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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09:32:23 | 수정시간 : 2003.10.06 09:32:23
  • [스포츠 프리즘] 라이온 킹이냐, 헤라클레스냐?
    이승엽·심정수, 양보없는 '방망이 지존' 자존심 대결





    ‘파워냐, 스피드냐.’



    ‘국민타자’ 이승엽(27ㆍ삼성)과 헤라클레스 심정수(28ㆍ현대)의 홈런왕 경쟁이 후반기 들면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승엽이 5월의 사나이답게 지난 5월 월간 최다 홈런 타이인 15개의 폭죽을 쏘아올리며 신기록 행진을 할 때만해도 이승엽의 3년 연속, 개인 통산 5번째 홈런왕은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졌다.



    6월 14개를 몰아친 이승엽은 지난달 6개를 보태 41홈런으로 6월11개, 7월 8개를 날린 심정수(7월까지 35홈런)를 6개차로 제치고 여유있는 레이스를 즐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심정수는 대기록 달성을 위해 레이스를 함께 해주는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정도로 여겨졌다.



    올해 홈런왕 경쟁은 지난해에 이은 리턴매치. 지난해 막판까지 홈런왕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47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에게 1개차로 무릎을 꿇은 심정수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어쩔수 없이 심정수에게는 만년 2인자의 그늘이 드리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본격 무더위기 시작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여름에 유독 강한 ‘여름사나이’ 심정수가 지난 9일 한화를 상대로 3발의 아치쇼를 펼치는 등 이 달 들어 7개나 펜스를 넘기면서 시즌 41홈런을 기록, 8월 홈런 가뭄에다 2게임 출장 정지 악재까지 겹친 이승엽을 1개차로 따라 붙었다. 올해 96경기를 마친 이승엽이 101경기를 소화한 심정수 보다 5 게임을 덜 치른 조건이지만 지금 페이스만 놓고 본다면 홈런왕의 향배는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정수 만년 2인자 그늘 벗을까





    이승엽은 잦은 비에 방망이가 물기에 젖어버린 데다 지난 9일 LG전 빈볼 시비 때 상대 투수 서승화와 주먹질을 했다가 2게임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 우여곡절까지 겪으면서 8월 들어 1개의 홈런만 기록하는 ‘홈런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111경기만에 40홈런을 달성했던 지난해보다 14경기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심정수는 팀이 선두를 달리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생애 첫 홈런킹 등극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페이스라면 일본 프로야구에서 왕정치 등이 세웠던 아시아 신기록 55개를 넘어서는 도전은 이승엽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심정수는 홈런왕을 넘어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타격에 관한 한 ‘심정수 천하’를 이루는 일이다. 1994년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개의 타이틀도 갖지 못했던 심정수는 올 시즌 1984년 헐크 이만수 이후 19년 동안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타격 3관왕에 바짝 다가서 있다.



    심정수는 9일 8타점을 폭발시키며 이승엽을 밀어내고 타점 선두에 나섰다. 심정수는 18일 현재 109타점으로 105타점을 올린 이승엽에 4개차로 앞서 있다. 타율에서도 줄곧 선두를 고수하던 SK 이진영을 누르고 3할4푼8리로 타격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외에도 출루율도 4할9푼9리로 4할5푼2리의 김동주에 훨씬 앞서 있는데다 장타율도 7할5푼4리로 이승엽(0.706)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등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 걸쳐 1인 천하를 구축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관건은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심정수는 이승엽과의 홈런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주말 3연전에서도 홈런은 1개에 그친 반면 볼넷만 6개를 얻는 등 타격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심정수의 올해 볼넷수는 102개로 65개에 그치고 있는 이승엽보다 37개나 더 많다. 2001년 롯데 용병 호세가 기록했던 최다 볼넷 기록 경신도 초읽기에 들어갈 만큼 상대 투수들은 심정수와의 정면 승부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이승엽도 “만약 투수들이 피해가지 않고 정면대결을 벌인다면 정수형이 나보다 더 많이 홈런을 터뜨릴 것”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홈런 신천지’를 함께 열어가고 있는 이승엽과 심정수는 상반되는 홈런 비결로도 주목을 끈다. 일단 외형적 모습에서부터 둘을 확연히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승엽이 183cm, 85kg으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슬러거치고는 그리 크지 않은 체구지만 어떤 각도의 공에도 대처가 가능한, 활처럼 휘는 몸의 유연성이 뛰어난 반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90kg의 심정수는 비슷한 신장이지만 어떤 스피드의 공도 제대로 받아칠 만큼 근육질 파워를 자랑한다.




    힘과 스피드의 대결, 경쟁만큼 두터운 우정





    홈런제조 방법도 대조적이다. 이승엽은 몸무게를 최대한 방망이에 실어내 홈런을 치는 반면, 심정수는 방망이의 스피드를 높여 타구를 멀리 보내는 스타일이다. 김용달 현대 타격코치는 이승엽이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능력이 뛰어나 임팩트 순간 타구에 강한 힘을 쏟아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정수는 그러나 스윙할 때 배트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830g짜리 가벼운 방망이를 애용한다. 공을 맞히는 방망이 헤드 부분에 보다 많은 무게를 싣기 위해 배트 스피드를 손해보면서 930g의 무거운 방망이를 쓰는 이승엽과 달리 힘과 체중이 앞서는 심정수는 방망이 헤드가 돌아가는 속도를 최대로 높여서 타구를 멀리 보내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홈런 매직쇼의 내용도 다르다.



    이승엽이 스프레이를 뿌리듯 어느 담장이든 공을 넘기는 반면 힘으로 끌어다니는 철저한 파워히터인 심정수는 주로 좌측 담장 너머로 빨랫줄 같은 타구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은 경쟁일 뿐. 타격 지존을 다투는 자존심 대결을 통해 두 선수는 우정을 키워가고 있다. 이승엽과 심정수는 같은 SFX사에 소속돼 있어 올해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 캠프에서도 객고를 함께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이승엽이 세계 최연소 300홈런을 쳤을 때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건 사람 중 하나가 심정수였다. 15일 이승엽은 경기 전 현대 심정수에게 비타민을 선물했다.



    최근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 걱정해 줘서 고맙다는 이승엽의 말에 심정수는 함께 홈런을 때리자며 화답했다. 내년 메이저리그 동반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는 둘은 ‘아름다운’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김병주 체육부기자 bjkim@hk.co.kr


    입력시간 : 2003-10-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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