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계약·장기입원 이유로 ‘보험사기’로 몬 동부화재의 황당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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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0.09 14:52:28 | 수정시간 : 2017.10.13 15:34:09
  • 보험계약 많다고 보험사기(?)… 항소까지 끌고 갔다 패소한 동부화재

    동부화재, 은퇴 접어들어 월수입 없다고 ‘경제력을 초과하는 보험계약자’로 바라봐

    월 280여만원 보험계약 유지 중이던 K씨, 은퇴 후 별다른 직업 없지만 수억원 자산가

    사고 이후 추가 질병 발견으로 장기입원한 이를 ‘과잉입원’이라 문제제기한 동부화재
    • 동부화재가 다른 보험계약이 많고 장기입원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자를 보험사기로 몰다가 패소한 어처구니없는 사연이 공개됐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동부금융센터.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은퇴에 접어든 보험계약자에게 직업과 수입에 비해 다수의 보험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기라고 바라보며 보험금 지급에 문제를 제기, 소송까지 끌고 간 동부화재의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법원은 동부화재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동부화재는 항소까지 했지만 기각됐다. 장기간 치료를 받아 신체적 상처를 받은 계약자에게 마음의 상처까지 준 꼴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중년여성 K씨는 지난 2011년 1월 동부화재의 한 장기종합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K씨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월 납입보험료는 8만원으로, K씨는 주요 보장내용만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또 K씨는 같은 해 중순에도 앞서 동부화재와 계약했던 것과 비슷한 보장내용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K씨의 두 번째 보험계약의 월 납입보험료는 4만원에 불과했지만, 1월 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상해 입원일당’이 추가됐다.

    보험사들이 중년 이상 또는 질병 및 치료 등의 이력이 있는 가입자에게는 상해 입원일당 보험계약에 쉽게 인수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K씨는 이번 계약으로 보다 탄탄한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동부화재와의 최초 보험계약이 체결된 지 2년여가 지난 2013년 1월 K씨는 자택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중심을 못 잡고 미끄러져 바닥에 하체를 부딪쳤다.

    뜻밖의 사고로 심한 통증을 느낀 K씨는 급히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고, 엉치뼈(천골·薦骨)의 폐쇄성 골절 등 상해 진단을 받았다.

    이에 K씨는 2013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250일 이상을 입원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 보험계약들을 살펴보며 보험금 신청을 했고, 동부화재로부터는 입원일당 등 약 870여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이후 동부화재 측은 K씨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K씨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기로 의심될만한 다수의 정황을 발견했다는 주장이었다.

    우선 동부화재 측은 K씨가 이번 사고 전에 자사 외에 다수의 보험회사와 ‘자신의 경제력을 초과하는’ 보장성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을 지적했다. 또 K씨가 총 16회에 걸쳐 250일 이상 입원한 것이 ‘과잉 입원’이었다고 의심했다.

    이에 동부화재는 K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해, 보험사고를 가장하거나 그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해 보험금을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부화재는 보험금 지급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K씨의 총 입원 일수 중 약 50여일이 불필요한 과잉입원이었다는 회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화재 측은 이 역시 K씨가 가벼운 상해 또는 질병으로 실제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을 가지고 장기간 입원했다고 바라봤다.

    때문에 K씨와 동부화재와의 계약부터 보험금 지급 전단계가 무효이며, 그가 동부화재로부터 수령한 보험금 전액 또는 부당입원 기간에 해당하는 입원일당 상당의 보험금도 반환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K씨 측은 동부화재 측 주장에 강력히 반박했다. 비록 은퇴 연령으로 보통보다 조금 더 많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경제력을 초과하면서 맺은 계약은 아니었다는 입장이었다.

