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희건설·효성엔지니어링 공사 입찰담합 사건, 아쉬운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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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1.05 22:12:50 | 수정시간 : 2018.01.05 22:18:54
  • 공정위에는 낮은 자세… 불법행위 피해자엔 ‘책임회피’(?)

    서희건설·효성엔지니어링, 입찰담합 행위 발각으로 2014년 공정위로부터 제재 받아

    불법행위 피해 당사자에 설득력 떨어지는 반박하고 나섰던 두 회사

    “공정위에 과징금 냈으니, 개인 손해배상액도 축소해야”… 황당한 논리까지
    • 과거 서희건설·효성엔지니어링의 공사 입찰담합으로 인한 아쉬운 뒷이야기가 최근 밝혀졌다. 사진은 서희건설 강남구 양재사옥.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과거 공사 입찰담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았던 서희건설과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의 아쉬운 뒷이야기가 최근 밝혀졌다. 공정위 측 제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두 회사였지만, 이들의 불법행위로 경제적 피해를 본 당사자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마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의 공사 입찰담합 행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는 대표적 불법행위지만, 되도록 상부상조를 지향하는 국내 건설업계 내에서 사라질 수 없는 필요악으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소수의 주요 건설사들이 소위 ‘카르텔(Cartel)’을 형성해 보다 암암리에 입찰담합을 행해왔는가 하면, 심지어 일부 회사에서는 공공기관의 부패한 관료들에 로비를 하며 해당 행위에 대한 적발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건설사의 입찰담합 행위를 감시하는 주요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입찰담합징후 분석시스템을 실시하는 등 최근에는 보다 고도화된 방식으로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또 입찰담합 행위에 연루된 사업자가 이를 공정위에 자진신고하면 1순위에 과징금 전액과 검찰고발을 면제해주는 제도인 ‘리니언시(Leniency·담합자진신고)’를 활용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때문에 공정위가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행위에 대한 적발이 과거보다 더욱 수월해지며 그 건수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었다.

    설령 이런 행위를 즉각 발견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뒤늦게나마 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며, 문제가 된 건설사에 대한 엄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입찰담합 행위로 사후 적발된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검찰고발 조치를 당할 수 있다.

    또 건설사들이 행한 불법행위의 정도가 지나쳤거나 입찰담합 행위 적발 이후에도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등의 태도를 보인다면, 향후 국가와 공공기관으로부터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는 등 불이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공정위로부터 입찰담합 행위가 공개되면, 언론보도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지며 회사의 도덕적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입찰담합 행위로 문제를 일으킨 건설사들은 공공기관 및 수사기관에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쉽게 말해 무조건 허리를 굽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실 입찰담합 행위로 인해 문제의 건설사가 져야할 책임은 공정위의 제재나 검찰수사로 끝나지 않는다.

    보통 입찰담합 행위로 인해 건설사들이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보다 이로부터 얻게 된 이득이 더 많은 편이다. 이들 건설사들이 막대한 이득을 봤다면, 반대로 분명 막대한 손해를 본 이들도 존재한다.

    때문에 입찰담합 행위를 저지른 건설사는 공정위 등으로부터의 제재 이후, 자신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본 이들과 손해배상 소송을 겪게 된다.

    이들 건설사들이 피해 당사자들과 원만한 협의를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일부 건설사들은 공정위 등 공공기관에 보였던 것과 달라진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공적으로 제기됐거나 언론을 통해 쉽게 알려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며 허리를 굽혔지만, 이 두 가지 문제가 지나간 시점에서는 기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축소하려 하거나, 이미 거액의 과징금을 납부했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액을 줄이려 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펼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입찰담합 행위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의심되며, 피해 당사자들은 더욱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들러리 섰던 서희건설 & 땅 짚고 헤엄쳤던 효성엔지니어링

    국내 건설업계 중 지역주택조합 사업 부문 1위의 서희건설 그리고 효성그룹의 건설 계열사였던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의 과거 공사 입찰담합 사건이 앞서 언급했던 것과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입찰담합으로 인해 피해를 봤던 이들과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최근 법원으로부터 판결이 내려지며, 그 아쉬운 뒷이야기가 밝혀졌다.

    현재 한국환경공단의 전신인 한국환경자원공사(이하 한국환경공단)는 지난 2009년 경기도 의정부시 자일동 일대 3147㎡ 규모의 부지에 음식물폐기물 공공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이 사업을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한 원사업자는 민간기업이 아닌 지자제인 의정부시였다.

    한국환경공단은 같은 해 5월 20일 이 건설의 설계 및 시공 부문을 맡아줄 업체에 대한 일괄입찰 공고를 했다.

    이 건설 공사는 공동수급체, 즉 컨소시엄의 구성을 통한 공동이행이 허용됐다. 곧바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 자사를 대표로 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참가를 신청했다.
    • 서희건설과 효성엔지니어링의 의정부시에 대한 태도는 자신들의 공사 입찰담합 행위를 회피하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사진은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 (사진=한민철 기자)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하 효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10월 6일 효성엔지니어링으로 상호가 변경됐고, 지난해 4월 5일 효성에 최종 합병됐다.

