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갑질에 눈물 흘리는 보험설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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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3.13 11:16:04 | 수정시간 : 2018.03.13 11:16:04
    업무는 직원처럼, 대우는 종 부리듯

    설계사들 “이직하면 보험사가 잔여수당 안 준다”

    설계사노조 “보험설계사에게도 노동3권 줘야”

    생보‧손보협회 “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예방 위한 규약 운영 중”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들의 갑질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와는 위촉관계이고 고용관계가 아님에도 출근과 회사 직원처럼 일하기를 강요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위촉관계이기 때문에 4대 보험이 제공되지 않으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실적이 나빠지면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보험사가 혜택을 보고 있음에도 계약이 잘못될 경우 모두 설계사 책임으로 돌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렇게 설계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설계사들을 도와주는 공공기관은 없는 실정이다.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도 대책을 마련해 설계사들을 돕고 있지만, 설계사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5년 6월 말 기준으로 보험사 전속설계사는 약 20만5000명,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약 19만2000명이다. 업계에선 현재 전체 보험설계사 수가 약 40만 명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설계사 되는 것은 쉽지만

    설계사들은 일단 설계사가 되는 것은 쉽다고 이야기한다. 보험설계사가 되려면 보험설계사 등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설계사들은 보험사가 설계사를 뽑을 때는 마구 선발하고 난 뒤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가 전부 책임지게 한다고 말한다.

    이런 구조에는 이행보증보험 제도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행보증보험은 SGI서울보증보험에서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설계사가 급여를 받기 위해 이행보증보험을 가입해 증권을 제출한다. 이것은 설계사의 신용을 보증하고 수당만 받고 이직할 경우를 대비하는 조치다.

    보험사는 이행보증보험 증권이 있어야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수당을 선(先)지급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만일 설계사가 퇴직하게 되면 보험사는 정착지원금이나 실효되거나 해지된 보험계약과 연관된 선지급된 수당을 각 보험사별 기준에 따라 설계사에게 청구한다. 이것이 환수액이며 보험사는 퇴직 설계사에게 받지 못한 환수액을 보증보험사로 청구해 보험금을 받는다. 보증보험사는 피보험자(보험사)에게 보험금을 주고 보험계약자인 설계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신용 상 불이익을 준다.

    또 설계사들은 보험사가 설계사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너무 많고, 보험사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설계사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잔여수당 문제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의 고객 계약수당을 나눠서 지급한다. 그런데 해촉이 되면 보험사들은 잔여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한 설계사는 “이직 시 보험사들이 잔여 수당을 안 주며 설계사가 모집했던 고객을 이관시켜주지 않고 자신들이 갖고 있으므로 민원발생률이 매우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잔여 수당을 주고 고객명단을 넘겨주면 승환계약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환계약이란 보험가입자가 이전에 가입한 상품을 해지나 실효시키고 새로운 상품을 계약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GA의 경우 잔여 수당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위촉계약서의 지급규정을 따르는 것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위촉계약서에 해촉 시 다음 조건에 부합한다면 잔여수당을 지급한다는 식으로 단서조항을 많이 넣어 둔다는 점이다. 이것은 잔여 수당을 가급적 조금 주기 위한 술책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잔여수당은 거의 못 받는다고 보면 되고, 이것 때문에 민원을 유발시키는 계약 옮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갑질

    보험사들은 GA(보험대리점)로 이직한 설계사들에게 ‘코드’를 발급해 주지 않기도 한다. 코드란 생명보험설계사 시험과 손해보험설계사 시험을 합격하면 받을 수 있는 사번(社番)이다. 이 코드가 있어야 해당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 A생명보험사로 들어간 사람이 생보 설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A생명보험의 번호가 나온다. B손해보험사에 입사한 사람이 손보 설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역시 B손해보험의 사번이 나온다.

    설계사가 본래 소속됐던 보험사에서 GA(보험대리점)로 이직을 하면, 본래 소속됐던 보험사는 이직한 설계사에게 코드를 주지 않거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 코드를 주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한 설계사는 “설계사가 이직을 하면서 승환계약을 했을 때 보험사가 고객에게 금전적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코드발급을 안 해주거나, 이직한 회사에서 불량 설계사로 낙인찍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험설계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험설계사노동조합이 형성됐다. 보험인권리연대는 지난해 6월 20일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보험설계사노조는 설계사들에게도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노조는 설계사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휴서울이동노동자 쉼터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없는 서울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사무금융연맹 주최 특수고용노동자 토론회가 열렸다.

    보험설계사노조는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에게 지인‧친인척 계약을 강요하고 있고 새로운 설계사 모집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임신이나 출산을 해야 하는 여성 설계사들을 위한 보호 제도가 없다는 것, 해촉 이후 유지되는 보험계약에 대한 잔여 수수료는 지급하지 않으면서 실효‧해지된 보험계약 수수료는 환수한다는 것, 고객이 보험금을 많이 받아간다고 설계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 자동차 보험 공동인수를 하면서 고객에게는 보험료 인상을 하지만 정작 설계사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 등의 주장도 내놓았다.

    반면 생보협회 측은 설계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의 설계사를 위한 배려사항을 살펴보면 생보와 손보협회 공동으로 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예방 준수규약이 있다”며 “이 준수규약에 의해서 준수사항 준비사항 등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설계사들의 갑질 피해 주장에 대해선 보험업법 85조 3항에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금지조항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위탁계약서 사항에 제약사항을 미 이행하거나 위탁업무 이외의 업무를 강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수료를 미지급, 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계약서상의 내용하고 달리 집행이 이뤄진다면 보험업법 상 처벌을 받게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 수수료 관련해서는 각 사별로 다르게 계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화할 수 없고 정확한 파악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업부분이어서 협회에서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의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계사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영업상의 문제인데 과거에나 그런 게 있었고 요즘도 그런 곳이 일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판매촉진을 한다고 해서 강제적이나 강압적으로는 할 수가 없다”며 “설계사들의 이직도 자유로운 상황이고 일부 있었다고 해도 일반화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GA에서 근무 중인 한 설계사는 생보협회의 입장에 대해 “협회는 중재할 권한이나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다”며 “협회에서 강제로 시킬 수 있는 것도 없어서 협회의 조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곽호성 기자 lu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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