    또 장기간 ‘과잉 입원’으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사고로 인해 발생한 추가 질병으로 충분한 치료를 위해 합리적 기간 동안 입원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동부화재와 K씨는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동부화재 측은 지난 2015년 3월 K씨에 보험계약 무효 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기에 엄격한 우리 법원… 그러나 몇 가지를 간과한 동부화재

    결론적으로 법원은 동부화재 측 주장을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K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씨가 2013년 1월 이전에 가입했던 모든 보험계약 내역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그리고 이번 사고로 인해 입원한 기간 동안의 치료 및 보험금 수령 내역을 증거로 제출받아 살펴봤다.

    법원의 해당 증거에 대한 검토 결과의 따르면, 우선 K씨는 동부화재 측 주장대로 일반 사람들보다는 많은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이 사실이었다.

    구체적으로 K씨는 지난 2005년부터 총 11개 보험사에서 25차례의 보험계약을 체결해 유지 중이었다. K씨가 이들 11개 보험사에 내야 할 월 납입보험료는 약 280만원이 넘었다.

    특히 그가 이번 사고로 입원을 하게 되면서 7개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며 총 16회에 걸쳐 250여일이 넘게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 시기 K씨가 자신의 명의로 유지되고 있던 총 8개의 보험사로부터 75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한 것도 사실이었다.

    은퇴시기 여성이 월 28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부담하며 계약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병원을 옮겨 진료를 받으며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점은 언뜻 보기에 동부화재 측 주장처럼 보험사기로도 보일 수 있었다.

    특히 기존 판례들은 경제력에 비해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대해 관대하게 보지 않기 때문에 법원이 K씨를 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봤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지난 2014년 4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해당하면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춰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납입해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거나,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에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통상적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해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저축적 성격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해 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는 사실 그리고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한 사실 등도 보험금을 부정 취득 등 보험사기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와 같이 보험계약을 악용한 부정이득 편취에 해당하는 계약이라면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로 바라본다는 대법원의 지난해 1월 판결도 있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대로 K씨의 이번 사고를 전후로 한 그의 행보는 동부화재 측 주장처럼 보험금 부당 편취 등 보험사기 행위로도 볼 여지는 있었다. 그러나 동부화재는 그런 의심들이 합리적이라고 불리우기 이전에 고려할 주요 사항 몇 가지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앞서 대법원이 설명한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춰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에서 경제적 사정과 관련된 부분은 보험계약자의 직업 또는 월수입이 판단의 주요 잣대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대법원은 이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기 위해 ‘보험계약자의 전체적인 재산상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리해 보자면, 보험계약자가 은퇴시기에 접어들어 월수입이 월 납입보험료 규모에 비해 모자란 정도일지라도, 그가 그동안 살면서 모아놓은 재산이 이를 부담하기에 충분하다면 경제력을 초과하면서 맺은 보험계약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K씨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그의 재산내역을 보면 보험사기를 주장한 동부화재 측을 다소 민망하게 만들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K씨는 당시 서울에 지상 2층 규모의 여섯 개 가구의 주택을 소유하면서 임대소득을 꾸준히 얻고 있었다. 부동산 재산 규모만 수억원에 임대소득도 상당했으며, 은퇴 전 축적한 재산 규모를 비춰봤을 때 한 달에 280여만원의 보험료 납부는 마치 경미한 지출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또 관할 세무서로부터 받은 K씨의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소득금액 신고내역에 따르면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수입과 소득금액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K씨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보험업에 종사하며 재산형성 등을 목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피보험자로 약 90건 이상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력이 있었다. 이번 사고를 가장해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 ‘원래부터’ 보험계약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사고 당시 유지 중이었던 총 11개 보험사의 25차례의 보험계약 대부분은 만기환급형의 사망보험과 암보험 그리고 저축보험 및 연금보험 등을 주요 보장으로 담고 있었다.

    K씨가 동부화재로부터 보험금으로 수령했던 입원일당 특약을 주요 보장내용으로 하고 있는 계약은 13건에 불과했다.

