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시네마타운] 타린티노 감독 '데쓰 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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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9.10 13:53:09 | 수정시간 : 2007.09.10 13:57:51
  • [시네마타운] 타린티노 감독 '데쓰 프루프'
    상상불허 잡종 액션으로 관객의 오감을 뒤흔들다
    쉴 새 없는 대사·해괴망측한 스토리… 변덕스러운 B급 영화의 색다른 재미

    영화의 목적은 가지가지다. 세상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불요불급한 가르침을 주거나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가 있는가 치면,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시답잖은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도 있다.

    이 영화 <데쓰 프루프>가 주는 교훈이 있다면 차 가지고 장난치지 말아라, 차창 밖으로 발을 뻗지 말고, 스릴을 만끽할 요량으로 달리는 차 위에 올라가지 말 것이며, 다른 사람을 위협하면서 운전 실력을 자랑하지도 마라, 이다.

    그러다가 큰 코 다치는 사람들의 종말을 보여주는데 시종일관 원인을 설명하기 힘든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영화가 <데쓰 프루프>이다. 물론, 들으나마나 한 교훈을 설파하는 이런 영화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다.

    취향에 따라 호, 불호가 나뉠 수 있으니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단, 이런 해괴망측한 ‘똘끼 코드’가 맞는 관객이라면 더 없이 즐겁고 유쾌한 선물이 될만한 물건이다.





    ■ 죽지 않는 차를 타고

    텍사스의 라디오 DJ 정글 줄리아(시드니 타미야 포이티어)는 친구 알린(바네사 페리토), 셰나(조단 래드)를 대동하고 휴가를 떠나는 중이다.

    휴가 길에 들른 동네 바, 술과 음악, 남자가 득실대는 그곳에서 음주, 가무에 열을 올리는 그녀들을 노려보는 사내가 있었으니 일명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라 불리는 남자다.

    얼굴 위에서 아래로 흉하게 그어진 상처가 사뭇 위협적인 마이크는 이른 바 ‘데쓰 프루프’, 즉 100% 죽지 않는 자신의 차에 금발 미녀를 태우고 바를 떠난다. 정글 줄리아 일행도 차를 타고 떠나지만 마이크는 이 때부터 본색을 드러낸다.

    데쓰 프루프에 함께 탄 금발 처녀를 곡예 운전으로 황천길로 보내더니 이내 정글 줄리아 일행을 행해 죽음의 돌진을 감행하는 것이다

    . 14년 후 거대한 충돌에도 불구하고 용케도 살아난 마이크는 또 다른 먹이감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음험한 눈을 번득이는 그에게 포착된 이들은 애버내시(로사리오 도슨)와 알린 일행. 저돌적인 마이크의 공격이 시작되지만 그 끝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데쓰 프루프>는 쿠엔틴 타란티노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연출한 두 편의 영화를 하나로 묶어 동시상영하려는 취지로 기획된 <그라인드 하우스> 중 한 편이다.

    B급 영화의 전도사로 열광적인 팬들을 거느린 두 감독의 조우는 많은 장르영화 지지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두 편의 본편과 4편의 가짜 예고편을 묶어 미국의 싸구려 동시상영관 분위기를 재현하겠다는 <그라인드 하우스>의 목표는 영화 전편에 걸쳐 관철되고 있다.



    소재와 이야기, 연출 스타일 면에서 당대 문화의 공기를 오늘에 되살리려는 의지가 충만하고 음악, 화면의 질감, 정서 모두가 ‘B스러움’으로 가득하다.

    두 편 중 먼저 개봉하는 <데쓰 프루프>는 <펄프픽션> <킬빌> 등으로 B급 하위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 온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상 취향이 끝간 데를 모르고 폭발하는 영화다.

    <데쓰 프루프>의 기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변덕스러움’이다. 죽지 않는 자동차를 몰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공격을 감행하는 스턴트맨 남자와 위험에 처한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 모든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타란티노식 드라마의 연장선에 있다. 유흥에 취해있던 정글 줄리아가 애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분위기가 서정적으로 급변하고, 흑백과 컬러 화면이 갑작스레 교차되기도 한다. 여자들이 차에 올라타기 전과 그 후는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180도 분위기가 바뀐다.

    몸이 차 밖으로 튕겨나가고 다리가 잘리고 얼굴이 문드러지는 하드 코어 묘사가 치고 들어오는 순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관객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 B 정신에 대한 숭배

    사실, 모든 건 타란티노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겐 그리 놀랄만하지 않다.

    그의 이전 영화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은 시종일관 세치 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타란티노의 존재를 만방에 알린 <저수지의 개들>의 수다 장면을 재연하듯 쭉쭉빵빵 미녀들의 쉴 새 없는 재잘거림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경청할만한 이야기라곤 하나도 없는, 시시껄렁한 한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게 별로 주의를 기울일만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이 또한 ‘B영화’의 정신이기도 하다.

    속시원한 액션 장면도 후반부에나 가서야 나온다.

    스턴트맨 마이크의 또라이 기질이 발휘되기 전까지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술집 주크박스에선 끊임없이 새 노래가 틀어지고 늘씬한 아가씨들의 유혹적인 춤사위가 보여지지만 타란티노 스타일의 난장은 극의 후반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후반부 10여분 동안 쉴새 없이 이어지는 카레이스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있기 힘들 정도로 스릴이 넘친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일거에 역전되는 예상 밖 결말은 상상을 불허하는 오감폭발, 잡종액션의 진수를 경험하게 만든다.

    <데쓰 프루프>의 모든 요소들은 온전히 동시상영관 영화관람의 쾌락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장면들이 곳곳에 매복해 있다.

    갑자기 화면이 툭툭 끊기고 스크린에서는 비가 내리며, 고의로 화질을 뭉개는 대담한 모험도 서슴지 않는다. 제작진과 출연자를 소개하는 자막에선 60~70년대 싸구려 영화의 티가 팍팍 나고 사운드 역시 말끔하지 않다.

    고의로 영화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당대의 향수를 살려내려는 이 야심은 100% 죽지 않는 B정신의 소산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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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 2007/09/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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