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로 새긴 돌의 신화 삶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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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6.16 07:00:14 | 수정시간 : 2017.06.16 19:55:22
    한중옥 개인전… 공아트스페이스 6월 14∼19일

    “돌은 하나의 우주다. 그 다양한 표정들은 삶의 여러 모습과 닮아 있다.”

    14일부터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한중옥 화백은 ‘돌’ 작품을 삶, 우주에 비유했다.

    이번 개인전은 한 화백이 꾸준하게 천착해온 돌(바위)을 기반으로 했다. 그 돌들은 제주라는 독특한 환경 속에 잉태돼 그곳에서 나고 자란 한 화백의 삶과 함께해 왔다.

    고향인 서귀포의 바닷가에서 늘 용암석을 봐온 작가는 그 돌에서 제주의 역사와 개인의 삶, 시간의 무게를 발견하고 이를 형상화했다.

    제주의 용암석은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수십억 년의 세월을 안고 탄생한다. 그러한 돌에는 세월ㆍ인고ㆍ고요ㆍ침묵ㆍ깊음 등 여러 사유의 메타포가 내밀하게 숨쉰다.

    한 화백은 그 날숨에 귀기울이며 돌에 담긴 세월, 역사, 삶의 흔적을 크레파스라는 특별한 재료로 작품화한다. 크레파스 작업은 국내외에서 드문 한 화백의 방식이다.

    그는 크레파스의 물성을 해석하고 소화해 독특하고 경이로운 조형을 일궈낸다. 크레파스에 대한 종래의 고정된 인식과 활용의 한계를 넘어 독창적 가치를 발현함으로써 특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미술평론가인 김상철 교수(동덕여대)는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것이라는 고정 관념으로 박제돼 있던 크레파스를 현대라는 시공을 통해 해동시켜 자신이 속한 시대와 상황을 진솔하고 효과적으로 표출해 내고 있다”고 평했다.

    한 화백은 수억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용암석처럼 크레파스로 여러 층을 두텁게 올리고, 모진 풍파에 깎이고 변화된 돌처럼 예리한 칼끝과 칼날로 긁어내고 새기고 문질러 용암 특유의 형태미와 공간적 깊이를 창출한다.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칼로 제주 돌의 특유의 형태미를 창출하는 과정은 마치 구도(求道)의 길에 나서 삶을 조각해가는 듯하다.

    칼로 완성하는 그의 작품은 회화이면서 조각의 성격도 지닌다. 용암층 부분을 부각시키거나 바람결과 물결이 만들어낸 선과 형태의 변화무쌍한 작품은 구상적이며 추상적이다. 디테일이 정밀해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은 재현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경기대)는 한 화백이 그린 돌들은 신화 하나씩 달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 대해 “돌에 내려앉은 아득한 시간의 흔적을 읽어내고 그것을 공들여 재현하는 일이자 자연의 신비를 몸소 체험하는 일이다. 동시에 자연이 만든 흔적을 통로 삼아 그 내부로 들어가 모종의 신비에 도달하는 여정”이라 평한다.

    한 화백은 “혼이 담긴 치열한 작업과 창조적 조형의식이 중요하다”며 “크레파스를 매개로 ‘실존적 삶 앞에 흐르는 인간 의식의 형상화 작업’에 전력하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작가의 치열하고 내밀한 의식이 촘촘하게 새겨진 전시장의‘돌’은 먼저 눈으로, 가슴으로 와 박힌다. 이어 묵직한 감흥으로 인생과 역사와 자연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6월 19일까지. 02-735-9938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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