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미각여행] 커피 취향 보면 개성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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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5.29 13:41:11 | 수정시간 : 2007.05.29 13:42:47
  • [미각여행] 커피 취향 보면 개성을 안다




    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는 사람은 고독의 맛을 아는 사람이고, 커피에 설탕 하나를 넣고 마시는 사람은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며, 커피에 설탕 둘을 넣고 마시는 사람은 사랑의 맛을 아는 사람이다.’

    커피를 마시는 취향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다는 수많은 얘기 중 하나다.

    블랙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고독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그러고 보니, 영화 <중경삼림>에서 주인공 양조위가 애인이 떠난 뒤 매일 블랙커피를 마시던 장면이 떠오른다. 커피와 취향에 관한 얘기들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커피만큼 취향을 들먹이는 음료수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유럽식 커피냐 미국식 커피냐, 인스턴트 커피냐 원두 커피냐, 자판기 커피냐 스타벅스 커피냐, 혹은 달게 마시냐 아니냐 등 어떤 타입의 커피냐에 따라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취향이 스며나온다고 믿는다.

    이처럼 커피가 다양한 취향을 대변하는 매개체로 인식되는 것은 얼마나 많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지를 말해준다. 커피는 여러 나라에 전파돼 다양한 형태로 일상생활에 뿌리깊게 파고든 것이다.

    나라별 커피 스타일을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원두를 약하게 볶아 연한 커피를 즐긴다.





    미국인들이 물처럼 옅은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초기 미국인의 다수를 차지했던 앵글로색슨계 청교도인들이 원래 커피보다는 홍차를 즐겨 마셨기 때문이다. 보스턴 차(茶)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의 기호식품이 홍차에서 커피로 전환됐음에도 커피를 홍차처럼 마시는 습관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홍차의 나라' 영국은 커피(coffee)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나라로,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옅은 커피를 그리고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커피가 영국에서는 홍차보다 덜 대중적이어서 그런지, 서민보다는 중상류층에서 주로 소비하는 음료이기도 하다. 미국에 비해 유럽식 커피는 진하다.

    유럽인들이 커피를 처음 접한 것은 12세기 십자군 원정 때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는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라 해서 배척했다. 그러다 오늘날의 터키인 오트만 제국에 의해 15세기 말 커피가 유럽에 전파된다.

    오트만의 커피는 약처럼 진하고 죽처럼 걸쭉하다. 현재 음용되는 유럽 커피들은 각국의 기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대다수 이 ‘오트만(터키) 커피’를 응용했다. 특히, 유럽에서 오스만투르크의 전통을 가장 많이 이어받은 것이 이탈리아식 커피, ‘에스프레소’다.

    프랑스에서는 우유를 듬뿍 넣은 ‘카페오레’를 마신다.

    나라별 커피 스타일 중 일부만을 언급한 것인 데도 나라마다 꽤 다양한 스타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오늘날 커피의 취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국의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커피보다는 스타벅스라는 커피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봐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맥도널드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가장 미국적인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스타벅스가 커피의 테이크아웃 시대를 열면서, 고급스러운 스타벅스 종이컵을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1999년 스타벅스 체인점이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연 이래 커피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 다방커피보다는 에스프레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문화카페를 찾던 발걸음들은 대형 커피체인점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요즘 일부에서는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커피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윤리적 먹거리가 인기다. 제3세계의 농민과 노동자에 대한 적정한 이익 보장과 자연환경 보호를 앞세운 것이 윤리적 먹거리 운동이다.

    커피나 초콜릿 등 가난한 나라의 농민과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면에 내건 ‘공정거래’ 식료품과 유기농 식품 등 친환경 농산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영국에만 해당되는 움직임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미국식 획일화와 규격화 그리고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스타벅스 커피매장에 가면 ‘스타벅스의 품질 좋은 커피는 커피농가를 보호하는 데서 시작됩니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커피체인점보다 개성 있는 소규모 카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시는 커피.

    커피가 아니라 커피라는 문화를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한번쯤 자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나의 취향이 보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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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05/29 13:41




    전세화 뚜르드몽드 기자 ericwin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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