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설임과 위로가 맞닿은 생의 연속
  • 제14회 김종영미술상 수상기념…멀티미디어아티스트 김태호 ‘모호함’전, 2019년 2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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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own5131@hankooki.com
입력시간 : 2018.12.28 19:50:48 | 수정시간 : 2018.12.28 22:41:21
    • Invisible Scape, Installation
    “희망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까닭은 각자 희망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에 정성을 쏟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기다림, 시간에 관한 개인적 경험과 관련이 있으며 행동방식, 심리상태, 욕망의 구성방식, 타인 및 세상과의 관계, 현실과의 관계에 따라 저마다 희망이라는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한다. 희망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정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로제 폴 드루아, 모니크 아틀랑 著, 김세은 옮김, 미래의창 刊>

    나무덩어리, 페인팅, 사진 모두가 하나의 공간이자 작품이다. 어떻게 보라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맡겨둔다. 그러니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림과 설치 사이를 오가다가 검정거울이 바닥에 깔려있는 그 곳 앞에서 투영된 모습을 보기도 하고 나무판이 쌓여 올라간 사이 쏟아져 나오는 빛(Light)에 변화무쌍한 화면의 색과 조우하기도 한다. 이것과 저것의 구분이 없이 서로 연계되어 있는 전시장이다.

    회화는 풍경을 직접 그리고 그 위에 다른 풍경을 얹기도 하고 작가의 넋두리나 타인의 언어도 수용해낸다. 마치 침전된 퇴적의 층을 껴안은 후에야 말갛게 떠오르는 수면처럼 수많은 이야기들의 겹겹이미지들이 쌓인 기억의 묵언이 단색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붓 자국이 200회 이상 얇게 덧칠한 화면엔 간섭효과를 내는 물감을 운용해 바닐라색이 완전한 파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한다. “풍경과 드로잉이 합쳐있다. 어떤 때는 사진이 들어있기도 하는데 나는 끝나지 않는 과정 중에 있는 과정을 드로잉이라고 생각한다. 보자기를 쌌다고 그 안의 물건이 없는 것이 아니듯 이미지는 어떤 형식으로든 전달된다고 믿는다.”

    • (위)Scape Drawing, Acrylic on canvas (아래)빛과 나무판의 집적, 바닥의 검정거울에 비친 영상 속 하나의 존재로 포즈를 취한 김태호(金台鎬) 작가.
    작업은 농사와 같은 것

    김태호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석사를 마쳤다. 1984년 7구 갤러리(파리) 국내에서는 금호미술관, 학고재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응노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기획한 국제전 및 국내전에 참가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년 전 수상작가로 선정된 후 준비한 이번 ‘제14회 김종영미술상 수상작가 김태호 수상기념-모호함(obscurity)’전(展)은 지난 12월14일 오픈하여 2019년 2월1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 사미루1~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50~60대가 되면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구분이 잘 안 되는 모호함을 경험하지 않는가. 덜 보이는 것이 오히려 아름답다고 할까. 또 하나의 고매함으로 재해석하려 했는데 그 어떤 아슬, 이리 갈까 저리로 갈까 하는 주저함, 생사의 경계 아래 내재된 인간의 삶이 슬픔의 연속이라고 하는 생각 등이 깔려있다. 좀 이상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가서 춘천 중ㆍ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안개가 잦은 지역이다. 우연인듯 그러나 그것이 작업을 하는 기저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밀려들곤 한다.”

    한편, 전시장엔 겨울 햇살이 나직한 얘기를 나누듯 창을 통해 스미어들었다. 인터뷰 말미에 ‘화업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작업하는 태도는 농사와 같은 것이다. 비록 짧더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기가 믿는 바를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작가로서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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