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사외이사 대거 물갈이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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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3.12 21:35:55 | 수정시간 : 2018.03.12 21:35:55
  • 하나ㆍ신한ㆍKB 친 정부 인사 신규 선임 잇따라…사외이사 무용론에 당국 나서

    금융권 사외이사 선임 코드, 참여정부·청와대·관료…정부와 거리 좁히기

    IBK기업은행, 친 노동계 인사 사외이사 선임…KB는 진통 예상

    DGBㆍJB금융지주 ‘아는 사이’… 삼성ㆍ교보ㆍ한화생명 등보험사도 관련기관 출신

    높은 보수에 거수기 논란 여전…당국, 법 개정 통해 이사회 권한 강화

    은행권, 보험업계 등 금융권 사외이사의 임기가 대거 3월 중으로 만료되면서 이사진 구성이 대폭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를 대폭 물갈이했기 때문이다. 공통적인 흐름을 보면 친 정부 인사들이 속속 사외이사에 선임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개혁 분야 중 하나가 금융권이다.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요구 등 시종일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정부와 가장 각을 세우고 있는 곳이 금융권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해 금융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이사진에 새롭게 포진시키는 모양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에 친정부 인사를 배치해 자체적으로 변화하려는 신호를 보이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당국과 거리를 좁혀 향후 진행될 정부 정책에 있어 관계를 원만히 가져가고자 하는 속내”라고 분석했다.

    사외이사 선임 코드, 참여정부·청와대·관료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국과 갈등을 빚었던 하나금융지주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하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6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열어 박시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태승 한국인터넷법학회 회장, 양동훈 한국회계학회장, 김홍진 한국남부발전 사외이사,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새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박시환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2기)로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2003년 서열·기수대로 대법관 후보 제청이 이뤄지자 사표를 던졌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문 대통령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2005년에는 노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지난해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고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고심을 많이 한 결과”라고 평가하며 “향후 금융당국과의 관계 설정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 이외에 선임된 4명의 사외이사를 두고서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백태승 한국인터넷법학회 회장과 양동훈 한국회계학회장은 한국은행 출신이고 김흥진 한국남부발전 사외이사,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금융당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새로 선임한 3명의 사외이사 가운데서도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가 있다.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수원 12기 동기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7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원장 후보로 추천될 정도로 법조계에서는 명망이 두텁다.

    신한금융지주는 나머지 사외이사 2명으로는 ‘일본통’을 내세웠다.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은 재일세계한인상공인연합회장을 맡을 정도로 재일교포 사회에서는 이름값이 높다. 재일교포인 최경록 CYS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학교에서 IT 관련 분야를 전공해 게이오대학교에서 일본 게이오대학교 IT센터 연구원을 지냈다. 두 인사 모두 과거 신한생명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3일,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 3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선우 교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흥식 금융감독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으로 과거 이들과 논문을 집필한 인연이 있다. 사법연구원 9기인 정구환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지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부회장직을 신설해 참여정부 인사인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전 사장을 앉혔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고 지난해 9월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친 노동 인사, 사외이사 합류하나

    이번 금융권 사외이사 교체에서 눈여겨봐야할 점은 노동 친화적 인사가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문위원은 한국금융연수원 총무부장, 감사실장 등을 역임했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금융연수원지부 위원장로 친 노동계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그가 속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KB금융지주다. 앞서 KB노조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권 교수는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사위로 KB금융 노조는 지난달 7일 주주권 행사(지분율 0.18%)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정관변경 의안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그러나 KB금융 이사회는 안건상정과 별도로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은 안개 속으로 빠졌다. 이사회는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규정 등의 제한범위를 상당히 초과하는 것으로 폭 넓은 인재풀 확보를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으며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정관 등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반대 이유다. 앞서 KB금융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바 있지만 주주총회(주총)에서 과반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DGB·JB금융지주, 돌려막기 선임?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과 함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뽑았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서인덕 영남대 명예교수와 판사출신인 이담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을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김경룡 현 DGB 금융지주 전략경영본부장(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추천됐다. 김 사내이사의 임기는 올해 12월26일까지다. 이밖에 이달 임기가 완료되는 조해녕 전 대구시장과 하종화 세무법인 두리 회장은 사외이사로 재선임키로 했다. 조 전 시장은 박인규 회장이 사퇴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이담 사외이사와 하종화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으로 추천됐다.

    JB금융지주는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은 재선임, 2명은 새로 선임하기로 했다.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된 인물은 김상국 전 SK차이나 대표와 이광철 홍익대 교수다.

