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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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5.15 16:33:36 | 수정시간 : 2007.05.15 16:33:36
  •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스티브 비덜프 지음·박미낭 옮김 / 젠북 발행·13,000원



    지난 어버이날, 어느 기러기 아빠는 또 한번 속으로 울었다고 한다. 전화 한 통 없는 아들과 아내의 무심함에 슬픔은 이내 좌절로 바뀌었다. 어디 한 아버지만의 일일까.

    20여 만 명에 달한다는 기러기 아빠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가족붕괴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부실한 공교육 때문이라고 하는 건 석연치 않다. 가족을 위해 외로움을 참고 일한 죄밖에 없는 아버지들, 남자들이 버림받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25년 동안 가족문제를 연구해 온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는 그 이유를 ‘걸어다니는 지갑’으로 전락한 남성의 모습에서 찾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 지쳐가면서도 힘들다고 말을 못하고 가족들은 물론 동성들과도 감정적인 유대를 나누는 법을 몰라 언제나 외롭다. 한마디로 소외된 삶이다.

    여성들이 세상의 벽을 두고 싸울 때, 남성들은 자기만의 벽에 갇혀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면의 억압은 ‘덩치만 큰 소년’으로 자란 남자가 참된 아버지의 역할을 못하면서 확대 재생산된다. 그 결과는 끔찍하다. 12세에서 60세에 이르는 남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살. 총기 난사를 저지르는 범인은 모두 남자였다.

    남자가 세상을 지배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니라는 증거는 그밖에도 많다. 더구나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한 사람이 불행한데 나머지 식구들이 행복할 리 있을까. ‘결혼 생활은 실패하고, 자녀들은 아버지를 미워하고, 남자들은 스트레스로 죽어간다. 그런 와중에 남자들은 세상을 파괴시킨다’는 게 저자가 진단한 현실이다.

    하지만 책은 ‘남자들도 힘들다’는 넋두리가 아니다. 원제 ‘Manhood’ 위에 작게 씌여진 것처럼 책은 ‘남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지침’이다. 성숙한 남성으로 가는 일곱 단계는 다음과 같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성생활의 성스러움을 찾고
    ▲자신의 짝을 동등한 존재로 만나고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진정한 동성 친구와 사귀는 방법을 배우고
    ▲좋아하는 직업을 찾고
    ▲자신에게 내재된 야성의 고삐를 풀어라는 것.


    각각의 단계는 실질적이고 생생한 지적을 통해 설득력을 갖는다. 13년 전에 출간되었다는 시간적 거리감도, 서구라는 문화적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피부에 와 닿는다. 남자 선생님이 없어 여성화된 학교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우리와 너무 닮아 흠칫할 정도다.

    이 중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참된 아버지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버지의 부재가 자녀의 인생에 얼마나 큰 그늘을 드리우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들이라면 그 아들이 ‘마초’ 아니면 ‘마마보이’로 자라는 건 필연에 가깝다. 요즘처럼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는 시대에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편견을 굳히기 위한 말이 아니다. 있으나 마나 한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아니라도 인생의 멘토처럼 남자의 참모습을 가르쳐주는 남자어른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 소년들이 공동체에서 다양한 연령대 남성들의 보살핌을 받고 인생을 배워갔던 기억을 현대에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남성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참된 삶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다음의 결실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남성들은 미래에, 일은 적게 하고 놀기는 많이 할 것이다.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할 것이다. 부모 역할은 적극적으로 하고, 결혼 생활은 더 오래 유지할 것이다. 함께 있기에 더 안전한 사람이 될 것이다.’

    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 유학비 송금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게 해준다. 그보다는 아들과 레슬링을 하며 서로 다치지 않게 힘을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엄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조언해주며, 여유 있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남성들이 잃어버린 진실은 인간성 회복으로 가는 또 하나의 열쇠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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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05/15 16:34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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