    만약 K씨가 이번 사고를 가장해 고액의 입원일당 보험금을 타낼 목적이었다면, 25건의 보험계약 모두의 주목적을 입원일당으로 설정했으면 더 현명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재판부는 이 부분만 보더라도 K씨가 고액의 보험금을 부정하게 타낼 의도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 법원은 동부화재의 주장을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항소 청구마저 기각했다. (사진=한민철 기자)
    재판부는 “동부화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K씨가 보험사고를 가장했다거나 그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며 “동부화재와 K씨의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약 2년여가 경과한 2013년 1월에 이르러서야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해서 K씨가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수령했다고도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과잉입원(?)… 울며 겨자 먹기로 장기간 입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특히 재판부는 동부화재가 주장한 K씨의 과잉 입원 부분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동부화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이번 사고로 인한 K씨의 입원 일수가 불필요한 과잉입원이라는 심사의견을 회신받아 동부화재 측에 유리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동부화재 측은 K씨가 이번 사고로 인해 병원으로부터 즉각적으로 진단을 받은 엉치뼈의 폐쇄성 골절 등 상해 진단에만 주목해 이런 주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K씨가 이번 사고로 인해 추가 진단을 받은 진단서 내용은 이런 주장을 한 동부화재 측을 사실상 민망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K씨는 이번 사고로 상해 진단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고 발생 약 5개월 후 병원으로부터 척추강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 등의 추가 진단을 받았다.

    물론 병원은 최초 사고로 인해 비롯된 질병으로 판단했고, 이에 K씨는 당연히 장기적 입원치료를 병행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K씨는 당시 병원에서 발급한 장해진단서 등을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고, 여기에는 “(K씨가) 요통과 하지방사통이 지속되고 신경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일상생활에 장해가 남을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의료진의 소견도 명시돼 있었다.

    특히 일반인들이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입원료 체감제에 따라 병원들은 환자(보험자)의 입원 기간에 대해 1일부터 15일까지는 100%, 16일부터 30일까지는 90%, 31일부터는 85%의 입원료만을 청구할 수 있다.

    때문에 보통 보험자들은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K씨가 엉치뼈 골절로 인한 보존적 치료를 위해 8주 내지 12주 동안의 장기요양이 필요했는데, 이후 추가 질병이 발견돼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며 입원치료를 받았다.

    특히 동부화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회신 받은 심사의견 내용은 ‘K씨의 입원 일수 중 진료기록에 의해 검토가 가능한 5건(91일)의 입원 중 48일이 과잉 입원일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였다.

    K씨는 분명 각 입원 당시 개별 의사의 진단에 따라 병원에 입원했고, 무엇보다 K씨를 진단하고 입원시켰던 의사들이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치료를 빙자해 부당하게 그의 입원 일수를 늘려줬거나 허위진단을 했다고 의심할 객관적 자료도 없었다.

    이에 재판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K씨가 경미한 질병을 마치 중대한 질병인 것처럼 과장해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재판부는 동부화재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동부화재 측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최근 1심 판결이 문제가 없다며 동부화재 측 청구를 기각하면서 해당 소송은 종결됐다.

    동부화재 측의 이번 사례를 두고 보험계약자의 보험사기는 분명 뿌리 뽑고 엄격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지만, 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그리고 그들이 은퇴했다거나 별다른 직업이 없다는 점을 들어 ‘경제적 사정이 부족’하다며 보험사기로 몰아가는 보험사 측의 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동부화재 측은 K씨가 정말 보험료를 납부할 경제력이 없음에도 다수의 보험사의 상품에 계약이 돼있어 문제로 바라봤다면, 2011년 중순에 두 번째 계약을 인수하지 않았으면 그만이다.

    자신들이 꼼꼼하게 챙겨보지 않고 무턱대고 계약을 받아들였으면서 나중에 경제력이 부족하고 다른 회사 보험계약이 많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확인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보험사 측의 책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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