    당시 효성엔지니어링은 벽산엔지니어링과 코오롱환경서비스를 구성원으로 둔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나섰다. 그 결과 효성엔지니어링의 컨소시엄이 낙찰자로 선정됐고, 지난 2010년 1월 22일 이들은 한국환경공단과 공사금액 111억 9600만원에 이르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몇 년 뒤 이 공사의 입찰이 불법적 담합행위로 인해 이뤄졌다는 사실이 공정위로부터 밝혀졌다. 이들 효성엔지니어링이 공사의 적격자로 선정되기 위해, 입찰공고 당시 서희건설에도 입찰에 형식적, 쉽게 말해 들러리로 참가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당시 서희건설은 효성엔지니어링의 컨소시엄 외에 유일하게 이 공사 입찰에 참가했던 회사로, 컨소시엄 형태가 아닌 단독으로 입찰에 나섰다.

    두 회사는 낙찰예정자를 효성엔지니어링으로 하는 내용의 입찰담합에 대해 사전 합의했고, 서희건설은 효성엔지니어링이 준비한 설계용역서 및 지정한 입찰금액을 기재한 채 입찰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당시 효성 측이 제시했던 설계용역서는 설계 품질이 비교적 떨어졌고, 입찰금액은 공사예정 금액의 99.9%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들러리를 서준 서희건설 덕분에 효성엔지니어링은 무리 없이 이 공사의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됐다.

    당시 두 회사의 이런 행위로 인해 이 공사의 입찰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고,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14년 7월 두 회사의 공사 입찰담합 적발 사실을 밝히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19조 1항 8호에 따라 이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사대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확인도 안 한 채 입찰에 참여했다(?)

    서희건설과 효성엔지니어링은 의정부 음식물폐기물 공공처리시설 공사 입찰담합 행위로 인해 각각 8100만원과 2억 300만원 총 2억 8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연히 사측에서는 유감의 뜻을 밝혔고, 공정위의 제재로 인해 반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당시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며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잊혀져 가는 듯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했던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바로 이들의 입찰담합 행위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혔던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당시 의정부 음식물폐기물 공공처리시설 사업을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한 원사업자는 지자체인 의정부시였다.

    서희건설과 효성엔지니어링 측이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고 난 뒤, 당연히 의정부시는 이들 두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시는 두 회사가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입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부당한 제안을 주고 받았고, 이로 인해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들의 불법행위로 형성된 낙찰가격 그리고 이 불법행위 없이 정상적 경쟁 상태에서 형성됐을 낙찰가격의 차액 상당에 대한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공정위의 적발 및 의결을 통해 두 회사의 불법적 입찰담합 행위는 분명히 있었다는 점은 명확했다. 또 의정부시는 이런 행위로 인해 보다 효율적인 낙찰자를 선택할 권리를 사실상 박탈당했음은 물론,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손해를 입은 점 역시 분명했다.

    특히 공정거래법 제56조 1항에 의해 서희건설과 효성엔지니어링은 당시 입찰담합으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의정부시에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공정위 측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단계처럼 모든 것을 인정하고, 보다 반성하는 태도로 의정부시로부터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만 같았던 두 회사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반박을 하며 자칫 고의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당시 서희건설과 효성엔지니어링의 주장에 따르면, 의정부시가 음식물폐기물 공공처리시설 사업의 계약당사자 또는 수요기관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때문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의정부시에게까지 이어질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두 회사 모두 입찰담합 행위로 인한 손해의 귀속자는 한국환경공단으로 판단하고 있었고, 의정부시에 대한 불법행위는 고의 과실이 없어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이들 두 회사가 당시 공사에 의정부시가 관여돼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부분은 인정조차 되지 않았다.

    사실 음식물폐기물 또는 음식물자원화 처리시설, 바이오가스화시설 등은 대부분의 원사업자가 지자체다.

    특정 기업에 이익을 주기위한 목적이 아닌, 지자체의 필요에 의한 성격이 강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공사명 역시 보통 지역 이름이 앞에 붙어, ‘대구 음식물류폐기물 및 분뇨처리시설’, ‘광주광역시 음식물자원화시설’ 등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 사건 공사의 정식명칭 역시 ‘의정부 음식물류폐기물 공공처리시설’이었으며, 공사비용도 의정부시가 부담했다.

    만약 두 회사가 이 공사에 관한 입찰 및 계약이 의정부시가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해 이뤄진 것을 몰랐다고 한다면, 공사의 기본적 부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입찰에 참가한 부끄러운 회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제재 이후 건설사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까지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폭넓게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
    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수요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의 입찰에 참여 경험이 있는 회사들로서 당시 공사의 수요기관을 한국환경공단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의정부시가 해당 공사의 수요기관으로서 법률상 보호를 받을 이익이 있고, 서희건설과 효성엔지니어링은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입찰 및 담합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고, 기타 제재를 받았음에도 의정부시에 추가 손해배상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이중처벌과 같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불법행위로 인해 공적으로 부과하는 벌금과 특정인에게 끼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성격이나 목적이 엄연히 다르다.

    오히려 공정위에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이유로 의정부시가 받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제한한다면,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법원은 이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공공기관과 피해 당사자들을 향한 태도가 달라지는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공정위에서도 단순한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건설사들의 손해배상에까지 폭넓게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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