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의 불법행위에도 손해배상 못 받은 한 토지주의 얄궂은 사연
  • 도로공사 불법행위 명백해도 발목 잡은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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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1.31 10:36:59 | 수정시간 : 2019.02.08 16:52:42
    • 한국도로공사의 불법행위로 토지주가 금전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소멸시효 만료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된 사건이 최근 있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한국도로공사(대표 이강래)의 불법행위로 토지 소유주가 금전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법적 소멸시효 만료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된 사건이 최근 있었다. 한국도로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푼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없게 된 해당 토지 소유주는 도로공사를 상대로 기나긴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는 지난 2005년 4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에서 북수원IC 2.72km 구간의 부가차로 설치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도로공사 측은 해당 공사구간이 위치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인근에 수십미터 길이의 비포장도로를 만들어 이를 점유·사용했다.

    원활한 공사의 진행을 위해 비포장도로를 형성해 다른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것은 비단 도로공사뿐만 아니라, 여느 토목·건축 공사현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 비포장도로의 형성이란 다른 말로 ‘도로 폐쇄’를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호소하는가 하면, 인근 토지 소유주들의 지가 하락에 대한 항의 등의 잡음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당시 도로공사 측의 비포장도로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실 해당 비포장도로가 형성되기 전후 A씨라는 인물이 일대에 토지를 매입, 이곳에 주택을 신축해 분양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원래 도로공사 측이 비포장도로를 형성하기 이전부터 해당 도로는 사람뿐만 아니라 차량 등이 지나다니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비포장도로 형성으로 도로가 폐쇄되자 해당 도로에는 사람과 차량 어느 쪽도 통행을 할 수 없게 됐다. 당연히 A씨는 도로 통행에 제약이 생기자 이동의 불편과 함께 주택 사업에 차질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A씨는 당시 도로공사 측에 도로 폐쇄로 인한 통행의 어려움을 항의를 하면서, 공사 중 주민들의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보조도로인 부체도로(附替道路)를 개설해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공사 측도 인근 용지의 추가 매입 및 기존 용지를 이용한 부체도로를 설치할 의사를 A씨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후인 2007년 여름 도로공사 측은 해당 비포장도로 입구에 토사를 쌓았고 수목을 심어놓는 동시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비포장도로에 대한 출입을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A씨의 추가적인 부체도로 개설 요구에도 도로공사 측은 “차량 통행이 가능한 부체도로 개설은 곤란하다”라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도로공사는 몇 년 뒤인 2010년 6월에서야 겨우 비포장도로에 사람들만이 통행할 수 있도록 펜스 일부만을 철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도로공사 측의 조치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도로공사가 만들어 놓은 비포장도로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입고 있었음에도 최소한의 차량 통행을 위한 보조도로마저 제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A씨의 입장에서는 도로 폐쇄로 주택 사업에 차질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 측이 오히려 비포장도로에 토사와 수목 그리고 펜스를 들여놓았고 이는 인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당시 A씨는 주택 분양사업 목적의 토지 외에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또 다른 두 곳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로공사 측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인근에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를 실시하면서, A씨 소유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이곳에 설치된 경계담장을 임의로 철거하거나 가설방음벽을 설치하는 등의 일까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지난 2015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도로 폐쇄에 따른 자신이 소유한 토지 및 주택의 가치하락에 따른 손해 그리고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자신의 토지에 대한 무단점유 및 시설물 재설치와 보수에 해당하는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A씨 손해 인정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로 한푼도 못 받아

    최근 이 사건 재판을 담당한 수원지방법원은 판결을 내리며 A씨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이 사건 재판부는 도로공사 측이 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A씨 소유 토지에 설치돼 있던 경계담장을 철거했고 또 다른 토지에서 가설방음벽을 설치하면서 해당 토지들을 점유·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도로공사가 A씨에 경계담장 재설치 비용 등과 그리고 토지의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도로공사 측의 비포장도로 형성 즉 도로 폐쇄 그리고 이후 도로 입구에 토사를 쌓고 수목 식재, 펜스 설치 등의 행위로 인해 인근 A씨 소유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됐다는 사실 역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전문감정인을 통해 현장검증까지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 폐쇄 이후 도로의 사용이 현격히 제한됐고, A씨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에 대한 평가금액의 하락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던 점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가 도로공사 측의 도로 폐쇄로 A씨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의 가치가 하락해 도로공사가 이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황당하게도 A씨는 도로공사로부터 이 부분 손해에 대해 1원의 배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소송이 제기됐을 당시 도로공사의 도로 폐쇄로 인한 A씨 측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이미 소멸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된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인지한 날은 손해의 발생 사실과 가해자를 알아야 하고 그 가해 행위가 불법행위로,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의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A씨가 도로 폐쇄로 인한 지가 하락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도로공사 측의 도로 폐쇄로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됐다고 최초로 인지한지 3년 내에 소송이 이뤄져야 했다.

    A씨가 도로공사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15년 가을이었다. 그렇다면 A씨는 자신이 소유한 토지의 가격이 도로공사 측의 도로 폐쇄로 하락했다는 사실을 최소 2012년 가을경부터 인지했어야만 손해배상 청구권이 유지될 수 있었다.

    되짚어 보면 A씨는 도로공사 측에 도로 폐쇄로 인한 문제점 호소 및 부체도로 개설을 요구했고, 이후인 2007년경 도로공사 측이 비포장도로 입구에 토사와 수목, 펜스를 들였다.

    또 이후 도로공사 측은 부체도로 개설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2010년 6월경 도로공사는 펜스 일부를 철거해 비포장도로 내 사람들의 왕래만 가능하게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최소 도로공사로부터 부체도로 개설이 어렵다는 전달을 받은 시점에서부터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인근 부동산의 가치하락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늦어도 2010년 6월경 도로공사 측이 비포장도로 내 사람들의 왕래만이 가능하게 했던 시점부터는 A씨가 향후 부동산의 가치하락의 피해가 있다고 인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A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길게 잡더라도 2013년 6월 이미 소멸했고,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2015년 가을에는 이미 A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없어진 상태였다.

    당시 도로공사의 행위로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의 가치하락이 있었고 이것이 도로공사 측의 불법행위였다는 점이 법적 판단을 통해 드러났음에도, 피해자는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황당한 결론이 나온 상황이었다.

    A씨는 당시 관련법을 자세히 몰라 도로공사 측의 도로 폐쇄가 위법한 행위이며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떠한 구체적 손해를 입게 됐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이는 재판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도로공사와 항소심 재판에서 소멸시효 부분과 관련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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