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G손해보험, 합병증 환자에 ‘허위 입원’이라며 보험금 돌려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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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4.09 08:50:25 | 수정시간 : 2018.04.09 08:56:45
  • 오히려 부족했던 보험계약수… 고객 무리하게 압박했나

    AIG손해보험, 고객 A씨에 보험사기 주장하며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제기

    일부 정황만 봤을 때 보험사기 의심 살 수밖에 없었던 A씨

    심한 합병증 겪었던 A씨… 입원 기간 장기 외출·외박 없이 성실히 치료 임했는데

    패소한 AIG손해보험, 무리한 소송 제기 비난 피할 수 없어
    • AIG손해보험의 황당한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 사례가 밝혀졌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AIG손해보험(사장 민홍기)이 장기간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했던 피보험자에게 허위 입원을 했다며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이번 일로 AIG손해보험은 피보험자의 입원치료가 필요했던 사정에 대해 보다 철저한 확인도 없이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비난을 받을 전망이다.

    보험사들이 피보험자의 보험금 취득을 ‘보험사기’로 판단하는 근거는 다양하다.

    우선 피보험자가 자사 외에 타사의 보험상품에 다수 가입했을 경우다. 특히 그 보험상품들의 보장 내용이 유사하다면 더욱 보험사기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피보험자 또는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여력이 그리 넉넉지 않지만,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고액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는 경우에도 보험사기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또 피보험자의 상태가 가벼운 상해 또는 질병으로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할 정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병원에 입원한 뒤 지나치게 높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도 보험사기로 판단하게 된다.

    그 외 보험 가입 시점과 보험금 청구 사이 기간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때 역시 보험사는 보험금 부정 취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보험사들의 보험사기 판단 근거는 우리 사법부에서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5년 7월 28일 판결(사건번호 2005다23858)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 관해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해 그와 같은 목적(보험사기)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 즉 확증이 없더라도 여러 정황상 증거들을 종합해 보험금 부정 취득이 의심된다면, 보험사기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고, 그 행위를 받아들인다면 사회질서에 큰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이 민법 제103조에 근거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는 고객에게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보험사기에 해당하는 이들이 지급받은 보험금을 ‘부당이득금’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거나, 해당 피보험자 측과의 보험계약을 무효처리 및 해지하는 소송 등이다.

    보험사기를 저지른 이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칠 우려가 있다.

    때문에 보험사기 관련 소송은 사법부가 보다 엄격한 잣대로 판결하고 있고, 보험사기의 주체가 보험소비자 측인 만큼 다소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기 쉽다.

    그만큼 이에 대해 보험사들의 ‘소송남발’로까지 번질 가능성 역시 높은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험사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가입한 보험계약의 규모와 그 계약 내용의 유사성, 보험가입과 보험금 청구 시기, 피보험자의 경제적 상황, 피보험자를 진료하지 않은 다른 의사들의 보다 객관적인 소견 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피보험자의 보험료 납부 연체 여부와 보험료를 대납할 수 있는 친족의 존재 및 재산 상황 등 여러 제반 사정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이런 보험사기 판단 근거들을 다각도로 따져보지 않고, 일부 근거만을 통해 보험사기라고 판단해 무리한 소송을 제기하는 보험사도 존재한다.

    물론 소송에 따른 법원 판결로 보험사 측이 옳았다고 결론이 나온다면 문제는 되지 않는다. 반대로 보험사가 패소해 지나치게 보험사기로 몰아간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무고한 고객을 보험사기꾼으로 취급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에 가입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계약의 규모가 ‘불필요할 정도’로 많아야 한다. (사진=연합)
    유명 외국계 보험사인 AIG손해보험의 최근 밝혀진 사례가 후자의 경우와 같았다. AIG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입원할 필요가 없음에도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 부정한 보험금을 취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보험자의 입원치료를 허위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며, AIG손해보험 측의 패소 판결을 최근 내렸다.

    다수의 보험계약 & 장기입원 사유 부정한 의사의 소견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약 10년 전 AIG손해보험의 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이 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병·의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입원일당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보장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A씨는 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지 약 두 달 후부터 여러 질병 증상을 일으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그렇게 그는 지난 2013년까지 15차례 이상에 걸쳐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IG손해보험은 A씨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특약에 따라 질병입원 일당을 지급했고, 그 액수는 6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규모였다.

    이후 AIG손해보험 측은 A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이의를 제기했다. A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질병 또는 재해를 입지 않았고,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장기간 입원해 불필요한 진료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때문에 A씨의 병원 입원진료는 자사를 기망한 것이며, 그가 자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역시 부정하게 편취한 돈이라는 지적이었다.

    AIG손해보험 측은 설령 A씨가 전체 보험금을 부정하게 편취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정 기간을 초과해 입원치료를 받았기에 그 초과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실상 자신을 ‘보험사기범’으로 간주한 AIG손해보험 측에 A씨는 정당한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AIG손해보험은 A씨에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IG손해보험 측 주장대로 A씨의 보험가입과 병원 입원치료 그리고 보험금 수령까지의 과정을 본다면, 보험사기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우선 A씨는 AIG손해보험의 보험상품에 가입할 당시, 다른 보험사와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AIG손해보험에 가입한 같은 해만 하더라도, 3건의 타사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A씨가 당시 가입한 보험상품들의 보장내용이 AIG손해보험의 그것과 완벽히 같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특약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A씨가 병원에서 고혈압 치료를 받으며 남은 진료기록 등으로 입원 당시 그의 상태를 감정한 의사는 ‘장기입원 사유가 되지 않는다’라는 소견을 기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피보험자가 가입한 보험계약의 규모와 내용의 유사성, 피보험자를 진료하지 않은 다른 의사의 소견 등 보험사기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를 통해 봤을 때, A씨의 경우가 보험사기라고 의심받을 소지는 있었다.

