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안타증권, 고령의 투자자에 ‘반토막’ 손실 입힌 사연
  • 투자자 동의 얻으면 끝(?)… 투자자 정보 파악 못한 불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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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입력시간 : 2019.02.07 11:17:45 | 수정시간 : 2019.02.08 16:51:40
    • 유안타증권이 고령의 투자자에 고위험 상품을 추천해 ‘반토막’의 투자 손실을 일으킨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ㆍ황웨이청)이 고령의 투자자에 고위험 상품을 추천해 ‘반토막’의 투자 손실을 일으킨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유안타증권 측은 해당 투자자에 투자에 관한 동의를 얻은 채 투자계약을 맺었지만, 애초 이 투자자에 적합하지 않았던 고위험 상품을 추천하면서 철저한 설명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 2000년 후반부터 유안타증권(당시 동양증권)의 한 지점의 투자상담전문 직원인 L씨를 통해 각종 채권 및 신탁상품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A씨는 70대의 고령의 나이로 은퇴 후 노후 자금을 불릴 계획 등을 세우고 있었고, 이후 ELS(주가연계증권)와 DLS(파생결합증권) 등 보다 공격적인 상품에도 10여 차례나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던 지난 2013년 초 A씨는 L씨의 권유로 한 DLS 상품에 관한 수천만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A씨가 투자한 DLS상품은 런던 금 가격지수와 런던 은 가격지수, 브렌트 원유 최근 월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이 가격에 따라 투자자에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또 투자 만기인 3년 내에 이 세 가지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45%를 초과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었다.

    DLS상품은 만기 시 원금을 보장하는 종류가 있지만,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조건 아래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구성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원금비보장형 DLS상품의 경우 노후자금 및 긴급 생계자금을 목적과는 거리가 먼 고위험군·장기투자 상품에 속하기에 A씨와 같은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A씨는 해당 DLS상품의 가입 시 위험고지문을 통해 이 상품의 투자 위험도에 대해 고지를 받았고, 투자 체크리스트도 직접 작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가입 마무리 단계에 이뤄지는 ‘해피콜’ 전화에서도 유안타증권의 직원으로부터 해당 상품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확인 및 가입에 동의하는 과정까지 마쳤다.

    때문에 A씨의 해당 DLS상품에 대한 가입은 투자자의 의사에 따라 정식으로 이뤄졌고, 유안타증권 측의 투자운용 역시 문제없이 진행됐다.

    A씨의 바람과는 다르게 해당 DLS상품의 가입 기간인 2013년 초부터 2016년 초까지 브렌트 원유의 가격은 배럴당 약 112달러에서 최저 27달러선까지 떨어지는 충격적인 기록을 남겼다.

    앞서 언급했듯이 A씨가 가입했던 DLS상품은 브렌트 원유 등 세 가지 기초자산이 만기 시 최초 기준가의 45%를 초과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

    A씨는 브렌트 원유의 대폭락 속에 가입 기간 중 분배금 지급이 중단된 것은 물론, 만기 시 상당한 원금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투자금액 중 절반 이상을 날린 만기상환금을 받게 됐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듯이 비록 A씨가 상당한 손실을 봤을지라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뤄진 투자계약의 결과였던 만큼, 유안타증권 측에 그 어떤 손실 보상을 요구할 자격은 없었다.

    그런데 A씨는 당시 DLS상품 투자로 인해 발생한 손실금을 보상하라며 유안타증권과 L씨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자신이 고령이자 노후자금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였음에도 불구하고, L씨가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바람에 해당 DLS상품에 대한 가입 및 투자 손실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L씨가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해당 DLS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L씨가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는 동시에 설명의무에 반하는 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자신이 DLS상품 투자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유안타증권 역시 L씨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L씨와 함께 공동으로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투자자 나이ㆍ건강ㆍ재산상황 등 철저히 파악했어야

    사실 A씨가 이번 소송에서 유안타증권과 L씨를 상대로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A씨는 L씨의 투자권유를 통해 해당 DLS상품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투자상품의 위험도에 대해 고지를 받았고 투자 체크리스트 역시 직접 작성했다. 또 유안타증권과의 해피콜 통화에서 재차 해당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입을 완료했다.

