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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
입력시간 : 2017.10.11 07:00:15 | 수정시간 : 2017.10.11 17:40:31
    서양화가 김정환 …‘묵음’개인전, 10월14~20일, 갤러리 지오

    “天下莫大於秋毫之末(천하막대어추호지말), 而大山爲小(이대산위소). 천하에 가을터럭(추호,秋毫)의 끝보다 더 큰 것은 없으며, 태산도 작은 것이다.”<장자(莊子)잠언록, 황천춘(黃晨淳) 편저, 김현식 옮김, 보누스 刊>

    캄캄한 강바람에 자신만만 휘날리는 돛배의 흰 깃발인가. 침묵의 심연이 스스로 물길을 틔워 지난한 생의 여정을 열어주듯 말 못할 설움을 건너온 시간을 다독이자 마음의 단련이 메아리친다.

    그 울림의 파동이 세상의 소란스러운 소리와 수많은 언어를 삼킨다. 그것이 검은 이미지다. 공기, 속도, 빛, 우주공간의 생동감을 포용하는 저 펄럭임의 일체(一切)는 무엇이런가. 검은 화면 가운데를 시원스럽게 뚫어 준 하나의 획 그리고 여백의 흰색.

    우리 삶에서 작지만 값진 의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존재하듯 검은 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정작 보잘 것 없이 부여된 흰 공간이다. 그것을 통해 숨을 쉴 수 있는 것인데 그 숨의 의지, 텅 비어있는 듯 장대하고 엄숙한 순환의 질서 속 어느 찰나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는 유현(幽玄)한 무념무상의 그윽한 존재성이다. 동시에 서예를 기초로 한 정제된 상징성으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검고 흰 융합의 미학이기도하다.

    “어느 날 붓질을 하다 검은색이 내 삶과 연대(連帶)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들었다. 검정은 음양학에서 음의 기운을 품은 색으로 이에 대한 자각은 서예를 시작한지 한참 지난 필획의 성찰 이후였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검은색에 대한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허공에 번지는 소리가 양각이라면 나는 그것을 흡입하여 음각으로 만들고 싶었다. 어울림에 대한 화두였다.”

    화가는 멀리 가는 사람

    작가는 캔버스에 한지를 세 겹 붙여 그 위에 작업한다. 두드리면 팽창되어 북소리가 들리는 듯 천이 아니라 종이의 물성으로 바뀐다. 먹을 갈아 퇴묵(退墨)을 썩히면 진함이 빠지고 시간성이 배어나오면서 서양물감이 흉내 낼 수 없는 색이 올라온다. 그 위에 검은 실리카 샌드(Silica sand)를 입힘으로써 균일하지 않은 표면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반짝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 작품을 보면 밤하늘 수없이 쏟아지는 무수한 별 무리의 느낌을 받는다. 흰 여백부분은 주위를 파서 드러내거나, 양쪽 귀퉁이를 두드려 깨 자연스러움을 내보이는 격변(擊邊)처럼 전각의 함축미를 떠올리게 하며 공간감을 전한다.

    김정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전공 졸업했다. 1991년 제1회 대한민국서예전람회 특선, 92년 전국대학미전에서 서예로 동상을 수상했다. 2008년 백악미술관에서 회화로 첫 개인전을 시작하여 한전아트센터, 인사아트센터 등에서 가졌다. ‘2014 SCOPE Basel(스위스 바젤)’에서 콜렉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올봄 어느 전시에서 나의작품 다수를 표절한 사건으로 인하여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었다. 이후 작품의 기품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라고 피력했다. 이번 ‘묵음(默吟)’개인전은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소재 ‘갤러리 지오’에서 신작 20점을 선보이며 10월14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서울 인사동 한 찻집에서 인터뷰한 김 작가에게 화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화가는 장, 단거리로 구분하는 잣대가 아니라 멀리 가는 사람이다. 나의 신념에 따라 세상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여 남들이 못 가본 곳에 다다르고 싶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제목 및 인물사진

    -묵음(默吟, Poetry with Silence), 80.5×117㎝ Chinese ink Silica Sand Korean Paper mounted on Canvas, 2017

    -(왼쪽)130.5×97㎝ (오른쪽)100×80.5㎝

    -김정환(ARTIST KIM JEONG HWAN,金政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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