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 사측 착오를 고객 허위고지로 몰다 패소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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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3.12 21:41:59 | 수정시간 : 2018.03.12 21:59:03
  • 서류상 아닌 ‘실제 업무’ 고지했어도 문제 없어

    롯데손보, 보험금 청구한 고객에 계약 체결 당시 고지한 업무와 실제 업무 다르다 지적

    고객 A씨, 회사 내부 서류 상 업무와 실제 주 업무 크게 달라

    법원 “서류상 아닌 실제 주 업무 고지했어도, 허위 고지로 볼 수 없어” 판단
    • 롯데손해보험이 사측 착오를 고객의 실수로 몰다가 법정패소한 사연이 밝혀졌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피보험자 측이 보험계약 시 직업 고지를 허위로 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다 끝내 법정패소한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의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던 남성 A씨는 지난 2015년 중순경, 보험설계사 C씨로부터 화재보험상품 가입 권유를 받았다.

    A씨는 C씨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로, 이미 그로부터 다른 보험상품을 권유받아 가입을 한 적이 있었다. 이후 A씨는 C씨로부터 보험과 관련돼 다양한 관리를 받으며 해당 보험상품을 유지 중인 상태였다.

    때문에 A씨는 C씨의 새로운 보험상품 가입 권유에 어렵지 않게 관심을 가졌다. 이 보험은 롯데손보의 각종 상해담보 특약을 담고 있는 상품으로, A씨는 평소 운전을 많이 하는 자신의 직업 특성상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고 판단해 보험 가입을 결심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당시 A씨가 C씨로부터 추천받은 롯데손보의 보험상품은 크게 상해후유장해담보와 자동차 사고부상, 교통상해입원비 등을 보장 내용으로 각각 최대 8000만원과 400만원, 72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A씨는 해당 보험상품의 피보험자를 자신으로 하면서, 계약자는 배우자 B씨로 설정해 가입에 필요한 서류의 작성 및 제출은 모두 B씨가 맡았다.

    B씨는 C씨로부터 서류를 전달받아 작성을 하던 중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문답서 내 A씨의 직업을 묻는 공간에 ‘기업고위임원’이자 구체적 취급업무로 ‘임원관리’라고 기재했다.

    보통 보험가입을 진행하게 되면, 가입자들은 보험계약 ‘청약서’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상품소개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게 된다.

    이중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은 피보험자의 신체와 평소 생활 정보를 고지하는 자료다. 여기에는 피보험자의 치료나 입원, 수술 등의 이력과 키·몸무게, 임신 중인지 여부 등 기타 신체 특징을 기재하게 된다. 또 계약자 및 피보험자의 운전 여부와 직장 및 업종, 구체적 취급 업무 역시 담게 된다.

    보험사는 가입자로부터 받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정보를 토대로, 향후 고객이 납부해야 할 보험료의 책정에 반영하게 된다.

    만약 피보험자가 과거 수술 및 질병 이력이 있거나, 현재 비만 상태 그리고 급수가 위험군에 속하는 업종에 종사 중이라면 당연히 납부할 보험료는 비교적 높게 잡힐 수밖에 없다.

    그만큼 보험사는 이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의 정보를 보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제출 받아야 하며, 계약자 역시 이 정보에 허위사실이 있는 경우 향후 보험금 청구를 했을 때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거나 보험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B씨가 이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기재했던 A씨의 직업인 ‘기업고위임원’과 취급업무인 ‘임원관리’는 이번 사건에서 보험사인 롯데손보 측과 큰 갈등을 유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A씨는 건설관련 회사에서 재직하면서 공사대금 산정과 물량 산출, 공사입찰 및 계약, 공사현장 자금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부’에 소속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B씨의 기재대로 A씨는 당시 회사 내에서 임원급 직책이었기 때문에 공무부 업무를 보면서 사내 고위 임원들을 관리할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A씨는 C씨로부터 권유받은 롯데손보의 보험상품에 문제없이 가입할 수 있었고, 가입 바로 다음 달 다른 건설관련 회사로 이직해 역시 공무부 소속의 상무 직급을 맡게 됐다.

    본래 직종이 바뀌면 보험사 측에 알릴 필요가 있지만, 회사를 옮겼더라도 주요 업무가 기존 직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이상 굳이 보험사 측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무방하다. A씨 역시 롯데손보에 이직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A씨는 이직과 함께 롯데손보 보험상품의 가입을 유지하며 약 1년 뒤인 지난 2016년 여름 어느 날, 뜻밖의 큰 사고를 겪게 된다.

    사고 났지만… 직업관련 사항 허위고지라며 보험금 지급 거부한 롯데손보

    당시 장맛비가 심했던 새벽 이른 시간 A씨는 건설현장 방문을 위해 회사 차량을 몰고 고속도로 위에 주행 중이었다. 그러던 중 A씨의 차는 빗길에 미끄러져 그만 앞에 운행 중이던 화물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이 사고로 척추가 손상되는 큰 상해를 입었고, 장기간의 치료를 거쳤다.

