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정영주의 공연리뷰] 뮤지컬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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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5.09 12:00:12 | 수정시간 : 2007.05.09 12:00:12
  • [정영주의 공연리뷰] 뮤지컬 '찬스'
    돈벼락이 부른 일탈에 관객들도 신나네



    설령 그럴 리도 없겠지만, 절대 섣불리 자리를 뜨지 말라. 반드시 보상이 있다. 서울 코엑스 아트홀에서 상연중인 뮤지컬 <찬스>는 매우 애교 있는 작품이다. 사람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애교를 부린다.

    앙증맞은 구성과 대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진면목을 드러낸다. 우리의 지친 일상을 위무하기에 충분하다. 샐러리맨들의 현실이 실제로도 이만큼만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찬스>는 에르베 데볼데 극본, 작곡의 프랑스 원작을 바탕으로 프랑스 코미디계를 평정한 동명의 뮤지컬을 한국판 버전으로 옮긴 것이다. 김규종이 연출을 맡은 이 공연에서는 박성환, 임선애, 손홍민, 김수현, 김영환, 박영 등이 출연해 숨은 끼를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이야기는 변호사 앙리의 사무실에서 출발한다. 핑계 많은 지각쟁이 여비서 안네스, 성실하지만 소심한 사무관 에띠엔느, 커피에 목숨 거는 정열의 여비서 케이트, 오토바이를 훔쳐갈까봐 아예 핸들을 떼어 들고 다니는 퀵서비스맨 프레드, 순진한 인턴사원 니나, 그리고 위엄 있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외로운 사장 앙리, 이렇게 6명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다들 지루하고도 따분한 일상에 지쳐있던 중 기적처럼 로또가 당첨된다. 각자 거액의 당첨금을 나눠가진 뒤 뿔뿔이 흩어지지만, 결국 목적 없는 자유와 돈보다는 사랑하는 일을 찾아 사무실로 되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사실, 공연의 초입은 다소 서먹서먹하다. 흔히 보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과는 달리 이 작품은 대사 연기가 거의 없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노래로 이어지는 프랑스 뮤지컬 스타일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질감은 예상보다 빨리 관객들을 길들여놓는다. 조금씩 노래 속의 대사가 하나하나 귀에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공연 속으로 빨려든다. 극의 중반이 지나면 작품이 관객들을 완전히 휘어잡는 단계로 반전된다.

    무엇보다 등장 인물 6명의 탁월한 가창력과 연기력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극중 대사처럼 ‘숨이 멎을 듯한’ 이들의 무대 위 열정이 돋보인다. 직접 육성으로 노래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일 만큼, 모든 배우들의 쟁쟁한 가창력과 다역 변신술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특히 안네스의 끼와 앙리의 변신술에 주목을!

    연출의 위트와 기발함도 눈에 띈다. 커피 이야기 때마다 뜬금없이 유령처럼 나타나는 콜롬피아 커피 상인, 직원의 모자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도록 한 마술 분위기의 설정, 더벅머리 청소부 할머니의 박수 소리에 절로 움직이는 청소기 등은 <찬스>의 재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 중 일부다.

    특히 공연장으로서의 치명적인 핸디캡이라 할 수 있는 한쪽 유리벽의 활용법은 감탄 그 이상을 던져준다. 초반부터 검은 스크린으로 차단시켜 관객들의 시선 분산을 막고 있던 이 검은 차단막 장치가 공연 후반부에 갑자기 걷어올려진다.

    그리고 공연장 건물 복도를 오가는 실제 행인들을 배경으로 007 초미니 패러디가 벌어진다. 객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아낸 압권 중 압권이었다. 공연장의 장애물을 오히려 역발상으로 장점화한, 호쾌한 삽입부였다.

    대형 수납장으로 꾸민 사무실 배경 세트는, 그러나 파리의 고급 화이트칼라층 분위기를 묘사하기에 턱없이 빈약해 보인다. 안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눈에 띄지만, 현재보다 조금 더 과감하고 화려해도 좋을 듯하다.

    공연 시간 총 1시간40분. 아쉬울 무렵에 막이 내린다. 단 6명의 힘으로 전 좌석 수십 명 관객들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새삼 경탄스럽다. 공연은 6월1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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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05/09 12:01




    정영주 pinplu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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