    이에 AIG손해보험 측은 A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하기 위해 다수의 보험상품에 가입했고, 입원치료 기간 역시 불필요하게 길었음에도 상당한 액수의 보험금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몰려온 합병증… 오히려 부족(?)해 보였던 보험계약

    AIG손해보험 측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이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A씨가 당시 가입을 유지 중이었던 보험상품의 개수가 과연 그렇게 많았던 것인지 여부를 살펴봤다.

    이 사건 재판부의 판결 그리고 이와 유사한 판례에서도 제시가 돼 있지만,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에 가입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계약의 규모가 ‘이례적’일 정도로 많아야 한다.

    이 이례적이라는 정도는 단순히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 아닌, 피보험자에게 ‘불필요한 수준’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굳이 보험을 하나만 가입하더라도 이로 인해 보장받는 보험금의 규모가 충분함에도 같은 보장 내용의 보험상품에 다수 가입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해외에 갈 예정이 특별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질병의료실비를 주요 특약으로 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다면 이는 이례적이며 불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피보험자가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음에도 그 수준을 뛰어넘는 보험에 가입했다면 이 역시 이례적이며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A씨의 당시 보험가입이 이례적이거나 불필요하다고 보지 않았다. 사실 A씨가 가입했던 보험상품이 일부 기간에 집중됐던 것은 맞지만, AIG손해보험에 가입한 같은 해의 3건과 기타 3건 즉 총 6건의 보험계약에 불과했다.

    6건의 보험계약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많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이례적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이 6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A씨가 납부해야 할 월 보험료는 약 28만원이었다. 때문에 A씨의 경제적 여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다한 보험료가 아니었다는 판단이었다.

    A씨가 당시 병원 입원치료를 받으며 겪었던 질병도 그가 다른 보험상품에 추가로 가입할 필요성을 설명해줄 수 있었다.

    A씨의 의료 진료기록에 기재된 그가 겪었던 질병 내용에는 고혈압과 추간판탈출증, 섬유근통, 수면장애, 우울증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만큼 소수의 보험계약만으로는 복합적인 질병에 대한 입원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6건의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이 A씨에게 불필요한 수준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분명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A씨의 진료기록에 대해 ‘장기입원 사유가 되지 않는다’라는 소견을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일부 질병’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A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는 그의 고혈압 관련 부분에 대해서만 ‘고혈압 단독으로는 장기입원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라는 소견을 밝혔을 뿐이었다.

    이 의사의 소견대로 당시 A씨는 고혈압 증상만으로 입원 또는 입원 기간 연장 사유를 내세울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척추 통증에 대해서는 ‘급성 통증이 완화되면 통원치료가 가능하다. A씨의 상태에 따라 입원기간이 달라질 수 있고, 일반적으로 1주에서 2주 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기재하며,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밝혔다.

    A씨의 다른 진료기록에 대한 의사의 판단은 그의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을 뒷받침해줬다.

    당시 A씨가 진단받은 섬유근통은 의무기록상 통증평가점수(VAS·Visual Analoque Scale)에서 9점을 기록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면장애와 우울증 등의 심리적 증상까지 겹치며 정형외과뿐만 아니라 신경과와 순환기내과 등 협진 치료를 시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입원치료가 필요하며, 증상에 따라 입원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입원 당시 외박 또는 장기 외출 없었는데…

    AIG손해보험의 A씨에 대한 소송은 여러 근거를 다각도로 살펴보지 못한 채 성급하게 보험사기로 의심했다는 지적을 받기 충분했다.

    A씨는 이미 다른 보험사들로부터도 과다한 입원치료 등에 관한 보험사기로 3건의 고소를 당했지만, 검찰로부터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입원기간 동안 외박 또는 장시간 외출한 사실이 없었고, 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입원치료가 적정하다고 감정한 부분을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들었다.

    무엇보다 당시 A씨를 진료한 병원의 의료진은 그가 겪고 있던 섬유근통이 처방약조차 없는 불치병이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통원치료보다 입원치료가 요구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음에도 AIG손해보험은 끝까지 소송을 끌고 간 셈이었다.
    • 민홍기 AIG 손해보험 사장. (사진=연합,AIG손보 제공)
    재판부는 “A씨는 다수의 질병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었으며, 통증 조절이 되지 않아 장기간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했고, 여기에 허위 또는 과장입원이라고 볼만한 정황은 없었다”라며 “A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거나, 장기간 입원해 불필요한 진료 또는 적정기간을 초과해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A씨는 승소했지만 자신이 보험사기범이 아닌, 정당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는 판결을 받기까지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보험사들이 보험사기를 판단하며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피보험자의 보험계약의 필요성과 입원 당시 자세한 질병 상태 그리고 입원치료 기간 동안 진료 과정 등에 대해 보다 철저한 확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AIG손해보험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보험자의 질병정보 및 개인정보에 관한 일로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지 당시 보험금 지급 내역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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