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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15:10:28 | 수정시간 : 2003.10.05 15:10:28
  • [영화되돌리기] 올빼미와 새끼고양이
    코드 다른 남녀의 사랑법





    ‘실제로 보면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연애할 때가 제일 궁금하지 않냐? 영화도 그런게 재밌을걸.’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철수가 춘희한테 하는 말이다. 실제로 로맨틱 코미디는 왠지 안 어울릴 것 같은 상극의 두 사람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미운정 고운정 들어가는 게 정석이다.



    영화 내내 주인공의 말다툼이 끊이지 않는 게 부지기수고 마지막에 가서야 극적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그런데 영화를 끌고 가는 가장 큰 이야기가 두 사람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언쟁인 만큼 기왕이면 주인공들을 같은 공간에 오랫동안 두어야 서로 정붙이기가 쉽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종종 ‘동거’라는 드라마틱한 생활 패턴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어쩔 수 없는 동거’는 처음부터 싸움꺼리를 안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가 쉽다.



    요즘 한창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도 어쩔 수 없는 동거-끊임없는 다툼-사랑 확인의 단계를 밟아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물론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혼전동거를 소재로 삼은 참신한 이야기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학벌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취업하기 힘든 전문대생과 도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한심한 대학생이 옥탑방이라는 최저생존 공간에 동시에 내몰리게 된 것뿐이다. 어쩌면 돈이 없어 한 집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하층민의 애환이 오히려 더 맞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애초부터 사랑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느 신문을 통해서 사랑하지도 않고 동거하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밝힌 원작자의 이야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긴, 영화나 드라마는 원래 당연한 현실보다는 당혹스런 현실을 그려내기 마련이다.



    영화 <올빼미와 새끼고양이>는 동거까지는 아니라도 어쩔 수 없이 한 집에 머물게 됨-끊임없는 말다툼-사랑 확인의 단계를 밟는다는 점에서 <미술관 옆 동물원>이나 <옥탑방 고양이>와 유사하다. 또한 제목에서부터 이 둘을 동시에 연상시키고 있다. 미술관과 동물원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은 점잔빼는 올빼미와 교태스런 고양이의 정서적 마찰과 비슷하고 소갈머리없이 뻔뻔한 옥탑방 고양이는 분별없이 나대는 새끼고양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인공 남녀가 주고받는 말다툼에 할애하고 있다. 소설가 지망생인 남자는 자신의 타이핑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웃의 불만을 집주인에게 전해듣고 화가 난다. 그런데 앞 집 여자가 집에서 화대를 받고 몸을 파는 장면이 목격되자 홧김에 집주인에게 고자질을 한다. 아파트에서 쫓겨 난 여자는 다짜고짜 소설가를 찾아오고 둘은 한바탕 소동을 벌이다가 결국 둘 다 집에서 쫓겨난다.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 나 앉게 된 두 남녀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다.



    한 공간의 두 남녀. 이는 긴장감을 위해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영화적 현실이다. 이 공간 안에서 고상한 척 현학적인 소설가와 길거리 매춘부는 사랑에 빠진다. 아니 이 둘을 사랑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둘만을 위한 폐쇄적인 공간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즉,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동거는 사랑을 불지피기 위한 멍석이지, 도발적이지만 바람직할 수 있는 새로운 결혼 양식의 표본은 아니다. 사랑하지 않는 남녀가 하룻밤의 실수로 동거하면서 눈이 맞는 것은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성과 일,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우리사회에서 지금 유행하고 있는 건 ‘결혼의 대안인 동거’ 혹은 ‘합리적 결혼을 위한 동거’가 아니라 ‘우연한 상대와의 동거’, 혹은 ‘익숙한 상대와의 동침’이다. 이걸 조장하는 게 안타깝게도 우리네 매스컴이다.



    정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3-10-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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