    A씨 측은 지난해 1월경, 치료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C씨로부터 권유받아 가입한 롯데손보의 보험 가입 내역을 살펴봤고, 특약 내 상해후유장해담보 등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롯데손보 측은 심사 끝에 A씨 측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나섰다. A씨의 배우자 B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작성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내 A씨에 대한 정보와 현재 A씨의 정보가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B씨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작성할 당시 A씨의 직업에 대해 직업급수 1급에 해당하는 기업의 임원이자 임원관리라고 고지했지만, 실제 A씨의 직업은 건설관련 업체의 현장관리자로서 이는 직업급수 2급에 해당한다는 설명이었다.

    때문에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면 피보험자의 손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보험계약 조건과 같이, 롯데손보 측은 A씨 측의 이번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심지어 보험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A씨 측은 롯데손보로부터 허위고지를 한 것으로 몰리며 사고로 인한 상처에 더해 마음의 상처까지 안게 됐다. (사진=연합)
    A씨 측 역시 이런 롯데손보 측에 맞서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롯데손보 측은 A씨 측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이 지난 2004년 6월 11일 선고한 판결(사건번호 2003다18494)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고지의무에 대해 알고도 ‘고의로’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입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내 고지사항이 허위로 기재가 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주체는 보험사이자, 이 서류가 작성됐을 당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자신들의 고지사항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도 ‘고의로’ 했다는 점을 입증할 주체 역시 보험사였다.

    이에 롯데손보 측이 제기한 법정소송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당시 A씨가 재직 중이던 회사는 그를 고용노동부에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신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롯데손보 측이 A씨 측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의 위반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결정적 근거 중 하나였다. 이 건설현장 일용직이라는 A씨의 직무는 그의 배우자 B씨가 보험 가입 서류를 작성할 당시 고지한 기업고위임원 등과 직업급수 비례보상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설령 A씨가 B씨의 보험계약 체결 당시 기업고위임원 및 임원관리 관련 내용이 사실이었다고 할지라도, 이직 후 업무가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변경됐다면 이에 대해 보험사 측에 수정 고지를 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결론이 난 이번 사건의 소송에서 법원은 롯데손보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롯데손보는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서류상 직무와 실제 주요 직무, 다를 수 있다는 것 몰랐나(?)

    사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직무에 대해 노동부에 신고하는 내용과 실제 회사 내에서의 업무는 다를 수 있다.

    A씨의 경우에 예를 들어 보면, 사측은 노동부에 그를 ‘건설현장 일용직’이라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업무도 많이 하면서 이 ‘건설현장 일용직’은 단지 부수 업무로 두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서류상 직무와 실제 주요 직무가 다를 수 있고, A씨 역시 이에 해당한다는 의미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A씨는 당시 회사 내에서 공무부 상무의 직무를 맡았고, 공사대금 산정과 물량 산출, 공사입찰 및 계약, 공사현장 자금관리 등을 주 업무로 했다.

    롯데손보 측은 A씨가 실제로 어떤 직무를 담당했든 서류상, 특히 노동부에 신고한 정식 업무는 ‘건설현장 일용직’이기 때문에 B씨가 고지한 대로 기업고위임원이나 임원관리와 다른 직업급수였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고지위반이 명백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A씨 측은 회사에서 서류상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신고했는지보다, 실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이에 기초해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제대로 고지했다고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보험계약 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대한 기재 내용이 서류상 기록인가, 실제 주 업무인가를 판단하는 문제에서 법원은 후자라고 판단했다.

    A씨의 업무 중에는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해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포함돼 있지만, 그가 건설현장 일용직이나 현장 관리자들처럼 건설현장에 상주 또는 지속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본사 사무실로 출퇴근한 점은 이번 법원의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A씨의 서류상 업무가 ‘건설현장 일용직’이라고 할지라도 스스로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실제 주요 업무는 회사와 건설현장을 출퇴근하는 공무부 일들로, 현장 일용직이나 관리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B씨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작성할 당시, A씨는 전 직장에서 현 직장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직 후 굳이 롯데손보 측에 업종 변경 등의 수정 고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또 A씨 자신이 서류상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롯데손보 측도 납득할만한 입증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법원은 A씨 측이 고의로 허위고지를 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 (사진=연합,롯데손보)
    무엇보다 법원은 A씨에 해당 보험상품의 가입을 권유했던 C씨의 행적에 주목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C씨는 오래 전부터 A씨를 보험 고객으로서 관리해 오고 있었고, 이번 사건의 보험계약에 있어서도 A씨의 직장방문 및 재직증명서 등을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C씨가 설계사로서 이런 부분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B씨가 작성한 서류 내용을 바탕으로 임의로 롯데손보의 내부 전상망에 직업급수를 1급으로 입력한 부분은 A씨가 허위 고지를 했다고 볼 수 없는 또 다른 근거라는 지적이었다.

    결국 A씨는 사고가 발생한지 무려 약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땅히 받아야만 했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안타깝게도 보험계약 서류를 작성했던 B씨는 남편이 사고로 큰 육체적 고통을 입은 상태에서, 롯데손보로부터 자신이 허위 고지를 한 것으로 몰려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며 큰 심적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향후 롯데손보 측 역시 서류상 직무와 실제 주요 직무가 다를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하지 않고 이런 일을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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