능케 한다. 논의가 미국 일색인 점은 아쉽다. 컬처코드가 애초 문화 간 차별성을 전제한 상대적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비교문화적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논의의 설득력을 반감시킨다. 미국인에게 가정이 ‘다시(再)’의 의미를 지닌다지만, 당장 한국인에게도 가정은 ‘회귀’ ‘재생’의 의미를 품고 있지 않은가.


    입력시간 : 2007/02/01 15:10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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