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김재박 효과… 신바람 되찾은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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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4.23 15:53:06 | 수정시간 : 2007.04.23 21:18:10
  • 김재박 효과… 신바람 되찾은 LG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팀 전력,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부활' 이끌어



    19일 잠실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LG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LG는 6연승을 거두었다




    잠실구장이 들썩이고 있다. ‘신바람야구’로 대변되던 LG 트윈스의 팀 컬러가 부활했고, 최근 수년간 고개를 돌렸던 팬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15년 만에 화려하게 친정팀으로 돌아 온 LG 김재박 감독이 서 있다.

    김 감독이 이끄는 LG는 시즌 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고 있다.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허약한 전력은 ‘승부사’ 김 감독의 현란한 진두지휘 속에 완전히 묻혀졌다. 시범경기 꼴찌를 할 때만 하더라도 김 감독의 능력을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도 ‘김재박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전설의 유격수, 명장되어 돌아오다.’ 잠실구장 외야 관중석 곳곳에 걸려 있는 대형 플래카드는 ‘MBC 청룡의 김재박’을 15년 간 기다려 온 올드팬들의 염원이자 ‘감독 김재박’으로부터 LG 트윈스의 부활을 이뤄내길 간절히 바라는 LG팬들의 바람이었다.

    ▲전설의 유격수, 명장되어 돌아오다

    LG 트윈스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4전 전승을 거둔 90년. 한국시리즈 MVP였던 김용수(LG 코치)를 비롯해 젊은 박흥식(삼성 코치), 노찬엽(LG 코치), 김상훈(SBS스포츠 해설위원) 등의 기세 등등한 모습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의 나이는 서른 여섯.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김 감독은 37세가 되던 이듬해에도 뛰었다. 그러나 91년 6위로 추락한 LG 트윈스는 38세 노장에게 더 이상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백인천 감독의 경질로 팀 분위기를 쇄신한 LG 트윈스는 끝내 김 감독이 은퇴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자 태평양 돌핀스로 트레이드시키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연에 96년 현대 유니콘스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11년 간 4차례 우승, 8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며 롱런한 김 감독의 친정팀 복귀는 LG 트윈스 팬들에게는 꿈 같은 얘기와도 같았다. 그러나 실로 무성하기만 했던 김 감독의 복귀설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창단 후 지난해 처음 꼴찌의 쓰라림을 맛본 LG 트윈스는 전격적으로 MBC 청룡의 상징과도 같았던 ‘전설의 유격수’에게 SOS를 쳤다. 여기에 친정팀 복귀를 갈망하던 김 감독이 흔쾌히 화답하며 재결합이 이뤄졌다.

    ▲이름만 빼곤 다 바꿨다

    김 감독은 LG 사령탑에 앉자마자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시급했던 건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러 온 선수들에게 내재돼 있는 패배 의식을 지워버리는 일이었다. 김 감독은 의도적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를 공공연하게 라이벌로 지목하면서 선수들을 자극했다. ‘당근’과 ‘채찍’도 동시에 들었다.

    귀고리 착용이나 유니폼 하의가 스파이크를 덮는 패션, 흡연을 엄격하게 금지시키기며 겉멋을 뺄 것을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전지훈련 내내 직접 명상훈련, 정신교육, 다양한 이벤트를 꾸며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등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김 감독이 가장 강조한 건 팀워크였다. 지난해 10월 취임식에서 김 감독은 “팀플레이가 잘 안 되는 것 같고, 팀워크가 약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외 스프링캠프를 마친 3월. 김 감독은 “팀 플레이가 거의 완성됐다. 선수들이 잘 따라주었다”며 드라마틱한 LG 트윈스의 반전을 예고했다.

    ▲승부사의 용병술

    LG 트윈스는 스토브리그 동안 김 감독을 비롯해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대어’였던 박명환, 미국에서 돌아온 봉중근, 삼성에서 재계약을 포기한 용병 투수 하리칼라 등에게 100억원게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두터워진 마운드에 비해 국내 최고의 왼손 교타자로 군림했던 이병규(주니치)가 떠난 것은 안 그래도 약한 타선에 치명타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도 ‘대항마’ SK 와이번스가 1위를 차지한 데 반해 꼴찌를 할 때도 전혀 비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즌 도중 단점이 노출되는 것보다 좋다는 식이었다.

    현대 유니콘스를 90년대 후반 이후 리그 최강군단으로 꾸려오면서 터득한 노하우였다는 것이 입증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6일 잠실 KIA와의 개막전에서 LG 트윈스에 8년 만의 개막전 승리를 안긴 김 감독이 터득한 시범경기 전략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의 여유와 치밀함은 차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즌 직전까지 요동쳤던 투ㆍ타 보직은 개막과 동시에 조용하게 정리됐다. 코칭스태프와는 눈빛만 봐도 통할 만큼 ‘알아서’ 경기는 돌아갔다. 든든한 스승을 모시고 있는 선수들도 힘을 빼는 대신 적극적이고 성실한 플레이로 ‘김재박 효과’를 입증했다.

    한번 믿는 선수에 대해서는 끝까지 기회를 주는 ‘신뢰 야구’, 여우 승부사의 감각적인 ‘작전 야구’는 시즌 초부터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LG 트윈스의 감독으로 돌아 온 김재박의 화려한 인생 3막이 시작됐다.


    입력시간 : 2007/04/23 15:53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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