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여행] 남원 실상사 '깨달음이 거기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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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4.25 14:48:56 | 수정시간 : 2007.04.25 14:51:09
  • [여행] 남원 실상사 '깨달음이 거기 있구나'
    장승과 눈 맞추고 無의 경지로 들어서면…

    통일신라 시대인 828년 구산선문의 하나로 창건된 실상사






    백두산에서 흘러온 백두대간의 기운이 영롱하게 맺힌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이 올려다 보이는 남원 만수천 기슭에 자리 잡은 실상사(實相寺)는 통일신라 시대인 828년(흥덕왕 3) 주관적 사유를 강조한 선종을 전파하던 구산선문의 탯자리로 이름 높은 절집이다.

    도로가 잘 뚫린 21세기에도 지리산 기슭의 실상사까지 접근하는 게 만만치 않은데 이 절집이 들어설 당시만 해도 이곳은 인적 거의 없는 첩첩산중이었으리. 그러나 실상사의 미덕은 근접하기 힘든 높다란 산중턱이 아니라 펑퍼짐한 들판에 자리하고 있는 평지사찰이란 사실에 있다.

    퉁방울눈으로 길손을 반기는 석장승

    실상사로 들어서는 길손을 처음으로 반겨주는 것은 만수천에 걸린 해탈교 양쪽에 서있는 세 기의 석장승. 1725년 무렵에 세워졌으니 거의 300년 가까이 그렇게 실상사를 지켜온 셈이다. 본래 석장승은 네 기가 있었으나 1936년 대홍수 때 한 기가 떠내려가고 말았다고 한다. 보통 장승은 남녀 한 쌍으로 세워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이하게도 이 장승들은 모두 남성이다.

    세 장승은 생김새도 모두 비슷하다. 머리엔 헐렁한 벙거지를 썼으며, 툭 튀어나온 퉁방울눈에 코는 뭉툭한 주먹코다. 거기에 윗송곳니 두 개가 삐져나와 험상궂은 듯 보이지만 입가의 미소는 유순한 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민간신앙의 한 형태인 장승은 주로 마을이나 사찰 입구에 세워져 경계를 표시하면서 잡귀의 침입을 막는 수호신의 구실도 한다. 이 장승 역시 절집의 경계 표시와 함께 경내의 부정을 금하는 뜻에서 세운 것이다. 그러니 장승과 눈 맞추면 경내로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일까? 실상사에는 일주문이 없다. 뿐만 아니라 대웅전도 없고, 권위와 깨달음 순서의 상징이라는 높다란 계단도 없다. 모든 전각들이 비슷한 높이의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는 교종의 절집은 계단식, 찰나에 깨달음을 얻는 선종의 절집은 평지에 터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듯 웬만한 석물과 전각이 모두 한눈에 들어오는 절집이지만 둘러보려면 의외로 시간이 꽤 걸린다. 우선 상륜부가 온전히 남아 있어 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이 탑의 상륜부를 참고했다는 동서 삼층석탑, 그리고 석등에 불을 지피기 위해 올라서는 계단석이 남아 있는 석등에 눈길이 간다.

    그 너머의 보광전은 실상사의 중심이 되는 전각이지만, 실상사의 명성이나 역사성에 비해 작고 소박하다. 조선 시대 중건하면서 옛 위세를 찾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데, 보광전 안에 걸려 있는 범종에는 호국사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연이 전해온다. 즉 종을 치는 자리엔 마치 일본 지도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 있는데, 이곳을 치면 일본이 망한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일제 때 주지 스님이 문초를 당하기도 했다고.

    약사전에 모셔진 철제여래좌상은 2.7m가량이나 되는 거대한 철불. 창건주 홍척스님의 제자인 수철 스님이 4,000근이나 되는 철을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철불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것만 같은 산’이라는 지리산과 같은 무게로 결가부좌 자세를 취한 채 동남쪽에 있는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 철불이 연꽃대좌가 아닌 흙바닥에 앉아계신 까닭은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한반도의 지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한반도의 기운을 막고 있다는 실상사 철불.
    또한 보광전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극락전이 있는데, 이곳에 실상사의 중요한 문화 유산이 모여 있다. 극락전을 중심으로 실상산문의 개산조인 홍척 스님, 그리고 제자인 수철 스님의 부도와 부도비 역시 모두 빼어난 조각 솜씨 덕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또 옛 조계암터에서 만나는 편운화상의 부도도 놓칠 수 없다.

    실상사 문화재 관람료는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주차료는 없다. (063) 636-3031 www.silsang.net

    신령스런 기운이 넘치는 지리산 천년송

    한편, 실상사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의 산중턱에 있는 백장암도 한번쯤 둘러봐야 할 곳이다. 국보 제10호로 지정된 백장암 삼층석탑은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예술품이기도 하다. 백장암 입구에는 이곳이 변강쇠와 옹녀에 얽힌 ‘변강쇠전’의 배경지임을 알리기 위해 꾸며놓은 백장공원이 있다.

    실상사를 다녀온 후에는 한때 오지의 대명사로 꼽히던 심원 달궁마을 드라이브와 뱀사골계곡 안쪽에 자리 잡은 와운마을 답사도 빼놓지 말자. 지리산 구름도 누워 간다는 와운마을은 가파른 산기슭에 터를 잡은 깊은 산골. 마을 뒷산에 있는 수령 500여 년의 ‘지리산 천년송’은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한 반송(盤松)인데,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신령스런 분위기도 물씬 풍겨 경외감이 절로 생긴다.

    여행정보

    교통 경부고속도로→ 대전→ 통영간고속도로→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 3km→ 인월→ 60번 국가지원지방도→ 7km→ 실상사. 수도권 기준 4시간 소요.

    숙식 실상사가 있는 산내면엔 구룡관광호텔(063-636-5733)을 비롯해 토비스콘도(063-636-3532) 등 콘도도 여럿 있다. 뱀사골계곡 입구에는 지리산파크텔(063-626-2114), 계곡산장가든(063-625-9765), 부운산장(063-626-3614), 세걸산장(063-626-3616), 와운산장(063-625-3023) 등 민박집이 많다.

    별미 실상사가 있는 산내면은 토종 흑돼지가 유명하다. 해발 400~700m 고랭지 청정지역에서 사육되는 흑돼지는 일반 돼지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산내면 대정리에 유성식당(063-636-3046) 등 전문 식당이 여럿 있다. 흑돼지 생삼겹살 1인분(200g) 7,000원. 또 뱀사골 입구에는 뱀사골산채식당(063-626-3078), 천왕봉산채식당(063-626-1916) 등 산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많다. 산채비빔밥 1인분 6,000원. 산채정식 1인분 8,000원.


    입력시간 : 2007/04/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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