    두 지방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특징은 각 회사와 이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DG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된 서인덕 명예교수는 대구은행 사외이사를 지냈고 김상국 전 SK차이나 대표는 2015년부터 광주은행 사외이사를, 이광철 교수는 2014년부터 JB우리캐피탈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에 속하는 회사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는 점은 내부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업 전략의 진행 속도 측면에서 쉽게 이해를 구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면서도 “흔히 ‘아는 사람’끼리 이사회를 구성할 경우 대주주 견제 등 사외이사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DGB금융지주가 이담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의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담 변호사는 부산지방법원과 대구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했다. 현재 박인규 회장을 비롯해 DGB금융지주는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지역 출신 판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배경에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도 사외이사 물갈이

    대형 보험사를 비롯해 주요 보험사들의 사외이사 임기도 3월로 만료되면서 속속 후보를 확정지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탑3 생명보험사를 비롯,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주요 보험사들의 사외이사 27명 중 16명의 임기가 이달 중 만료된다. 업권별로 생보사는 12명 중 7명, 손보사는 15명 중 9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은 2명, 한화생명은 1명, 교보생명은 4명 전원이 내달 임기가 끝난다. 삼성화재는 1명, DB손보와 KB손보는 각각 3명과 4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대상이다.

    삼성화재는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의 임기 만료로 김성진 숭실대 겸임교수를 새롭게 선임할 전망이다. 김 교수는 행시 19회 출신으로 김 교수는 행시 1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 등 요직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조달청장을 지냈다. 19대 대선당시에는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거론된 바 있다.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임기를 마치는 한화손보는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과 안승용 전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상근부회장을 새롭게 선임하고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선임할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최선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박승희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한 최 변호사는 재무부에서 13년간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육사 출신인 박 전 사장은 대위 예편 후 재무부에서 9년간 사무관으로 일했다.

    DB손보는 기존 사외이사 3명을 모두 다시 선임한다. 이승우 사외이사는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냈고, 김성국·박상용 사외이사도 각각 재경부 사무관과 경제기획원을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다.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 여전…당국 손질 나선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마무리 짓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많다. 이사회에서 적극적 의사 표명 없이 단순히 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BNK·DGB·JB 등 7개 은행 및 금융지주들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46명은 은행의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해 거의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9월까지 은행의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해 총 88개 안건을 처리했는데,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단 1건에 그쳤다. 이사회에 불참하거나 이사회에 참석해 기권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대주주와 관련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전혀 실행하지 않은 셈이다.

    ‘찬성’ 의견을 표하고 이들은 받은 보수는 상당하다. 1인당 평균 보수는 약 6000만 원에 달하며 4대 금융지주로 좁히면 6500만원을 넘는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1인당 평균 보수는 KB금융이 8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6925만원)과 신한금융(6093만원), 하나금융(5522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총액으로는 사외이사를 10명으로 가장 많이 배출한 신한금융이 6억93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KB금융(5억8100만원)과 하나금융(4억9700만원), BNK금융(2억8518만원) 순이었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서는 JB금융이 1인당 평균 보수가 5442만원으로 수위였다. 다음으로 BNK금융과 DBG금융이 각각 4753만원과 3898만원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14차례 이사회에 참석한 KB생명과 삼성생명 사외이사들은 모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흥국화재의 김동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두 차례, 교보생명의 박영택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한 차례, 동양생명의 김기홍·허연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각각 반대와 기권한 것이 상임이사와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보험사에서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로 인당 78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DGB생명이 300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금융권에서는 유명무실한 사외이사 제도가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야기시켰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자추천이사제’, 혹은 ‘노동이사제’ 도입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 지주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사외이사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실현되기까지 큰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손질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금융사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연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 방안에는 ▲CEO 후보군 관리기준의 투명한 공시 및 주주를 통한 평가 절차 마련 ▲CEO 후보군 선출 과정에서 현직 CEO의 영향력 제한 ▲사외이사 선출시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 포함 유도 ▲CEO 및 이사회 활동에 대한 주주 통제 강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당국의 이사회 관련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금융권에서도 이를 의식해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출 과정에서 지주 회장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와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이 빠졌고 신한은 후보들에 대해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는 것으로 신뢰를 제고하는 모습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은 사외이사 거수기 역할을 하는 기업의 얼굴마담으로 모실 것이 아니다”라며 “은행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금융소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인회 underdo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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