    투자가입 전 단계에서 투자자와의 면담을 통한 투자정보 파악 그리고 투자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등을 통한 동의를 얻은 만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A씨에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내려진 이 사건 1심 재판 결과 법원은 유안타증권과 L씨가 A씨 측에 투자계약상 발생한 손실액 중 80%를 지급하라며, 유안타증권 및 A씨 측의 상당 부분 책임을 인정했다. 예상 밖의 재판 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L씨와 유안타증권 측은 A씨에 대한 보다 철저한 투자자 정보 파악 및 설명의무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투자가입 과정에서 투자자의 동의를 거쳐 가입이 이뤄졌을지라도, 향후 금융투자업자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즉 투자자에 대한 기망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투자자는 당해 계약의 무효 또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 적합성의 원칙이란 자본시장법 제46조에 따라 A씨와 같은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과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에 비춰 그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47조에 따라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 금융투자 상품의 내용과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투자 상품의 특성 및 위험도 수준 그리고 투자자의 투자경험 및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채 이뤄져야 한다.

    유안타증권 측은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A씨가 과거 ELS와 DLS 등의 상품에 투자를 한 이력 그리고 해당 투자 과정에서 그가 중립적 투자성향을 뛰어넘는 ‘적극투자형’으로 분류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DLS상품에 대한 적합성 원칙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해당 DLS상품에 가입하면서 해당 투자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 고위험군 상품, 적극투자형·공격투자형 투자자에 적합, 생계 및 노후자금에 비적합, 장기상품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공란에 체크했다.

    또 이후 해피콜에서도 A씨가 이와 관련된 설명을 재차 듣고 가입에 동의했다는 점은 유안타증권 측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재판부는 “A씨에 대한 투자상품이 그의 투자목적과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에 비춰 적합한 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L씨가 A씨에 투자상품을 권유하면서 금융투자 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에 관해 제대로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사실 유안타증권과 L씨가 투자자인 A씨의 동의를 얻어 투자가입을 유치했다고 할지라도, 앞서 언급했듯이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이란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DLS와 같은 파생투자 상품의 경우 투자자의 투자 적합성을 보다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투자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그 전 단계에서 투자권유인은 자신이 투자자에 권유하는 파생상품이 투자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처음부터 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유안타증권 측은 이 부분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A씨는 앞서 언급했듯이 고령의 나이로 은퇴 후 노후자금을 불릴 목적으로 L씨를 통한 투자를 시작했다.

    A씨는 투자 당시 고액자산가에 해당하지 않았고, 특별한 수입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 그가 문제의 DLS상품에 가입하기 이전 투자에서도 대부분 만기 1년 이내로 운용되는 생계자금 및 노후자금 용도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유안타증권 측 주장처럼 A씨가 그동안의 투자상품 가입에서 투자성향이 적극투자형으로 분류됐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는 L씨의 권유에 따라 투자상품을 선택해 온 점에 비춰 이것이 A씨에 대한 정확한 투자성향 분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이는 곧 L씨에 투자를 사실상 전적으로 맡겨온 A씨가 투자성향을 스스로 판단한 것이 아닌 L씨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었고, 이는 곧 투자자의 의사가 100% 반영돼야 하는 투자성향 평가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L씨는 A씨에 문제의 DLS상품에 대한 투자설명 당시 해당 상품이 런던 금 시세를 기초자산으로 안정성이 보장되고 조기상환 제도를 활용해 1년 이내 원금상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A씨는 해피콜 과정에서 유안타증권 측 직원에게 “L씨가 좋은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좋은 상품인지는 의문이다”라는 취지로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 채 가입을 마무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L씨는 A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투자상품의 위험도 등에 관한 체크리스트에 대해 투자자가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 자신이 직접 작성해 확인할 때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L씨가 A씨의 투자 당시 나이와 노안 및 청력이 좋지 않은 건강상황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채 투자권유에 나섰던 점 역시 유안타증권 및 L씨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A씨에 투자계약 과정에서 기초자산으로 브렌트유 선물지수가 포함돼 있고 조기 중도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만기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강조돼야 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L씨는 A씨에게 적합하지 않은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면서 그 내용 및 위험성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물론 A씨 역시 자기책임 원칙 아래 투자상품의 내용 및 위험성에 대해 좀 더 신중히 고려한 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함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 유안타증권의 사례처럼 위험성이 높은 투자상품의 계약이 단순히 투자자의 동의를 얻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연령, 건강상태, 자산상황 등 매우 구체적인 부분까지 파악한 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면 A씨의 경우와 같은 또 다른 투자 피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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